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관찰 보고서 - 지극히 사적인
정지은 지음 / 낮은산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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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17~18년을 가정에서 굳어 온 습성과 가치관을 국어 선생 따위가 바꾸리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이자 자만에 불과해 너무 큰 기대는 갖지 말아야 돼. 섣불리 인성 교육 따위를 넘보지 말아야 돼, 그냥 전공에만 신경 써.... 언젠가부터 이런 주문과 주술을 걸며 스스로를 다독여 왔다.

 

 

저런 생각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밖에서 보면 선생만큼 편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겪어보니 치열하기 짝이 없는 이 학교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일 터이다. 다른 직장에서는 상사나 동료 때문에 정글이라면 학교는 학생들 때문에 정글이다. 그들을 만나는 일이 너무나 섬세하고 예민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사 자신이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놔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하는 곳이 학교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 할지라도 결과는 그다지 눈에 띄게 남지 않는 일이 바로 가르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숨 막히지 않고 살아남으려고 많은 교사들이 저런 전략을 쓴다. 교사도 인간이야. 완벽할 수 없어. 당신이 학생들 모든 것을 가르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학교에서 교사 스스로가 말라 죽을지 모른다.

자신을 완벽한 사람으로 착각할 필요는 없지만, 학생들이나 교사나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좀 더 편안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필요는 있지만, 그게 설마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그런 의미로 저 말을 한 것은 아니리라 믿어본다.

 

학교는 치열하지만 그래도 정지은 선생의 시선은 재치가 있고 따뜻하다. 교사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아이들 이야기도 재미있다. 교육과는 상관없지만 이 책을 계기로 <한비자>를 읽어보게 된 점도 개인적으로 고맙다. 한비자의 가치관을 내면화한 교사는 스스로가 인정하듯 아이들에게는 좀 냉철한 교사가 될 수 있다. 나의 노선과는 정반대이긴 하지만 그건 교사들 개개인의 방식과 전략으로써 인정. 한비자 철학의 교육관으로써 옳은가에 대한 논쟁은 <한비자> 서평에서 이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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