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포커싱을 하고 싶었는데, 난 여전히 카메라 사용법 초보라, 빛이 별로 없을 땐 어찌 할 수가 없어요.

 나는 동동주가 좋다. 동동주도 나를 좋아한다고 믿어본다. 동동주는 나를 만나면 새침하게 살얼음을 띄우고 모른척 하지만, 오랜만에 봤다며 반가워한다는걸 알 수 있다. 나 좋다고 자꾸 폴짝폴짝 뛰어서 트림이 나오게 하니까. 물론 나도 이 아이가 좋아서 머리가 무거워지고,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아도 자꾸자꾸 홀짝홀짝 마신다.

 내 님 좋아하는 곳에서 님과 함께 동동주를 마셨다.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는 장난같은 한 세상, 이 가사가 맞나? 님이란 말 좋다.- 술은 맛났고, 안주는 푸짐했으며, 대화는 둘이
자꾸 깬다, 깬다를 연발할 정도로 수다스럽고 흥미진진했다. 의욕해서 내기를 하고, 그 다음날엔 내기 포기 선언을 하고, 난 자꾸 깨방정을 떨어댔지만 내 님은 날 너그럽게 봐줬다. 날 봐줘서 고맙고, 살랑이는 말들을 '아 어쩜 좋아'를 연발할 정도로 즐겁게 풀어내서 고마웠어요.

  어제 차 안에서 잠든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는게 어렵지 않았다. 일찍 일어났으니 아침 독서라도 하는게 진정한 알라디너의 자질이겠으나 집에 있기 답답해서 회사에 갔다. 아이들 때문에 다른 분들 일하는데 방해될까봐 안 간다고 했더니 J가 그래도 애들이 이모 말은 잘, 아니 조금은 들으려고 노력하니까 괜찮다고 해줘서 갔는데, 요 녀석들 신이 났다.
 
 <몇가지 놀이들>

탱탱볼 튕기며 쫓아다니기
회사 앞 공터에서 뛰기
잡기 놀이하며 뛰기
다시 탱탱볼을 발로 차면서 놀기->달력 만걸 가지고 골프 치는 시늉을 하는 지희. 지희가 많이 차자, 한번씩 차는걸로 규칙을 정했다. ->한번씩 차는걸로 성이 안 찬 민이 드러눕자, 흥미 없어진 지희는 가져온 인형을 바닥에 죽 늘어뜨려 놓고 그네들과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옥찌가 영화 일기를 쓴대서 개구리 왕눈이를 보여줬다. 옥찌는 재미없다며 궁시렁댔다.
그래서 J씨가 갖고 다니던 USB에서 건진 '이웃집 토토로'를 같이 봤다. 검뎅이 귀신, 아, 밝은데 있다가 어두운데 가면 점점이 보이는 그 점들을 검뎅이 귀신이라고 했거나. 아이들보다 슬쩍 한번씩 훔쳐보는 내가 더 재미있었다.
영화를 다 본 후엔 화이트 보드판에 자석을 갖다가 붙이며 놀더니 유리 탁자에서 아랫 자석으로 윗 자석을 움직이며 신기해했다.
자석 놀이가 시들해지자,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더니,
친구들 집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누가 더 많이 화이트 보드에 약도를 그리는지의 문제로 몇차례 투닥이더니 극적인 해결-그만 그리기로-을 보았다.



  물론 그 틈틈히 다른 직원들에게 접근해, 뭐하냐고, 나도 할 수 있는거냐고, 같이 하자고, 놀아달라고 했지만.

 안다. 회사 동료들이 불편했을지도 모르고,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귀찮았을 수도 있다는 것. 어딘가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싶다는건 내 욕심이지 누구나 그 맘에 호응하는 것도 아니란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이모 말 잘 들어준 옥찌들과 어떤 마음인지 내색 않고 아이들이랑 어울려준 분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여론을 살펴서 다음에 또 회사 가야지.

 점심을 먹고 나선 야구를 했다. 카메라를 발견하더니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달려오는 옥찌. 아이가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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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1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정말 좋은데요. 절묘한 타이밍이에요. 정말로 달려오고 환하게 웃네요. 아- 기분 좋아지는 사진이에요. 헤헷.

Arch 2009-10-12 01:11   좋아요 0 | URL
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