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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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태어나려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데미안)


장애인 동생 지호를 둔 윤옥과 그의 어머니의 힘든 삶의 여정이

어느 날, 하성훈 목사라는 사람이 지호를 데려가게 되면서, 몸은 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무언가 상실한 체 살아가게 된다. 넉넉치 못한 삶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자신을 키워나가는 기특한 윤옥은 스스로의 힘으로 좋은 대학을 가게 되고, 안정적인 월급과 잘 모으며 살면 자동차쯤은 몰 수 있는 교사의 삶을 준비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가치가 낮은 꿈일뿐이다.

60대의 국어과 교사이지만, 열정가득하게 고등학교 1학년 국어를 담당하던 윤옥이 동생을 떠올리는 장애학생을 고2때 맡겠다고 하여 입시위주로 가르쳐야 하는 학교와 학부모는 극구 반대를 하고 학교와 대립하게 된다. 그녀는 젊을 때부터 꼭 이것이어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았지만, 무엇이 옳은 것인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할 줄 아는 이였다. 전교조가 탄압받던 시절 운동권이던 정훈이를 우연히 도와주게 되고 정훈과 인연을 이어가다가 같은 학교 학생 중 유난히 사회의 부조리함에 일찍 눈 떠 야학을 자신의 돌파구처럼 생각하는 수현이와 교차점을 갖게 되는데...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체는 많이 다른 법인가.. 여러 일을 당하며, 점점 부서져 가는(친구의 죽음) 수현이를 정훈이가 본능에 충실해버리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를 상현이를 키워낸다.


음... 우리는 세계에 살고 있다. 너와 내가 함께 하여 만들어 낸 우리라는 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살아가는 모습과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 다른 이의 삶을 해치지 않으면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해 나가야 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문경민 작가의 글은 인싸보다는 아싸를 응원하는 글인 것 같다. 이 소설속의 주인공들도 조금은 인더리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들을 손가락질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 책의 끝은 서이초 교사의 49제 9월 4일 이야기로 끝이 난다. 어쩜 이렇게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생각해본다. 왜 하필 교사이야기였을까? 세상을 바꾸기는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나의 세계가 마음에 드는 이유가 있다. 다른 조직사회나 뿌리깊은 체계? 계급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가장 먼저 깨어있어야 하고, 가장 먼저 움직이고 노력하는 이들이 바로 교사들이기에 교직이 소재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참 필력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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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탁 주임을 쳐다보는데 갑자기 속에서 미움이 터졌다 한 인간을 저토록 가여운 괴물로 만들어버린 세상과 그 세상의 힘에 휘둘리는 인간의 유약함에 화가 났다. 윤옥 혼자 어찌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어서 더 밉살스러웠다.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교사, 자기 자리 청소를 잘하는 교사, 촌지를 거부하는 교사, 학급 문집을 내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학부모 상담을 자주 하는 교사, 사고 친 학생의 정학이나 퇴학을 반대하는 교사, 학생들의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를, 정부는 조심하라고 했다. 그런 교사들은 교원노조에 가입된 경우가 많으니 면밀히 관찰하라고 했다.


"살다 보면 말이죠. 비는 피하고 가야 할 떄가 있는 겁니다."

"정 선생님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정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라고 나쁜 사람으로 태어났겠어요? 아닙니다. 다들 사느라 그러는 거예요. 우리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입니까? 우리가 그렇게 큰 욕심을 부리던가요? 그건 아니지 않나요?"


결국, 사람은 혼자다.

젊을 때는 옆에 사람이 북적이다가도 하나둘 떠나고, 곁에 있는 마지막 사람마저 보내고, 그리고 나도 훌쩍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수림 엄마를 보내고 나니 몸에서 힘이 빠졌다. 숟가락이 무겁고 칫솔질이 버거웠다.


날을 세우지 않고는 지킬 수 없는 세계였다.


심사평 : 한 가족의 불우한 서사와 불온이라 낙인찍혔던 노동운동사가 함께 맞물려 있는 작품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돌봄'의 방식을 유려한 세목과 안정감 있는 문장으로 구현해 내는 한편, 존재와 공존하는 죄의식이 삶의 어떤 태도로 발현되는지 그리고 결국 그것이 얼마나 맟선 국면을 맞닥뜨리게 하는지를 끈질기게 탐구한다. 매끄러운 서사의 흐름 속에서도 중간중간 익는 이의 시간을 정지시킬 만큼 감동적이로 울림이 큰 대목들도 많았다. 특히 작품 후반부, 주인공 어머니가 적은 편지 속 내용은 오랜 시간 숨겨왔던 비의와 뒤늦은 화해가 이루어지는 슬픔의 비의가 한데 뒤섞이며 작품 전체를 조망한다. 지나칠 정도로 강직한, 그리하여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주인공 인물의 설정이 아쉬웠지만 지난한 시간을 돌파해 나가는 데 따르는 일이라 이해되기도 했다.


초등교사, 장애가 있는 딸을 둔 아빠, 문경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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