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형, 그림의 심리학 - 원, 십자, 삼각형, 사각형, 나선, 만다라 / 나의 삶을 힐링하는 6가지 도형 이야기
잉그리트 리델 지음, 신지영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으로 사람의 심리를 읽거나 만다라 같은 도형으로 안정을 취하는 방법은 상담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다. 도형은 융이 말한 개인 혹은 집단의 무의식을 상징는 표상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가령 사각형은 자연에는 없지만 가장 인간 본성에 부합한다고 융은 말했다 한다(왜인지 궁금하긴 하다. 현실적으로는 불완전한 존재이나 완벽을 지향하기 때문인가 싶다). 4라는 숫자는 모계를 뜻한다 하고 강박증 있는 환자가 그림을 그릴 때 사각형을 반복해서 그린다는 것이 그런 완벽 지향의 의미를 대변하는 게 아닐까.

 

흔히 우리는 원형이야말로 완벽함을 뜻한다고 생각하는데 사각형이 속세의 완벽을 뜻한다면 원형은 아마도 영적 세계의 완벽을 상징할 것이다.

원의 변형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나선은 융의 해석처럼 개인화 과정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융은 삶의 모든 과정이 자기가 되는 개인화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나선은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나아가는 명상의 형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의 지배자 두룬 1 - 연금술사의 탄생 초록도마뱀
김정란 지음, 김재훈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내가 아프게 사랑했던 시인들이 있다.

최승자, 김선우, 김정란...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하던 차에 돌아온 김정란 시인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두룬>을 들고 왔다.

 

돗가비에서 비롯되었다는 도깨비. 불을 다루는 대장장이의 정령적 재해석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김정란이 드라마 <도깨비>의 김은숙보다 먼저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연의 일치라면 이 어수선한 세상에 도깨비의 존재에 기대고픈 마음을 품은 이가 여럿이었을지도 모르겠고.

 

이 책을 읽으면서 품은 의문이 있다.

김정란이 기댄 도깨비가 과연 한국적 영웅일까?

도깨비의 민중성을 담아내긴 했을까?

우리 역사 속에 연금술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을까? 등등

 

우리의 민담이나 전설의 파편성으로 소설로 완결시키고 싶었던 작가의 의욕이 읽히지만 (그리고 많은 전설들이 영웅전설이긴 하지만) 어차피 창작물인데 왜 민중성 없는 판타지에 다시 기댄 걸까 아쉬움이 남는다. 하다 못해 <해리포터> 속에도 어린 아이들의 차별에 대한 갈등, 부조리에 맞서는 의식이 있는데 두룬은 결국 사로국 왕의 충성스러운 신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1권만 읽고 이렇게 써서 좀 미안하긴 하다.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나의 의문들에 대한 답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도 시인의 문체는 아름답다.

 

자만은 영혼의 독이다. 그 독이 영혼을 물들이는 순간, 너는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뱀들의 세상이구나

멋대로 혀를 날름대며 진실을 농단하고

거짓을 참이라 칭하며

탐욕을 참된 가치라고 우기는구나

순결한 땅을 무기로 파헤치고

사람들의 가슴에 독초를 뿌리고

사방에 매캐한 독을 뿜어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딩 관찰 보고서 - 지극히 사적인
정지은 지음 / 낮은산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문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17~18년을 가정에서 굳어 온 습성과 가치관을 국어 선생 따위가 바꾸리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이자 자만에 불과해 너무 큰 기대는 갖지 말아야 돼. 섣불리 인성 교육 따위를 넘보지 말아야 돼, 그냥 전공에만 신경 써.... 언젠가부터 이런 주문과 주술을 걸며 스스로를 다독여 왔다.

 

 

저런 생각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밖에서 보면 선생만큼 편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겪어보니 치열하기 짝이 없는 이 학교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일 터이다. 다른 직장에서는 상사나 동료 때문에 정글이라면 학교는 학생들 때문에 정글이다. 그들을 만나는 일이 너무나 섬세하고 예민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사 자신이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놔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하는 곳이 학교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 할지라도 결과는 그다지 눈에 띄게 남지 않는 일이 바로 가르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숨 막히지 않고 살아남으려고 많은 교사들이 저런 전략을 쓴다. 교사도 인간이야. 완벽할 수 없어. 당신이 학생들 모든 것을 가르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학교에서 교사 스스로가 말라 죽을지 모른다.

자신을 완벽한 사람으로 착각할 필요는 없지만, 학생들이나 교사나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좀 더 편안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필요는 있지만, 그게 설마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그런 의미로 저 말을 한 것은 아니리라 믿어본다.

 

학교는 치열하지만 그래도 정지은 선생의 시선은 재치가 있고 따뜻하다. 교사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아이들 이야기도 재미있다. 교육과는 상관없지만 이 책을 계기로 <한비자>를 읽어보게 된 점도 개인적으로 고맙다. 한비자의 가치관을 내면화한 교사는 스스로가 인정하듯 아이들에게는 좀 냉철한 교사가 될 수 있다. 나의 노선과는 정반대이긴 하지만 그건 교사들 개개인의 방식과 전략으로써 인정. 한비자 철학의 교육관으로써 옳은가에 대한 논쟁은 <한비자> 서평에서 이어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과는 상관없는 생각인데,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상담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심리학자들의 덕을 보고 있지만 정작 심리학자들은 자기 마음을 어디에 기댈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당신의 의식과 무의식을 들여다보라, 당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라, 라고 다정하게 혹은 단호하게 말해주는 그들... 그들은...

강신주는 한때 바람을 일으켰던 유명한 심리학자이다. 요즘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별 쓸데없는 궁금증을 가져보았다.

이 책은 내가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스피노자의 입을 빌어 문학작품에 담긴 인간의 본성적인 감정에 대해 말한다. 간접적으로나마 많은 소설들을 읽은 기분이 든다. ‘심리를 본 것이 아니라 문학을 보았다. 잠자리에서 이 책은 나에게 그렇게 위로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이 안다고 더 잘 즐길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서야 음악이든 미술이든 공부를 좀 해볼 마음도, 시간도 생긴다. 방학 중이나 주말에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연주회를 쫓아가 본다. 청소년 음악회에 가면 귀에 익숙하지만 제목을 몰랐던 곡들이 많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좀 더 본격적으로 클래식 공부를 해보고 싶던 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그 전에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았는데 이제 소설도 읽고 음악공부도 한다?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게다가 조금 낯간지럽고 일본스럽긴 하지만 이런 문학적 표현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빈약한 소리, 힘겨운 소리로는 안 된다. 갓 말린 보드라운 이불처럼 폭신폭신하면서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어야 한다. ... 하지만 그 물기를 표현하려면 상당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군더더기 소리를 내지 않으려면 근력이 필요하다.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면 다리에 힘을 주어야 한다. 테이블 위에 컵을 내려놓으려면 컵을 쥔 손을 허공에서 딱 멈추고 지탱할 힘이 필요하다.

 

사실 모르는 곡명이 더 많았던 점도, 일본 만화나 문학 특유의 경쟁구도도 낯설긴 했지만 그래도 즐겁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