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울함을 불러일으키는 잿빛하늘의 일요일..
동생은 출근하고, 친구는 데이트가고.. 원래 일요일은 쉬는 날이기도 하고, 내게 휴식을 주고 싶다는 이유로 방에 붙어 하루종일 있을 계획이었던 내가 안타까웠는지..ㅎ
친구가 던져주고 간 책..
무심한 듯 쳐다보다.. 텔레비전에 깊이 빠지지 못하는 나.. 조용함이 자리잡은 여유속에 멍한듯 앉아있는 여인의 일러스트 색에 끌려 책을 넘겼다.

책 표지에 노희경 작가의 사인과 문구가 눈에 띈다..
"내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 사랑도..."

제목이 참 파격적이다. 사람에게 전투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ㅎㅎ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유죄? 그럼 나도 유죄란 말이야?
하하 웃기는 군~ 대체 내가 어쨌길래 시덥잖은 사랑놀음이 싫다는 데 이렇게 건전한 내가 뭐가 어쨌다는 거야?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13P) 

그녀의 에세이 첫장에 나온 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해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살아간다. 친구들에게, ,
때로는 가족들에게, 때로는 오랜 친구들에게, 때로는 이미 지나간 애인에게조차도
그러나 정작 우리가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건 어쩌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굿바이 솔로)중에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난 지금 내 자신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내가 있기 까지 지나왔던 순간들과 다가오는 순간들을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조금은 어른다움을 갖추고..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완성되어 비로소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그때 비로소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것이 꼭 남녀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기 바란다.
부모에 대한 친구에 대한 형제에 대한 자식에 대한.. 사랑도 사랑이니라..
우리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에게 이해받길 바라기 때문에 항상 상처받고 그것들이 반복되게 되고.. 또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마음을 닫게 되는 것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이 나를 어찌알겠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를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유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른 이에게 내가 하지 못하는 숙제를 떠넘겨 버리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뭐.. 그런.. ㅎㅎ

아무튼 책을 여는 순간 저돌적이었던 나는 그녀의 나지막히 읊조리는 문구에 위로받고..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라는 시가 나오는 구절에서는 펑펑 울고 나서야
조금은 막막하기만 한 내 자신에게 해명의 한 조각을 선사한 기분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남녀간의 사랑이란 이름의 줄다리기에 대한 싫증과 답답함 그리고 어른이 되면서 어깨를 누르짓는 삶의 무게는 무시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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