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구판절판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명쾌했다. 삶과 죽음, 적군과 아군, 승리와 패배, 명령과 복종, 용기와 비겁...
대적하는 두 개의 가치는 명확했다. 죽음이 아니면 삶이라는 사실은 삶에 연연하지 않게 했다. 어떻게 사느냐, 왜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 죽지 않는 것.
전선은 내가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결정해주었다. 나는 전성의 이쪽에 있고 적들은 저쪽에 있었다. 이기기 위해서 싸웠고 이기면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수십, 수백의 목숨이 이유 없이 널브러졌지만 살인에 대한 가책도, 부상의 아픔도 이내 잊혀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죽음의 이유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살아가는 데 이유가 있듯 죽는 데도 이유가 필요했다.
이곳에는 적군과 아군이 없다. 유일한 아군은 나 자신일 뿐이었다. 적기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싸움이었다. 내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오히려 적기 되어 달려들었다. 그것이 이곳의 복잡다단함이었다.-123쪽

시대는 살아 숨쉬었다. 시대는 생각하고 성장하며 완숙해졌다. 사람이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대가 성장하는 데는 그 시대의 명을 좇는 자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거대한 시대의 전쟁에 맨몸으로 나선 자들이 그들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시대가 성장하고 발전하여 융성의 시대가 올지다로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부름을 피하지 않고 맞선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융성의 시대를 만다는 한줌 거름이 됨을 기꺼워 할 것이었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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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방 - 전2권 세트
스티브 베리 지음, 정영문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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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마디로 평이하다. 반전도 없고 인물의 갈등도 없다.

지키고자 하는 자와 밝혀내려는 자의 난투극일뿐.

그런데 무슨 살인을 밥먹듯이 하나.. 그리고 섹스도 참 동물의 그것처럼 묘사되고...

주인공 부부를 제외하고는 어찌 그렇게 다들 잘 죽어버리는지...

몇 페이지 안되서 후딱 읽긴 했는데....

시험공부도 팽개치고 그래도 2권은 좀 낫겠지..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차라리 1권이 더 나은듯.. 앞으로 대체 무슨일이 벌어질까, 호박방은 대체 어디있을까 생각의 여지라도 남아있지.. 이건....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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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__왕 2006-10-2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읽고 난 후라 후련하겠네요. 내용이 그정도라면 별 두개도 많은것 같네요
좋은 조언되었습니다.

돌이 2006-11-01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두개를 준 이유는 호박방과 관련한 연구를 꽤 많이 한것 같고, 클래식한 유럽을 묘사하기 위해 많은 취재를 했던 노고가 느껴졌기 때문이예요. 정말 할일없고 심심할때 뚝딱 읽어내려가기는 참 편한 책이었어요.
 
인간접목 / 나무들 비탈에 서다 - 황순원전집 7
황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5월
품절


흔히 이런 수가 있는 것이다. 도랑 같은 것을 뛰어건너다가 어떻게 잘못하여 한 발을 물에 빠뜨리는 수가 있다. 이런 때의 불쾌감이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도랑의 물이 더러운 흙탕물이거나 구정물인 경우에는 더하다. 게다가 신발이 새것이고보면 정말 화가 치밀어 못견딜 지경이다. 왜 좀더 멀리서 밟아가지고 무사히 뛰어건너지를 못했을까. 이렇게 되면 마침내, 에라 모르겠다, 하고 홧김에 성한 발마저 도랑물 속에 넣고 마구 절벅거리고 싶어지는 수가 있다. -253쪽

인간관계 치고 궁극적인 의미에서 어떤 형태로든 상처라는 걸 면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크고 작고 심하고 덜한 차이나,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의 다름은 있을망정 서로 어떤 상처를 주고받지 않고서는 무릇 인간관계란 성립되지부터 않는 성싶다. 그것이 친구간이든 남녀간이든 심지어는 부모자식간이라 하더라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우리가 이런 상처 속에서도 그냥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을 망각하기에 애쓰고 또한 거기에 익숙해진 때문인 것이다.-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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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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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봤다. 공돌이 내 친구도 그에 대해 한 마디 할 정도로 유명하다. 작가론 선생님도 <핑퐁>을 읽고 계셨다. 그래서 나도 드디어 그의 데뷔작을 읽어보았다.

  아아.... 너무나도 뚜렷한 대입에 참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소릴 하는지 생각할 필요 없고 슈퍼맨과 배트맨인 미국과 바나나맨인 한국. 그들의 논리를 살짝 비트는 직접 대입의 화법들.

  그래, 미국 욕하고 싶겠지. 뭐가 잘났다고 자신들의 이기주의를 퍼뜨리는지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천상천하유아독존식의 안하무인도 싫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설을 이렇게 쓸 필요는 없잖아'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다. 유머도 좋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놓고 해서 이게 칼럼이나 시사만화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물론 작가가 그것을 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타입은 아니다. 심각한 것 좋아하지 않지만 이것은 심각하고 말고는 떠나서 참... 가볍다... 안그래도 몇 페이지 안되는 책이 둥둥 떠다닐 것 같다. 아쿠아맨처럼.... 원터치에 인스턴트, 사용이 편리함.

  소설은 이러이러해야한다는 정의를 타인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 생각이 있을 뿐이다. 나는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야 진정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머리에서 나오는대의 끄적거림이나 기발한 소재가 소설이 될 수는 없다. 작가의 인식과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들어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소설을 써내려간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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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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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코 = 愛子

  이름에서 주는 역설이란... 아이코는 절대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사랑은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다. 받아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사랑도 많이 받은 사람이 더 많이 줄 수 있는 것이다.

  누카루미 하우스는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고 즉흥적인 인간들의 집합소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 자기 기분대로 갓난아이를 발로 차버리는 창녀들, 옷장에 재우는 왕엄마까지, 하나같이 정상인은 없다. 그런 환경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히 그런 엉망진창인 성격이 될 수 밖에.

  <아임 소리 마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백야행>의 두 주인공도 세상 거리낄 것 없이 살아간다. 원하는 것은 얻고야 말며 눈에 거슬리면 없애버려야 한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 것 같아도 마찬가지다. 모든 폭력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성을 지킨다. 이 점에서 아이코도 마찬가지지만 <백야행>의 주인공들은 철저히 계산적이다. 사냥감을 고르고 덫을 놓고 절대로 못빠져나가게,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도 못 느끼게 철저하다. 하지만 아이코는 즉흥적이다. 누카루미 하우스의 창녀들처럼 내키는대로 살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죽이고 무방비의 상태로 또 다른 쉴 곳으로 옮겨갈 뿐이다. <백야행>이 계산된 범죄라면 아이코의 범죄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다. 도둑질 왜 나쁜지도 모른체 돈을 훔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아이코에게 죄책감이 있을리가 없다. 단지 어머니를 죽게 했다는 것만이 그녀에게 중요한 것 뿐이다. <백야행>의 주인공은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 아이의 성장기, <아임 소리 마마>는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른의 마지막을 담고 있다.

  아이코 같이 극단적이지 않아도 요즘 그런 사람 많다.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고 원하는 것은 손에 넣고야 말며 원치 않는 것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사람. 그래서인지 이 책은 울림이 대단히 적다. 아이코는 살인을 했다 뿐이지 앞서 말한 우리 사회의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다. 처벌이 없었다면 대단히 이기적인 사람들은 서슴치 않고 아이코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카드빚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고, 술먹고 아이들을 때리고, 고발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그들은 아이코와 다를 바가 없다. 티비에서 하도 많이 보여줘서 아이코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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