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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평점 :
어느 여성지에서 목수정씨 사진을 보았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곧 신간이 나왔더라. 아, 이 예쁜 여자가 민노당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구? 신기하네~ 하면서 읽어보고 싶었다.
책 속에서 군데군데 보이는 그녀는 아름답다. 하지만 여성지에서 많이 보이는 연예인 못지 않게 예쁜 전문직 여성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사진만으로야 잘 모르겠지만 뽀얀 얼굴에 몸매가 야무진 그녀는 크고 동그란 눈의 요즘 미인 스타일은 아니다. 참하고 지적이고 소박해 보이는 얼굴이다. 그래서 더 예뻤다.
자유롭게 분방하게 남다르게 사는 멋진 여자들 이야기를 많이 읽었지만 그녀의 삶과 그녀의 외모는 이중적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면 본질을 못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외모까지 도발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 뭐.
목수정의 미덕은 그 이중성에 있다. 그녀는 스스로 '좌파'라고 하지만 경직된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혹은 한국의 좌파들이 스스로를 생각하는) 좌파의 개념과는 다른 모습이 있다. 한국적 좌파들에 비해 그녀는 매우 자유롭다. 단 몇 년의 프랑스 생활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 그것은 그녀 안의 문화 예술적 관심과 기질에 근거한 것인 듯 보인다. 진정한 좌파라면 자유롭고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데 100% 공감한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좌파들이여, 그대들은 왜 자유롭게 예술적으로 살지 못하고 그토록 경직되어 있느냐고 비난하지는 말자(라). 현실이 주물러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대한민국 100년사는 한국의 좌파 대부분을 죽였고 전향시켰고 투쟁적으로 만들었고 가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표정은 맑더라도 가열찬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고 입성은 초라하고 손은 투박하여야 그게 미덕인 듯이 보인다.(여기서 자기 입으로 좌파 운운하는 정치인들이나 그 아류들은 빼고 말하자.)
그러나 보라, 도덕성과 예술성은 하나의 접점에서 만날 수도 있고 자유와 평등은 등을 맞대고 있을 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가치를 잠식하는 관계가 아니며 가난이 아닌 청빈과 아름다움은 공존할 수 있지 않은가. 스타일 좋은 좌파가 존재하고 상상력 풍부한 좌파들이 자연스러워진다면 언젠가 이 대한민국에서 사회민주주의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지 않은가. (당장은 안 될 것 같다. 이건 사람들의 의식이나 삶의 방식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거대한 공포의 시스템은 아직 건재하시다.)
여성지의 가십기사를 읽는 듯 재미나게 읽혀지는 그녀의 글과 아름다운 사진들이 경계선의 불안을 주기보다는 뭐 어때, 좋잖아, 재밌구, 그런 마음을 들게 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 그녀가 매혹적이고 인기있어서 사람들의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키면 좋겠다.
내가 점수는 주는 또 한 측면. 이 사람, 창의성이 좋은 것 같다. 물론, 사고가 자유로우니까 가능한 거지. 건승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