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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지배자 두룬 1 - 연금술사의 탄생 ㅣ 초록도마뱀
김정란 지음, 김재훈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7월
평점 :
한때 내가 아프게 사랑했던 시인들이 있다.
최승자, 김선우, 김정란...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하던 차에 돌아온 김정란 시인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두룬>을 들고 왔다.
‘돗가비’에서 비롯되었다는 도깨비. 불을 다루는 대장장이의 정령적 재해석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김정란이 드라마 <도깨비>의 김은숙보다 먼저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연의 일치라면 이 어수선한 세상에 도깨비의 존재에 기대고픈 마음을 품은 이가 여럿이었을지도 모르겠고.
이 책을 읽으면서 품은 의문이 있다.
김정란이 기댄 도깨비가 과연 한국적 영웅일까?
도깨비의 민중성을 담아내긴 했을까?
우리 역사 속에 연금술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을까? 등등
우리의 민담이나 전설의 파편성으로 소설로 완결시키고 싶었던 작가의 의욕이 읽히지만 (그리고 많은 전설들이 영웅전설이긴 하지만) 어차피 창작물인데 왜 민중성 없는 판타지에 다시 기댄 걸까 아쉬움이 남는다. 하다 못해 <해리포터> 속에도 어린 아이들의 차별에 대한 갈등, 부조리에 맞서는 의식이 있는데 두룬은 결국 사로국 왕의 충성스러운 신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1권만 읽고 이렇게 써서 좀 미안하긴 하다.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나의 의문들에 대한 답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도 시인의 문체는 아름답다.
자만은 영혼의 독이다. 그 독이 영혼을 물들이는 순간, 너는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뱀들의 세상이구나
멋대로 혀를 날름대며 진실을 농단하고
거짓을 참이라 칭하며
탐욕을 참된 가치라고 우기는구나
순결한 땅을 무기로 파헤치고
사람들의 가슴에 독초를 뿌리고
사방에 매캐한 독을 뿜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