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을 위한 심리학
정의석 지음 / 시그마프레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대학생 때, 평소 관심있었던 심리학을 꼭 듣고 싶어서 불문과 학생들의 심리학을 수강했던 기억이 난다. 꽤 열심히 공부했는데 어쩐 일인지 형편없는 성적을 받았다. 왜 심리학이 공부하고 싶었을까? 나는 어쩌면 고등학교 때 읽은 데미안에 나오는 ‘독심술’ 이런 것을 심리학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학교에 가면 꼭 심리학을 들어보리라 결심했던 것 같다. 독심술과 심리학은 전혀 다른 것이란 것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내가 누구이며 내 마음은 어떠한가,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춘기에서 한발도 더 발전하지 못한 미성숙한 영혼인지도 모른다.

작년의 독서치료에 이어 올해는 미술치료 연수를 받고 있다. 수년 전, 전문상담교사 과정을 공부했지만 나의 심리학적 지식은 매우 일천하고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을 새삼 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대학생을 위한 심리학’을 빌려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는 뭔가 이런 저런 책들을 많이 주워들고 읽었는데, 머릿속에 많은 용어들이 난무하는데, 정리는 잘 안 된다.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예의 그러하듯이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여러 가지 행동과 증세들에 대해 소화되지 않은 용어들로 해석하려 들곤 했었다.

반성은 실천으로 극복되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은 더 많이 공부하는 것뿐이다. 물론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모색이 있어야 한다. 혼자만의 공부가 아니라 세미나나 어떤 집단을 통해 혹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겠다. 


어쨌든, 반성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는 고백이다.
이 책은 아마도 저자의 교양 심리학 강의록인 듯싶다. 흔히 심리학 책들이 개론과 역사에서 시작되어 앞부분만 닳도록 외우게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구성이다. 일단 개념이 아주 쉽게 정리가 되어 있다. 물론 깊이는 없다. 그런데, 쉽게 설명하기의 어려움에 대해 혹시 생각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 탁월한 교수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청중의 수준에 맞춰 쉽게 설명하고 가르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책을 칭찬해 주고 싶은 첫 번째 이유이다.
 

많은 통계 자료와 그림들이 쓰였는데, 아주 적절하고 재미있게 활용되고 있다. 이것이 두 번째 칭찬할 요소이다. 강의 준비를 정말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을수록 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더 (깊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선생은 오늘 배울 분량을 잘 이해하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혼자서 더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저자 정의석 씨도 그런 선생일 듯싶다.

얇은 공책 한 권에 필기를 해가면서 책을 읽고 그 공책을 버렸다. 아마 이 책에 나온 많은 용어들(이미 전에 들었거나 알고 있던 것들이지만)을 다른 곳에서 발견하면 아, 들어봤는데 뭐였지, 하고 또 헛갈릴 것이 뻔하다. 하지만 공책을 다시 펼쳐보기보다 새로운 책을 찾아 또 읽을 것이다.  교단 20년차 교사이지만 새학기마다 아이들 앞에서 새내기 선생처럼 긴장을 한다. 그렇듯 늘 심리학을 처음 대하는 대학생같은 그런 마음으로 상담공부를 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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