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에서 들려오는 하프소리 넥스트 4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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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버트먼이 고고'학'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솜씨도 좋지만 고고학을 하는 사람들이 단지 학문적으로만이 아니라 마치 어린 날 신비한 꿈 속 세상을 만나고 싶은 열망을 어른이 되어 구체적으로 실현해 보려 노력하다 고고학자의 길을 택하듯이 글 자체가 미지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과 열망과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야말로 이야기로나 들어 본 것들이지 실지로 가보았거나 가 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지난 여름 영국박물관에서 로제타 석이나 투탕카멘의 석상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그 대목을 펼쳐보기는 했으나. 그러나 어떠랴, 영원히 못 본들. 이 책을 읽어 좋았던 것은 뭐 이런저런 고고학적 지식도 유용하고 작가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넘나드는 상상의 세계도 달콤하고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한 인간의 본성들을 확인하면서 인생에 대해 조금 넉넉해지는 정신적 여유도 좋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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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음악 속의 사람들
문호근 / 개마고원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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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 보엠'을 본 게 언제던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제일 꼭대기 층에서. 오페라를 좀 아는 사람이 어느 낙엽이 마구 떨어지는 11월에 라 보엠이 꼭 이런 분위기라고 이야기해주었는데 4년 전 본 오페라의 분위기가 정말 그랬다. 회색빛 도시, 가난한 뒷골목, 불도 못 때 파지를 불쏘시개로 써야하는 가난한 작가의 방... 그리고 눈발이 날리는 스산한 공원, 가지만 남은 커다란 나무 아래서의 만남...

그리고 이 책. 오페라가 궁금하고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어도 마땅한 입문서를 찾기 쉽지 않았다. 대개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본의아니게 자신의 박학을 자랑하느라 문외한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남발한다. 음악만은 아니겠으나... 그게 싫어 대부분의 책들을 퇴짜놓았다. 그러나 이 책은 일단 '문호근'이란 이름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고 집었다. 존경하는 문익환 목사의 아드님이라는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그가 문화계에서 보여준 행보가 열정적이면서도 겸손하고 독보적인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글들은 소박하다.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야기책처럼 만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이런저런 오페라 이야기들을 확인하고 낯선 것들에 대해서는 '언젠가 만나보리라'는 기대를 심어둔다. 훗날 새로운 작품을 보고 오면 다시 이 책을, 또 다른 책을 펼쳐 장면 속의 그것을 활자 속에서 재검토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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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나라 여행
제홈 뤼이이에 글 그림 / 크레용하우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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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는 이 책으로 말도 배우고 색깔도 배웠다. 각 페이지만다 있는 문장이 길지도 않으니 몇 번 잘 때마다 읽고는 그 내용을 거의 외웠다. 그러면서 말문 트던 시기에 문장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색깔들. 여지껏 손바닥만한 보드북에 한 가지 사물에 한 가지 색을 입혀놓고 빨강, 노랑, 파랑, 이렇게 가르치려들던 것들과는 많이 다르다. 하나의 색깔로 하나의 장(場)이 마련되고 그 자체가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여행'이란 이름 아래 연결된다. 그림에 쓰인 색채들이 정말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파란 색들이 좋았지만 초록 세상도 예뻤다. 초록만으로도 충분할 것처럼 예쁜 세상. 현실세계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그런 세상. 그런데, 여행에서 만난 온갖 색의 사물들이 그 초록 세상으로 들어오니 더더욱 예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은 초록을 바탕으로 하여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는 그런 세상이려나.

다만 이야기 속에서 회색은 도시의 색, 검은 색은 괴물의 색, 이런 식으로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질 위험이 조금 우려되긴 했다. 빨간 색은 복잡하고 소란한 느낌으로 표현되었지만 칸딘스키는 그것을 트럼펫의 높고 경쾌한 소리의 느낌과 연결했었다. 그래도 어쨌든 인간이 푸른 자연의 품에 안겨야 가장 행복할 수 있음을 이야기해서 좋았다. 내가 만난 '그림책'으로서는 색깔과 사람의 삶을 함께 이야기한 드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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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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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게 쌩떽쥐뻬리의 어린왕자 만큼의 점수를 주고 싶다. 어린왕자에 비해 너무 교훈적이라고 비판한다면 할 수 없다. 그것이 교훈일지라도 삶을 호도하지 않고 이렇게 힘을 주는 교훈을 어디 가서 쉽게 얻을 수 있으랴.

이 책은 쉽고 재미있고 얻을 게 있고 아름답다. 책이 가지고 있어야 할 미덕들을 다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짧기까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중학생들에게 아주 많이 권한다. 이 책이 책읽기의 길로 인도한 나의 아이들이 아주 많다는 일도 참 고마운 일이다.

연어의 생태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만한 구석이 아주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간결하고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로 만든 사람은 없었다. 처음에 그저 나 자신을 위해 이 책을 읽었을 때에도 나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다음 이야기를 자주 인용한다.

사람들이 연어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편안한 물길을 애써 버리고 폭포를 거슬러 올라갈 길을 선택하면서 은빛 연어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 거야.... 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

고난을 이겨내는 힘과 강인한 의지, 진지한 삶의 태도도 유전이 된다고 믿고 싶다. 그렇기만 하다면 나 더 열심히 살아 내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이 삶의 가볍지 아니한 가치를 고스란히 알아챌 수 있는 능력까지도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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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 북경이야기 1, 전학년문고 3015 베틀북 리딩클럽 17
린하이윈 지음, 관웨이싱 그림, 방철환 옮김 / 베틀북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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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책은 쉬워야 한다? 그래서 그림이 단순해도 좀 부족해도 된다? 아이들은 어렵고 복잡한 문학적 은유를 이해하지 못하니 현실적이고 간단한 문장으로 써야한다? 너무 깊은 인생의 의미는 말해줘봐야 이해 못한다?

그런 오해 속에서 우리에게 어린이 책들은 대개가 유치하다. 유아나 저학년에서는 그래도 이쁘고 재미난 책들이 꽤 있어도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수준의 책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 대개는 정말로 아직은 이해도 되지 않을 세계명작 다이제스트 들이 초등학교 고학년들에게 억지로 읽혀지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라. 삽화 하나하나가 작품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뛰어나게 아름다울 뿐 아니라 진정한 성장기 소설이라 할만큼 어른들의 이야기를 모르는 채 시치미 떼지도 않고 순진한 척 하지도 않으면서 어린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문장은 또 얼마나 시적인가. 책의 제목부터가 그랬다.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바다' 소리만 나와도 가슴이 설레이는 내가 이 문장이 가지고 있는 설레임을 놓칠 리 없다. 정작 바다를 보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지의 바다, 그것을 보러 가리라는 의지와 설레임, 그것은 어린 날 먼 어떤 곳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이고 희망이지 않는가. 조금 달뜬 목소리로, 10대 초반기에 세상에 대해 우리도 그렇게 속삭였다.

잉쯔는 어린아이 답게 어리숙한 면도 있지만 때때로 영악하고 벌써 세상으로 발 내딛기 시작할 때라 부모에 대해 조금 심드렁하기도 하고 또 어린애다운 이기심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스한 동정심과 분노도 가지고 있다. 이맘 때 어린 아이란 그런 것이다. 착하기만, 어리석기만, 욕심장이이기만 한 아이는 없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복함적인 성향과 지향을 어른들은 벌써 잊었다. 그걸 잊어버리지 않아야 린하이윈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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