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도일... 이제 서술트릭까지? 호오~

셜록 홈즈 전집 4 (양장) - 공포의 계곡 ㅣ 셜록 홈즈 시리즈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2월

  아서 코난 도일은 평생 자신이 셜록홈즈 시리즈로 부와 명성을 가지게 된 것을 마땅찮게 여겼다고 한다. 그런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져서, 홈즈도 죽여버리는 만행 아닌 만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셜록홈즈 시리즈 이외의 글도 쓰고 그랬다. 순수문학에 대한 열망과 셜록 홈즈라는 족쇄 때문에 작품 세계의 제한이 그를 많이 괴롭혔을 것이다. 그런 작가였던 만큼, 셜록홈즈 시리즈에서 코난 도일은 문학적으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려고 꽤나 많은 애를 썼다는 것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졌다. 셜록홈즈 시리즈에 메여있긴 하지만 그래도 애증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저그런 작품을 내놓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코난 도일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모 추리소설 동호회 운영자분께서 최고의 작품으로 이 작품이 손꼽은 것은, 책장을 덮는 순간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난 그래도 <바스커빌 가문의 개>가 최고라고 생각된다. 빨려들 수 밖에 없는 황무지에 대한 그 묘사는 여느 문학작품보다도 더 뛰어나지 않은가. 하지만 <공포의 계곡>을 읽고 나서 솔직히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서술트릭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코난 도일에게 이제는 경외심마저 들기도 했다. 이렇게 난 점점 더 셜로키언이 되어가는구나 싶은 순간이기도 하고.... 장편소설은 단 4작품만을 쓰고도 그 네 작품 속에서 주제와 소재, 형식, 캐릭터 면에서 이렇게 다양한 실험을 하고, 또 그 실험이 성공적으로 융합되어서 전설이 되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인에 쓰인 트릭은 이제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어서 추리소설 조금 읽어 본 독자라면 100% 당연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살인사건에서 쓰인 트릭이 아니라 서술 트릭이다. '음.. 스카우러단, 정말 나쁜 놈들이네 그래..' 하면서 신나게 읽어나가면서, 영국에 셜록 홈즈가 있다면 미국에는 핀커튼 탐정 사무소의 유능한 탐정 '버디 에드워즈'가 있어서 드디어 악당을 혼내주러 출동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 버디 에드워즈는 덫을 단단하게 쳐놓고 1년 가까이 그 마을에서 잠복하면서 기다렸던 만큼 악당들을 소탕하는 통쾌함을 주면서 또 한편으로는 독자들의 뒤통수를 멋지게 후려친다. ㅎㅎㅎ 얻어맞으면서도 기쁘기 그지 없는, 정통 서술트릭의 매력에 아서 코난 도일을 신으로 모셔도 손색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필로그에서는 암흑가의 큰손 모리아티 교수가 등장하면서 씁쓸하게 영웅의 죽음으로 끝이 나는데, 그것 역시 멋드러진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완전한 악, 절대 악의 모리아티 교수를 이제 셜록 홈즈는 어떻게 상대해 나갈 것인지, 노력파 탐정과 천재 악당의 대결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