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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ㅣ 한나 스웬슨 시리즈 1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근래 하드코어랄만한 미스터리를 많이 읽었더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코지 미스터리란 말에 가볍게 꺼내든 책. 연쇄살인에, 어둡고 음침한 설정들에 그에 못지 않은 지금의 현실.... 이것들과는 조금 동떨어진 미스터리를 읽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된 책.
레이크 에덴이라는.. 미국의 중산층 도시. 도로교통위반 딱지 끊는 것 정도가 경찰관과 마주치는 일상인 소박하고 소시민적인 마을이다. 강력사건은 일어날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런 곳에서 마을의 영웅이자 스타인 론이 죽고, 한나가 그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리고 형사는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한나가 수사를 하게 되고...
후훗, 하고 미소지을만한 추리 소설이다. 애거서 크리스티 시대로 되돌아갔지만 삶은 더욱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엄마와 사소한 것으로 내기를 하고, 동생과 티격태격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직업이지만 정말 사랑하는 쿠키를 굽고, 일이 끝나면 사랑하는 애완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와인한잔에 일상을 마무리하는... 그런 인간의 삶이 드러나있다.
머리 아프도록 끔찍해서 일상과는 너무나도 먼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여타 미스터리 소설과는 다르게.. 삶이 살아 움직이고 있어서 난 좋았다. (여타 리뷰에서는 이게 뭐냐는 식의 발언이 많아 조금 걱정했지만..) 엄마의 중매에 끔찍해하는 노처녀가 데이트에 조금은 설레여하고, 섹시한 남자에게 얼굴빨개지는 한나의 모습이 캐릭터를 살아움직이게 했다.
로맨스 소설의 허무맹랑함과 여성은 돈많고 잘생긴 남자에게 사족을 못쓴다는 식의 설정은 없지만 기본 틀은 할리퀸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미국 중산도시에 영국식 전통을 따르는 백인 마을이라는 것은 같다. 그 곳에서 말괄량이 딸은 천방지축이고, 조금은 부유한 어머니는 어떻게해서든 딸을 시집보내려 하고, 그리고 편안하고 말상대가 될만한 노먼과 소설 막바지에 등장한 섹시한 마이크 형사까지.. 이제 다음 시리즈에선 본격적인 로맨스가 펼쳐질테지. 후훗.
소소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소소함 속에서 쿠키를 먹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여타 하드코어 미스터리에서는 느끼지 못한 인간다움이 좋았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