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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1 - 로마인의 피 ㅣ 로마 서브 로사 1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라티움의 아르피눔 출생. 로마와 아테네에서 공부하였다. 처음에 그는 보수파 정치가로서 활약하였으며, 집정관이 되어 카틸리나의 음모를 타도하여 ‘국부’의 칭호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카이사르와 반목하여 정계에서 쫓겨나 문필에 종사하게 되었으나, 카이사르가 암살된 뒤에 안토니우스를 탄핵하였기 때문에 원한을 사게 되어 안토니우스의 부하에게 암살되었다.
수사학의 대가이자 고전 라틴 산문의 창조자이며 동시에 완성자라고 불리며, 그리스의 웅변술과 수사학 소양(素養)에서 우러나온 문체는 도도하게 흐르는 대하에 비유된다. 그의 철학은 절충적인 처세 도덕론에 불과하지만 그리스 사상을 로마로 도입하고 그리스어를 번역하여 새로운 라틴어를 만들어 그가 최초로 라틴어를 사상전달의 필수적인 무기로 삼은 공적은 참으로 큰 것이다. 현존하는 작품으로는 《카틸리나 탄핵 In Catilinam》 외 58편의 연설과, 《국가론 De Republica》 《법에 관하여》 《투스쿨라나룸 담론(談論)》 《신에 관하여 De natura deorum》 《의무론 De officiis》 등의 철학서와 《노년론》 《우정에 관하여》 같은 소품, 그리고 친구인 아티쿠스 등에게 보낸 서한이 있다.
이상이 실존했던 인물 키케로에 대한 인터넷 검색결과이다. 수사학을 이야기할 때 아리스토텔레스 다음으로 언급되는 키케로, 그런 키케로가 26세때 실제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섹스투스 로스키우스를 변론한 일을 바탕으로 <로바 서브 로사>의 주인공 더듬이 고르디아누스의 첫번째 모험담이 펼쳐진다.
고르디아누스는 시민권을 가진 엄연한 로마의 시민이지만 지저분한 것에 코를 처박고 범죄의 흔적을 쫓아다닌다고 더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탐정'에 해당하는 사내다. 그런 사내에게 어느날 키케로가 아버지를 살해한 로스키우스의 무죄를 증명할만한 증거를 모아달라고 의뢰한다. 그것은 재판일로부터 8일전이었고 고르디아누스는 아버지 섹스투스 로스키우스 살해 뒤에 숨겨져있는 진실에 하나씩 접근해가고 드디어 클라이막스를 장식할 재판날이 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고르디아누스가 아버지 로스키우스의 살인에 대한 전모를 파악해나가고 그것을 키케로에게 전해주면서 재판일을 맞이하는 전반부와 재판 당일 키케로가 당시 독재관인 술라와 그의 심복까지 비판하면서 로스키우스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배심원단에게 설득시키고 재판에서 이기지만 결과적으로 진실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후반부.
전반부는 키케로의 의뢰대로 목숨의 위협을 여러번 받아가면서도 로스키우스 살해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스릴러의 형식을 갖추고있다. 하지만 이 책의 압권은 마지막 100여 페이지에 있다. 키케로는 로스키우스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아니기에 그를 변호하는 것이라면서 고르디아누스에게 강하게 의뢰를 맡아줄 것을 청하였지만 결국 로스키우스가 아버지 살해범으로 밝혀진다. 키케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독재관 술라에 대한 반감과 정치적인 이유로 로스키우스를 변호하고 결과를 승리로 이끌어내서 독재관 술라의 명성에 흠집을 낸다. 결국 모든 큰그림을 처음부터 자신의 의도대로 그리면서 자신의 승리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던 키케로는 진실을 알고 있었으되 정의보다는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해 이 사건에 임한 것이다. 풋내기 변호사였던 키케로는 이 사건으로 인해 명성을 쌓을 수 있었을뿐 아니라 보수적인 정치성향에 따라 독재관 술라에게 대항하여 정치에도 입문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로스키우스는 아버지 살해범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를 보호해주던 후원자에 의해 결국 로스키우스는 살해당하고 만다. 승리의 그날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던 그의 진실을 듣던 후원자가 목을 찌르고 계단에서 밀어버린 것이다. 고르디아누스의 추리에 의해 범인이 밝혀지지만 귀족이라는 범인의 신분에 의해 그 사건은 그대로 암묵적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이 소설 속에는 진실은 있으나 정의는 없다. 의뢰인의 요구대로 사실을 추구해나가는 고르디아누스, 진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나 정치적으로 사건을 이용한 키케로, 아버지를 살해했지만 그것보다는 정치적 보복이 더욱 두려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로스키우스, 키케로의 정의를 믿어 의심치 않는 노예 티로, 아버지 살해범을 단순히 신이 시켰다는 망상(?)때문에 찔러죽이고 계단에서 밀어서 흔적을 지우려는 어느 귀족 부인까지.... 어느 한사람 진실의 편에 서있는자 없고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하나의 진실을 두고 자신의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기 바쁘다.
진실. 그것은 인간은 결코 알 수 없는, 신의 영역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하나의 진실을 두고 인간은 그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채 자신이 바라본 쪽에서만 진실을 말하게 되고 그것은 사실이라는 이름을 지닌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이라는 작품과 묘하게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진실이 무엇이든 정의가 무엇이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고대 로마에 대한 풍부한 서술과 묘사다. 슬럼가에서부터 명망있는 귀족 저택 밀집지역, 로마 중앙의 포룸까지 로마 시내를 샅샅이 뒤집고 다니는 고르디아누스 때문에 550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는 로마시내 뒷골목이 너무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노예를 대하는 로마 시민의 태도라던지, 동성애에 대한 인식 등등 2천년 전의 로마가 살아움직이는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