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은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타짜>는 솔직히 재미있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동훈 감독의 이번 영화 <전우치>는 뭐라고 딱히 규정하기 어려운 영화다. 기존 한국영화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라서 그런건지, 홍길동 같은 한국형활극이 낯설어서 그런건지.... 

일단 히어로는 강동원. 지금껏 강동원은 김하늘과 함께 나온 <그녀를 믿지 마세요> 이후에는 사투리 때문에 말수가 적고 묵직한 역할 위주였는데, 솔직히 연기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강동원이기 때문에 대사가 별로 없이 표정이나 몸짓만으로 표현해야하는 연기에서는 나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전우치>에서는 쉴새없이 유해진과 같이 떠들면서 <그녀를 믿지 마세요>때처럼 사투리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깨방정 떠는 전우치라는 인물과도 조화가 잘 되어서 모델 강동원에게 잘 들어맞는 전우치라는 배역이 강동원을 이제서야 배우로 보이게 했다. 그리고 강동원의 우월한 기럭지와 외모는 확실히 영화보는 즐거움을 극장안 모든 여성 관객에게 선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ㅎㅎ 

전우치의 단짝 초랭이로 나온 유해진이야, 뭐 말할 필요가 없는 한국 최고의 연기자라서 평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강동원의 연기 구심점이 될 사람은 같이 깨방정 떨면서도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유해진 뿐이리라. 게다가 마지막 반전은 오롯이 초랭이의 몫!!! 반전이후의 머리를 찰랑~ 넘기는 씬은 포복절도에 방점을 찍어주었다.  

히로인은 임수정. 순수한 모습일때는 나름 괜찮았는데, 이미지란게 무서워서 난 아직도 임수정의 요부같은 모습은 잘 적응이 안된다. 뭐.. 나쁘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신인을 써도 나았을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조금 든다.  

문제의 악역! 김윤석. <타짜>에서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준 이후에 일일드라마에서 하희라 남편으로 나와서 아줌마들 욕은 다 들어먹더니 <추격자>에서 정점을 찍은, 소름끼치는 연기력의 소유자. <타짜>의 감독과 다시 한번 작업을 했는데....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충분히 못살린건 감독의 잘못이리라. 1990년대도 아니고 악인을 이분법적으로 그냥 나쁜놈으로 만들면 어쩌자는건지. 처음에 자기가 요괴인줄 모르다가 느닷없이 요괴라는 것을 자각하고 피리를 가지는 것에 모든 힘을 쏟는데,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가 바로 김윤석이 연기한 '화담'이었다.  

악인의 욕망을 충분히 그려내야만 주인공과의 사투에서도 주인공과 악역 그리고 여주인공 세사람의 진정성이 확보되는데 악인이 그저 그런 캐릭터라 영화가 전체적으로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도술을 쓰는 도사 이야기라 요괴가 명동 거리를 활보하는거야 비현실적이지만 살아있는 인간에게는 욕망을 충분히 주입시켜줘야 영화 전체가 살아날텐데, <범죄의 재구성>때 보여준 감독의 역량은 CG작업에 몰두하느라 다 날아가버렸는지...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두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극장 안은 소소한 웃음으로 유쾌했다. 한바탕 난장 속에서 강동원과 유해진 콤비는 쉴새없이 웃겨주고 엄숙한 척하면서 실수 연발의 신선3인방도 웃음의 한 축이었다.  

강동원님의 우월성에 대한 확인작업에다가 강동원이 편하게 연기하면서 깨방정떠는 모습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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