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18일, LG트윈스와의 잠실구장 경기 중, 2회초 공격 때 2루에서 쓰러진 후 10년 째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임수혁 선수가 오늘 결국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아직도 내 뇌리에는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9회막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을 치던, 롯데의 영웅으로 남아 있다. 그 경기는 연장전에서 롯데가 역전승했기에 그 동점 홈런은 더욱 찬란하게 빛이 났다. 

  그랬던 그가, 다음 해에 갑자기 쓰러지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면서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는 것은 정말 가슴아픈 일이었다. 당시 티비로 직접 임수혁 선수가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는 기억이 드는데.. 그때는 설마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당시 포수에 강성우와 최기문이 있었지만 둘 다 수비형 포수였기에 홈런포까지 장착한 임수혁 선수에 대한 내 기대는 엄청났는데.. 곧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산이 고향인지라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자이언츠 팬이었고 비밀번호를 외치던 암흑기엔 살짝 외면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때 야자 땡땡이 치고 악명높은 마산구장 외야석을 지켰다. 자이언츠가 지면 소주병 날아다니는 건 양반인 시절을 지나서 이제는 외국인 감독도 오고 하지만, 그래도 내겐 아직도 마해영, 공필성, 임수혁, 박정태가 함께 뛰던 시절을 잊지 못한다. 

  조금 다른 얘기인데...

  임수혁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고 처음으로 자동제세동기(AED-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구장에 자동제세동기만 설치되어 있었더라도 식물인간이 되는 사태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사를 통해서였다. 요즘 구장에는 다 AED가 설치되어 있긴 할까 의문이 들기는 한다. 지하철 역이나 종합경기장 같이 다중이용시설에는 의무적으로 AED를 설치해야하는 법이 있지만 2009년 10월 23일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설치율이 10%도 안된다고 한다. 심정지후 4분 이내에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해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이 28%에 달하지만 4분을 넘겼을 경우에는 7%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금이라도 구장마다 자동세제동기를 꼭 설치해서 제2의 임수혁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2009년에 많은 야구선수들이 들것에 실려가는 사고가 많았는데, 구단 측이 응급처치에 관해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임수혁 선수.. 좋은 곳으로 가셔서 이제 편안해지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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