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스릴러의 완성이라 칭송한다.

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ㅣ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2부가 이리도 단숨에 읽어내리기 힘든 것은 작가의 의도대로 르포르타주의 형식을 가지고 3부를 위한 세밀한 밑그림이라리는 기대대로 역시! 작가는 3부에서 책을 놓을 틈도 주지 않았다(심지어 밥먹을 정신적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광고문구에서 일요일 저녁에는 '이 책'을 손에 들지 말라고 했는데.. 흡인력은 1부보다 더한, 끝이 어딜지 너무도 궁금해서 같이 달려가지 않을 수 없는 완전한 스릴러를 내게 선사해준다.  

  1부는 한 소녀의 실종과 관련한 진실을 한꺼풀씩 벗기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이었다면 2부는 살란데르의 과거를 세밀하게 조명하면서 3부에서는 더러운 과거를 덮으려는 세력과 파헤치려는 세력, 중립적인 공권력 등등 여러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모든 악'을 향해 달리는 스릴러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1부는 1부대로, 3부는 3부대로 그 재미를 100% 보장할만큼 흥미진진한 이 스웨덴 소설은 한참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국민통제'를 꿈꾼 비밀기관의 음모와 희생양 살란데르, 그녀의 벗이자 언론을 대표하는 슈퍼 블롬크비스트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정치적 스캔들이 될 여지 속에서의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 집단,진상을 파악할 힘이 없는 경찰 집단, 비밀조직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정보부까지, 살란데르를 둘러싸고 여러 조직들이 자신 혹은 조직의 이상을 놓고 진실을 추적해가는 모습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손에 땀을 쥐게하였다. 또한 누구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될지 모르는 마지막장까지 전혀 상투적이지 않은 전개를 이끌어낸 작가는 2부작과 3부작을 통해서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3부를 탈고한지 며칠 후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니었다 싶다. 스웨덴의 거의 모든 집단을 끌어들여 한 개인에게 자행된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 심판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오랜 기자 생활동안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던 그의 내부에서 숙성된 것이었으리라. 

  소설이 가질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충실하게 모든 선이 승리하고 살란데르는 인간으로써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모습을 마지막 장에서 그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책을 덮는 순간, 더 없는 성취감과 함께 동시에 아쉬움도 어쩔 수 없었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쌍둥이 동생 카밀라의 이야기와 함께 스웨덴의 역사 속에 남아 있는 나치와 공산주의, 민주주의 미성숙함에 대해 아직도 작가는 할 말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작가의 죽음으로 완결을 맺을 수 밖에 없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