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놀이 공원 - 심리학자들과 떠나는 환상 여행 사계절 지식소설 1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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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쏟아져 나오는 청소년 소설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지, 상담실에 독서치료용으로 둘 만한지, 우리집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지 보려고.  

기존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것들이 대개는 너무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그 반작용으로 요즘에는 아이들 입말과 아이들 경험을 살린 책들이 많이 나온다. 그 안에 담긴 말들은 매우 거칠고 아이들 생각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미명 아래 내용은 조잡하기 짝이 없다.  그런 류의 청소년 소설이 아니면 학습적인 내용을 아이들이 읽기 쉽게, 재미나게 기획한 것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도 결국 어른이 아이 옷이나 만화같은 복장을 한 느낌이 드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거칠거나 우스꽝스러운 요즘의 청소년 소설들 

우선 이 책은 역사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고, 심지어 철학도 아닌 심리학을 청소년용으로, 소설로 풀어썼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자아에 대해 열심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길잡이가 될 만한 책들은 거의 없고 어른들도 어떻게 이끌어주어야 할지 난감한데 자아찾기를 도와줄 수 있는 심리학 소설이라니, 그것도 환상과 놀이공원과 감동이라는 단어가 어우러지는 소설이라니! 

나는 이 소설을 술술 읽었다. 재미가 있어서라기보다 이런 심리학 이론을 이런 식으로 놀이공원의 아이템으로 이끌어내다니 대단한 걸, 하는 마음과 어려운 이론을 쉽게, 비유적으로 풀어쓰는 솜씨를 구경하는 즐거움이 쏠쏠했던 것이다.  특히 에릭슨 이론을 서바이벌 게임으로 비유한 것이 그럴 듯했다.  이렇게 보니 심리학 이론이란 것이 간결하게 정리되어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전반적인 흐름이 일관성이 있는 것도 좋았다.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심리학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은 학문일 뿐, 혹은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 그 자체가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도구가 되기는 어렵다. (물론 끊임없이 자기를 모델로 생각하며 공부하게 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저자가 '심리학은 외로움을 줄이는 학문'이라 생각했듯이 청소년들이 덜 외롭게 청소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데 심리학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즉 '딱딱한 고목이 아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학문이 되도록, '상처를 어루만지고 우울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꽉 잡아주는 손길'이 되려고 진심을 다한다.  

꽤 그럴 듯한 놀이공원의 비유 

실은 읽는 내내 꽤 그럴 듯하게 비유된 놀이동산의 기획에 감탄하면서도 심리학에 대한 기존의 지식이 전혀 없는 청소년들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심리학 교양강좌쯤을 들은 1,2학년 대학생들이라면 꽤 괜찮게 읽을 법 하다. 하지만 중고생이? 물론 그들은 거꾸로 이 소설을 읽은 것을 계기로 하여 나중에 심리학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을 것 같다. .. 이렇게 조금 비판적으로 이 책을 다 읽은 나는 저자 후기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따뜻한 손 내미는 심리학'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썼다는 저자의 말에 솔직히 감동 받았다. 나는 내 아들을 포함해 주변 아이들에게 이 책을 검증 받아볼 생각이다. 청소년들도 재밌게 감동적으로 이 책을 읽어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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