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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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스티븐 킹 이외에는 아는 작가도 없다. 하지만 장르문학에 흠뻑 빠져있는 지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에, 한국 공포문학이라는 타이틀까지. 일상에 지친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첫 < 일방통행>과 다음 <은둔>을 읽고 가벼운 전율을 느꼈다. 대체 어디있다 이제 내 눈에 걸린거야~~ 라며 살짝 읊조렸다. 한국에도 이렇게 독창적이며 뛰어난 장르문학이 생겨나고 있다는 생각에 여간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이제 한국도 그럴때가 되었지.. 암...

  근대화는 일본 식민지 시대와 함께였고, 곧 이은 한국전쟁, 그리고 기나긴 독재... 문학은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장르문학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제 21세기가 되어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다. 괄목할만한 성장도 눈에 보인다. 공포호러 장르도, 미스터리 장르도, 모두다!

  아아~ 기쁘도다. 장르문학의 열광자로써 미국의 어느 동네가 아닌 서울의 한 동네가 무대이며, 내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생활 습관과 문화, 브랜드 등이 등장하는 것. 이것은 의외로 독서의 흡인력을 결정짓는 점이다. 뉴욕의 맨하탄이 어떤 동네인지는 몰라도, 강남역은 어떤 분위기인지 알지 않은가. 서구의 작가가 친절하게 맨해탄의 분위기까지 표현해주지 않는 것은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서울의 도로를 질주하고, 빽빽한 아파트 단지의 분위기까지.. 하나의 단어로 풍기는 뉘앙스를 읽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몰입. 그것은 번역 장르문학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여기 이 단편들도 우리 주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며. 무대이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연쇄살인은 먼나라의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어린이납치, 살인사건은 분통을 터뜨릴만한 일 아닌가.

  그러나 인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것, 익히 알고 있지만, 이 단편은 같은 방향만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와 두번째를 지나서 끝을 향해 달려가서 뒤돌아보는 순간, 이틀 내내 짜장면만 먹은 기분이었다. 1년만에 먹은 짜장면은 너무나도 맛있는 음식이지만, 이틀 내내 먹어봐라. 처음의 그 맛은 기억 저편의 것이 되고 만다...

  조금 더 다양한 공포를 실었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분명 박수쳐 주어야할 작품집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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