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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도 예전엔 어린아이였단다
이형진 그림, 타말 버그먼 글, 장미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꼭 1년전 아빠의 영구차를 따라가며 울고 있는 내게 보였던 아름다운 꽃과 연둣빛 나무들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저 마음 속으로 부를 수 있을 뿐 함께 숨쉬는 아빠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은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죽음이 뭔지도 모른 채 내 곁에서 따라 울고만 있었던 우리 아이가 49제를 끝내고 울고 있는 내게 물었다.
"엄마 사람은 누구나 죽어?".........
아이는 성장하면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겠지만 정작 질문을 받는 어른의 입장에서 번번히 현명하고 지혜롭게 답을 들려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특히 죽음처럼 스스로에게조차 사실은 그리 확실한 사고의 정립을 갖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질문은 더욱 난감한 일인것 같다.
사실 아동학자들이야 성이나, 죽음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한 지식전달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런 문제들 안에는 어떤 지적 깨달음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문제가 존재하고 있고 정서적 부분을 충분히 배려하고 싶은 것이 지극히 평범한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할아버지도 예전엔 어린 아이였단다'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를 통해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아름답게 설명하고 있는 그림책이다. 궁금한 것이 많은 손자 로디의 질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진지하고 따뜻한 사랑을 담은 채 설명하는 할아버지의 대답 속에는 세월을 통해 녹아든 지혜가 가득하다.
아이가 태어나 어른이 되고 세월이 지나 노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할아버지의 추억이 담긴 과거의 사진을 통해 맑게 투영되고 누에키우기의 전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슬프지만 아름다운 죽음을 이야기한다.
알을 낳고 죽어가는 누에나방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절대로 죽지말라고 약속하라는 손자에게 할아버지는 그런 약속은 아무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손자를 끌어안는다.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이별의 길이지만 '영원히 죽지않는 약을 만들겠다'는 순수한 손자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에게서 슬픔이나 두려움의 그늘은 읽을 수 없다.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때로 아이와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어른에게 똑같이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