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
채규철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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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위기와 고난의 상황을 끝까지 이겨낸 사람의 강한 인생을 읽는 정도였다가 본문에서 이 제목이 '사람은 그의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는 '리빙스턴전'에서 인용된 말임을 알았다. '사람은 그의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 하늘이 내게 주신 삶의 무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으며 또한 일찍 삶을 다한다면 내게 주어진 사명을 다한 것이리라. 그 말이 주는 운명적 무게는 그만큼 삶의 의지로 다가온다. 채규철 선생이 그랬으리라.

선생의 인생이 우리의 귀감이 되기도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여유가 더 크게 느껴진다. 많은 활동을 하고 성과를 내올 수 있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분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그리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들려줄만한 많은 예화와 감동의 잠언들이 모여있다는 것이다. 함석헌 선생의 '그사람을 가졌는가'를 여기서 또 만난 것도 좋았고 헬렌켈러의 일화도 좋았다. 로버트 테스트의 기도도 자료로 자주 활용한다.

개인적으로는 본다이크의 '이름도 없이 명예도 없이 먼 훗날의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믿고 자기의 청춘을 불사르는 이름없는 교사'라는 대목이 가슴을 찔렀다. 내가 믿는 바 바로 그대로이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름없는 교사들이 무수히 많다는 정신적 교감. 종으로든, 횡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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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들려오는 하프소리 넥스트 4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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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버트먼이 고고'학'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솜씨도 좋지만 고고학을 하는 사람들이 단지 학문적으로만이 아니라 마치 어린 날 신비한 꿈 속 세상을 만나고 싶은 열망을 어른이 되어 구체적으로 실현해 보려 노력하다 고고학자의 길을 택하듯이 글 자체가 미지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과 열망과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야말로 이야기로나 들어 본 것들이지 실지로 가보았거나 가 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지난 여름 영국박물관에서 로제타 석이나 투탕카멘의 석상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그 대목을 펼쳐보기는 했으나. 그러나 어떠랴, 영원히 못 본들. 이 책을 읽어 좋았던 것은 뭐 이런저런 고고학적 지식도 유용하고 작가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넘나드는 상상의 세계도 달콤하고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한 인간의 본성들을 확인하면서 인생에 대해 조금 넉넉해지는 정신적 여유도 좋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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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음악 속의 사람들
문호근 / 개마고원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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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 보엠'을 본 게 언제던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제일 꼭대기 층에서. 오페라를 좀 아는 사람이 어느 낙엽이 마구 떨어지는 11월에 라 보엠이 꼭 이런 분위기라고 이야기해주었는데 4년 전 본 오페라의 분위기가 정말 그랬다. 회색빛 도시, 가난한 뒷골목, 불도 못 때 파지를 불쏘시개로 써야하는 가난한 작가의 방... 그리고 눈발이 날리는 스산한 공원, 가지만 남은 커다란 나무 아래서의 만남...

그리고 이 책. 오페라가 궁금하고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어도 마땅한 입문서를 찾기 쉽지 않았다. 대개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본의아니게 자신의 박학을 자랑하느라 문외한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남발한다. 음악만은 아니겠으나... 그게 싫어 대부분의 책들을 퇴짜놓았다. 그러나 이 책은 일단 '문호근'이란 이름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고 집었다. 존경하는 문익환 목사의 아드님이라는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그가 문화계에서 보여준 행보가 열정적이면서도 겸손하고 독보적인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글들은 소박하다.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야기책처럼 만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이런저런 오페라 이야기들을 확인하고 낯선 것들에 대해서는 '언젠가 만나보리라'는 기대를 심어둔다. 훗날 새로운 작품을 보고 오면 다시 이 책을, 또 다른 책을 펼쳐 장면 속의 그것을 활자 속에서 재검토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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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나라 여행
제홈 뤼이이에 글 그림 / 크레용하우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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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는 이 책으로 말도 배우고 색깔도 배웠다. 각 페이지만다 있는 문장이 길지도 않으니 몇 번 잘 때마다 읽고는 그 내용을 거의 외웠다. 그러면서 말문 트던 시기에 문장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색깔들. 여지껏 손바닥만한 보드북에 한 가지 사물에 한 가지 색을 입혀놓고 빨강, 노랑, 파랑, 이렇게 가르치려들던 것들과는 많이 다르다. 하나의 색깔로 하나의 장(場)이 마련되고 그 자체가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여행'이란 이름 아래 연결된다. 그림에 쓰인 색채들이 정말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파란 색들이 좋았지만 초록 세상도 예뻤다. 초록만으로도 충분할 것처럼 예쁜 세상. 현실세계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그런 세상. 그런데, 여행에서 만난 온갖 색의 사물들이 그 초록 세상으로 들어오니 더더욱 예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은 초록을 바탕으로 하여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는 그런 세상이려나.

다만 이야기 속에서 회색은 도시의 색, 검은 색은 괴물의 색, 이런 식으로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질 위험이 조금 우려되긴 했다. 빨간 색은 복잡하고 소란한 느낌으로 표현되었지만 칸딘스키는 그것을 트럼펫의 높고 경쾌한 소리의 느낌과 연결했었다. 그래도 어쨌든 인간이 푸른 자연의 품에 안겨야 가장 행복할 수 있음을 이야기해서 좋았다. 내가 만난 '그림책'으로서는 색깔과 사람의 삶을 함께 이야기한 드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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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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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게 쌩떽쥐뻬리의 어린왕자 만큼의 점수를 주고 싶다. 어린왕자에 비해 너무 교훈적이라고 비판한다면 할 수 없다. 그것이 교훈일지라도 삶을 호도하지 않고 이렇게 힘을 주는 교훈을 어디 가서 쉽게 얻을 수 있으랴.

이 책은 쉽고 재미있고 얻을 게 있고 아름답다. 책이 가지고 있어야 할 미덕들을 다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짧기까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중학생들에게 아주 많이 권한다. 이 책이 책읽기의 길로 인도한 나의 아이들이 아주 많다는 일도 참 고마운 일이다.

연어의 생태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만한 구석이 아주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간결하고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로 만든 사람은 없었다. 처음에 그저 나 자신을 위해 이 책을 읽었을 때에도 나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다음 이야기를 자주 인용한다.

사람들이 연어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편안한 물길을 애써 버리고 폭포를 거슬러 올라갈 길을 선택하면서 은빛 연어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 거야.... 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

고난을 이겨내는 힘과 강인한 의지, 진지한 삶의 태도도 유전이 된다고 믿고 싶다. 그렇기만 하다면 나 더 열심히 살아 내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이 삶의 가볍지 아니한 가치를 고스란히 알아챌 수 있는 능력까지도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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