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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일본에서 작년 여름에 10대의 한 스모선수가 사망했다. 그리고 경찰이 조사했지만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혈관인지 심근계인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족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결국 사건 발생 반년이 넘어서야 사망이 의도된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 경찰이 부검만 했어도 이렇게 늦게 밝혀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목소리다. 하지만 경찰이 형식적으로나마 조사를 벌였고, 부검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경찰의 선에서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유족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사망으로부터 수십여일이 지난 후에야 부검이 이루어졌고, 폭행으로 인한 외상성 쇼크라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일본부검현실이라는 것, 이 책에도 자세하게 나온다. 사망자 가운데 1퍼센트만이 부검이 가능한 현실... 살인사건이라는 의혹이 없다면, 그대로 매장될 뿐이다. 부검의도 모자라고, 시설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판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 이후 일본 어느 방송국에서 일본부검현실을 짚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이 책에서처럼 Ai를 실행하면 부검에 대한 지금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퍼센티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었다. 물론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기계에 시신을 검사한다는 것은 일본의 정서상 상당한 거부감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렇다고 시신만을 위한 MRI는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책은, 현직 의사라 썼다는 메리트로 인해 대학병원내의 이야기가 진정성을 가진다. 꼭 대학병원 내의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효도가 뿌려대는 소문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이 현실적이다.
미스터리 역시 훌륭하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건을 파헤쳐가는 인물의 캐릭터였다. 다구치와 시라토리.완벽한 콤비다. 다구치의 게으르듯 하면서도 본질을 꿰뚫는 캐릭터도, 중구난방에 안하무인이면서도 펄떡펄떡 살아뛰는 활어 같은 시라토리의 완벽한 구성은 이 책을 한차원 높은 단계로 이끌고 있다.
게다가 화자 다구치의 유머에는 정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뺀질뺀질하다고 하나.. 그런 캐릭터를 창조해낸 작가가 갑자기 너무 좋아졌다.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 부검의와 마취의 문제, 소아 장기이식이 불가능한 현실 등등 병원이라는 직장에서 보고 들은 경험을 독자에게 친절하게, 사회를 향해 날카롭게 말하고 있다. 유머와 뻔뻔함과 때로는 독설을 섞어가면서...
실제로 일본은 소아 장기이식은 법적으로 전면 금지이며, 성인장기이식도 일본인의 정서상 거의 불가능하다. 지난 겨울에 일본 국내 장기 기증자에 의한, 5년만의 장기이식이 이루어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5개의 장기가 일본 각지의 5명의 환자를 살렸다는 뉴스가 꽤 화제가 되었었다. 선진국이면서 이상하게 사상만은 메이지 시대를 살고 있는 일본인과 고위공무원들을 보면서 작가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런 이야기가 주제가 아닌, 완벽한 엔터테인먼트의 소설이지만, 울림은 깊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다구치의 성격에 시라토리의 화술로 뺀질뺀질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현직의사 나름의 고뇌가 엿보인
수작이다!!!
다구치가 시라토리와 함께하는 소설이 보고싶다. 솔직히 시라토리 보다는... 다구치 팬이 되어버렸다. 나도 부정수소외래에 가보고 싶어졌다. 아니 구치외래에..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