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면서 가장 수치스러웠던-잊고 싶으나 잊혀지지 않는, 누구에게도 말하기 부끄러운-일은?('상처'가 아니라 단순히 '수치'. 상처를 묻거나 캐고 싶은 생각은 없음)
일년 전이었어요. 그때 학원 다니면서 결혼한 언니들이 소개팅 해준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내가 느즈막하게 인간 사람들을 혹하게 할만한 뭔가가 생겼나 하고 한 주에 네 건의 소개팅 약속을 잡으며 제법 정신 없이 보냈죠.
왠지 누군가를 소개시켜줘야 할 것 같은 ‘처량한’ 나이란 게 있다는 걸 그때 알 리가 없었죠..
2. 죽기 전에 이것만큼은 해보고 싶다 하는 것 (개수에 제한 없음)
이건 전에 버킷리스트에서 썼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자전거로 7번 국도 여행
비행기는 타봤으니까, 좀 더 멀리까지 비행기 타고 가보기
쇼팽의 즉흥 환상곡(악보에 여러 음표들이 난무하는)을 쳐보는 것
장르불문, 긴 호흡으로 글 써보기.
누구랑 좀 비슷한데, 외국 남자랑 연애하기
때려죽인대도 어쩔 수 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누군가를 만나보는 것
사려 깊고 진지한 스승과 같이 공부하기
모든 나무들을 베어내선 안 된다는 법을 만들기?
또 뭐가 있을까, 나는야, 욕심 아치
3. 죽기 전까지 이것만큼은 가급적 하고 싶지 않다 하는 것
혼자서 끙끙대며 상대방의 맘을 갖고 소설 쓰는 짓(며칠 전에도 뜬금 오해를 했다.)
누군가의 상처를 후벼 파며 날카롭지 않았냐고 자신하는 짓
내 생각을 강요하며 횡설수설하는 짓
뭔가를 회피하듯 연애하는 짓
4. 지금 당장 급한 것, 꼭 해야 하는 것
적금 계획? 월급이 어디로 갔는지, 나는 몰라.
J씨랑 어떤 내기를 하지?
업무상 필요한 일
머리 감기? (간지럽다)
옥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관된 일과
5. 현재 가장 성욕을 불러 일으키는 주변 인물은?
그게 말이죠, 요샌 수면욕만 급격하게 많아져서... J씨가 옆에서 조잘대고 있어서 이 사람은 어떨까란 생각을 해봤어요. 참 좋긴 한데 성적으론 그다지 끌리지 않아요. 성욕보다 이건 어때요? 같이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은 있어요. 다정하기보다는 좀 거칠지만 졸라(그 분이 자주 쓰는 말) 재미있어요.
6. 성욕이 사그러드는 순간은?
상대방의 긴 발톱을 봤을 때, 조급한 손놀림에 지쳐갈 때, 전시하듯 성욕을 보여주며 내게도 강요할 때, 배부를 때? (^^), 속에 뭐가 꽉차서이기도 하고, 겉으로 불러 있을 때도 그렇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전 좀 자기중심적인데가 있어서 내가 귀찮아서 안 하는게 아니라면 겉으로 보이는건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기도 하고.
7. 이 질문은 비밀댓글로(위험함)
쉿!
8. 사기 당했던 경험?
사기라기보다는 귀가 얇아서, 여기저기 많이 끌려 다녔어요. 대학교 1학년 때 통학 버스에서 내렸는데 어떤 분이 와서 기운 없어 보인다고 접근해선 그 당시 한달 용돈의 5배가 넘는 금액을 주고 스쿠알렌을 구입했어요. 도금된 금시계를 추첨으로 사기도 했고(지금은 안 속는다고 하지만, 디자인 보고 예쁘다며 가끔씩 혹하기도 해요.)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썩은 생선을 헐값이란 말에 속아서 사기도 했어요.
써놓고 보니 나, 좀, 멍청한 것 같네.
9. 가장 두려운 것은?
나만 빼놓고 모든 게 너무 잘 돌아가고 있는걸 느낄 때
내 잘못으로 다른 누군가가 속상해하거나 안 좋은 맘을 먹는 것.
노후 계획을 안 세워놨으니 비참하게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는 것.(한때는 내가 나중에 행려병자가 될까 봐 두려웠어요.)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
10. 가장 최근에 펑펑 울었던 경험?
페이퍼에도 썼지만, 민에게 못되게 구는 제가 꼴 보기 싫어서 운 적이 있어요. 왜 난 이렇게 배려심이 없고, 못돼먹었는지, 이래 놓고 부모님과의 애착관계와 기타 등등에 대해서 원망한걸 생각하면 아찔했어요.
아, 쁘락치와 기타 등등의 눈을 피해서 –제 자리가 사방 오픈 자리라- 쓰느라 힘들었어요. 꼴에 일하는척 한다고 워드 파일 열고 어쩌고 하면서 다 썼지요. 써놓고보니 이거 쓰는게 꽤 힘들겠구나 싶어져, 답변해준 뽀님과 다락방님께 뭐라도 하나 드리고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