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규칙 1
이안 콜드웰.더스틴 토머슨 지음, 정영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스릴러라는 껍데기를 둘러쓰고 있다. 빌이 죽고 <히프네로토마키아>에 관한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에 또 다른 음모들이 드러난다. 한 사람이 더 죽고 폴과 톰은 <히프네로토마키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달려간다.

  하지만 그 책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은 쉽게 정체를 드러낸다. 어떤 방해도 없이 폴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 폴과 톰에게 어떤 위협도 가해지지 않았고 어떤 위험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프린스턴 대학교 4학년생이며 학문과 진실을 사랑하는 사람일 뿐, 누구에게도 어떤 단체에도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솔직히 내 선입견을 토로해야겠다. 톰의 아버지가 죽은 것은 인위적인 사고였을 것이라고, 빌의 죽음 뒤에 폴에게도 그와 같은 위험이 닥치리라고, <히프네로토마키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결사대가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스릴러의 공식에 너무 충실했던 나는 그런 선입견을 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대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의 연속이었으며 대학생이 겪을 수 있는 고민의 나열이었으며 톰의 아버지의 사고는 우연적인 사건이었다. 게다가 빌의 죽음도 부각되지 않은 채 사건은 큰 모양새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어쩐지 빌의 죽음이 1권 마지막이 되어서야 나타나더라니. 다빈치 코드의 영향이었나 반성도 해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살해되어도 이 책 어디에서도 긴박한 사이렌은 울리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섬세하며 순진하고 세상의 악함에 대해 실상을 모르며 평범하다. 어디에도 스릴러 공식에 맞는 캐릭터는 없다.  또한 바램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가치를 지닌 보물을 찾아가는 스릴러가 범하기 쉬운 한가지 약점은 이 책에서 보지 않길 원했다. 그것은 보물을 채 찾지도 못하고, 혹은 찾아놓고도 사고에 의해 진실과 모든 것이 묻혀버리는 것이다. 단 한사람, 화자 혹은 주인공만 빼놓고 말이다. 그런데 나의 그런 소망은 무너져버렸다. 젠장..이게뭐야.. 너무하잖아.. 아쉬워하며 책을 덮었다. 결국 책의 암호풀기에 그쳤던 것이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인문주의 세계를 여행한 느낌이었다. 해박한 지식이 경이로웠다. 거기다 젊은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우정, 사랑에 대한 고민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네 명의 친구 사이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넘실거리고 케이시에 대한 사랑과 책에 대한 중독성에서 방황하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오늘날의 젊은이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결국 작가는 스릴러로 독자의 심장을 움켜쥐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르네상스와 인문주의의 세계로 인도하고 싶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젊은이들의 고뇌와 진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네 명의 주인공들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었다. 스릴러라는 껍질을 쓰고 있는 성장소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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