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복잡한 세상 & 명쾌한 과학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적 과학, 이렇게 말하면 과학자들이 싫어하려나. 그러나 내가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인문학이란 모름지기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교양적 바탕이란 생각을 한다. 자연과학적 교양과 지식이 삶에 기능적으로 작용한다면 인문학적 교양은 정서적으로 작용한다. 학술적인 의미로서가 아니라 일반인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자연과학은 실질적이고 효율적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피부에 와닿게 생각하지 못한다. 차는 운전할 줄 알아도 차의 구조나 원동의 과학적 원리를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자연과학은 조금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듯이 생각한다. 그러나 보라, 정재승 씨는 결코 그런 딱딱한 물리학자가 아니다. 나는 그가 인문학적 교양이 풍부한 자연과학자라기보다 진정 가슴으로 과학을 사랑하는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길래 사람들 가까이에서 피가 흐르고 맥박이 뛰는 과학을 헤아리고 이야기를 엮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서구의 많은 학자들이 문학작품 못지 않은 빛나는 문장으로 자신들의 학술적 논문들을 써내려갈 수 있는 교육의 바탕을 늘 그리워하며 나의 아이들에게 시를 읊는 과학자, 노래하는 정치가, 일기를 쓰는 자동차 정비공이 되어 달라고 당부한다. 나에게 새삼 과학적 상식이 '필요'했다기보다 '따뜻한' 과학, '살아숨쉬는' 과학이야기가 고팠기에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를 읽었노라 하고 싶다.

프랙탈 이론을 처음 알게 된 게 10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참 막연하게 '인공지능'과 관련된 어떤 이론쯤으로 생각했던 그것을 쉽게 이 책은 설명해준다. 게다가 아프리카 문화 속에서 프랙탈적 요소가 발견된다는 이야기쯤에서는 그야말로 고고학이나 문화인류학적으로 결합될 법한 신비로움마저 느껴진다. 혹은, 산타클로스의 과학과 같은 이야기는 성 니콜라우스의 정신과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아이들과 함께 나눌 때 아이들의 좀더 치밀한 관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나의 이야기 보따리'에 저장해 둘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수학이 싫어 국문학을 했다고 좀 과장되이 말하던 대학생이었고 화학 생물 물리에서 얻은 참혹한 결과를 만회하기 위해 국어와 영어에 매달려야 했던 불쌍한 고교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책을 천천히 읽는 편인 내가 4박 5일 여행 중에 다 읽었다. 물론 이동시간이 좀 길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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