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다. (늘 처음엔 이렇게 자신만만이다) 빨래통에 있는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버튼 몇개 누른 다음에 세제를 조금 넣는다. 세탁기를 돌린 다음 건조대에 널면 된다. 메뉴얼 한줄짜리도 안 되는 초간단 빨래하기지만 예기치 못한 경우들이 생기기 마련.

* 세제를 안 쓸 경우

  빨래 비누를 쓴다고 설치던 시절, 빨래를 세탁기에 넣은 다음 물을 받았다. 그런 다음 세탁기를 끄고, 비누거품 잘 날 것 같은 소재의 옷을 들어 비누칠을 했다. 허리 아프다. 허리 아픈 것에 비례비례해서 손이 아프고, 겨울엔 손이 시렵다. 이 방법으로는 안 되겠어 양동이에 물을 받아 비누를 녹여보거나 초벌 빨래라는 고단수들의 작업방식을 흉내내봤다. 비누는 쉽사리 녹지 않았고, 초벌 빨래는 실제 빨래만큼 힘들었다. 비누 대신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를 세탁기에 넣은적도 있다. 몇 번은 성공했고, 내심 나의 정보 접근성 뭐 그런 것에 쾌재를 불렀다. 결국 냄새(뭔가 탁한, 텁텁하고 시금털털한)와 찬물에 뭉친 가루 때문에 가족들에게 발각되어 한동안 세탁기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텔레비전에서 소개되는 살림의 여왕들의 솜씨대로라면 양파망에 빨래 비누를 잘게 썰어 돌린 다음에 헹굼시 꺼내면 되는 손쉬운 방법도 있다. 하지만 난 여왕이 아니라 아치라서 똑소리나는 설명만큼 일이 간단하지 않았다. 비누는 잘 안 썰어지고, 양파망의 매듭은 종종 엉켜버린다. 간신히 양파망을 건져내더라도 워낙 무신경해 탈수 다 끝나고 재세탁 후에야 발견하니 헹굼물을 지나치게 낭비한다.

* 섬유유연제를 넣을 경우

  나는 섬유유연제보다 더 와 닿는 피죤이란 상품의 냄새를 안다. 외출했다 들어와 방에 은은하게 배어있는 냄새와 갓 구운 빵이 아니라 갓 세탁된 옷에서 나는 ‘새물내’의 향긋한 버전인 피죤 냄새를 좋아하기까지 한다. 피죤을 넣으면 정전기가 생기지 않고, 목욕을 잘 안 하더라도 남들을 속일 수 있는 냄새를 풍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녀석을 넣을 경우엔 헹굼을 한번 더 하고, 번거롭게도 세탁 과정을 예의주시해서 마지막 헹굼시 잽싸게 넣어줘야한다. 귀찮은 일이다. 귀찮지 말라고 세탁기에는 섬유 유연제를 따로 넣는 투입구가 있지만 우리집 세탁기는 첫 헹굼시 피죤을 내려 향이 오래 남지 않게 된다. 그래서 안 썼더니 빨래에서 텁텁한 냄새가 난다고 식구들이 난리도 아니었다. 정전기나 냄새가 문제라면 식초는 어떨까 싶어 넣어봤는데 늘 양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 지금은 햇볕에 빨래를 바짝 말리면 냄새가 근사하단 식으로 피죤 안 넣는걸 퉁치고 있는 중이다. 여가 시간이 늘어난 가족 구성원이 생기는 경우에 금세 발각되고 말 임시방편.

* 빨래 말리기

 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빨래를 건조대에 말리는걸 보고선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가사 활동 제2편, 빨래를 말려볼까요'란 책이 있는줄 알았다. 어쩜 양말은 밑에, 속옷은 가지런히, 좀 두껍거나 구겨지면 안 되는 옷은 옷걸이를 이용하고, 모든 빨래는 털어서 널기까지. 나로선 대체 왜 그토록 오랫동안 빨래를 너는데 시간을 투자하는지 정녕 몰랐다. 내가 가사를 할 때의 원칙은 무조건 빨리, 최대한 효율적이고 빨리, 효육적이지 않아도 빨리이니까. 빨래를 왜 터는지조차 모르는 내가 빨래를 널 때면 바로 티가 났다. 뭔가 지저분하고, 빨지 않은 옷 같고, 빨래들이 애처롭게 건조대에 거추장스러운 소매를 걸치고 있는 형국이니 말 다 했다.
 한동안 시간이 났던 집안의 유일한 성인 남자, A. 내 무지막지한 이력을 알고 있는 A가 젠체하며 빨래를 너는데 Oh my God! 이건 뭐, 예술 작품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색깔을 맞춘걸까, 빨래의 형태를 통일 시켰나. 오바도 조금 이해해준다면, 햇살 아래서 태연하게 말라가는 빨래들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풋풋하고 정갈하게 건조되는 빨래는 오후의 노동 끝에 마시는 한잔의 차에 어울릴만한 멋들어진 배경처럼 빛이 났다.

* 모양내서 빨래 개우기

 이것 역시 이제껏 알 수 없는 분야였다. 내가 가사를 하는 방식은 '어차피'란 부사로 수렴된다. 어차피 더러워질거, 어차피 꺼내 입을거,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섞일거. 빨래 개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옷장에 잠시 있다가 펼쳐질거 뭐하러 모양내고, 시간 걸리게 각을 잡냐는식이었다.
 살림의 고수 B를 보고난 후, 가사가 맘 먹기에 따라서 얼마나 자신의 독자적인 상상력을 펼쳐보일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두꺼운 종이를 써서 옷집에서처럼 각을 잡은 티셔츠, 어찌어찌 낸 구멍에 끝을 집어넣어 감쪽같이 동그랗게 말린 양말, 정리하기 편하게 말린 속옷, 수건을 접는 일정한 비율에 관한 설명까지.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래서 배운대로 집에 와 해봤다. 뭔가 정돈되고 깔끔해진 느낌. 살림꾼이란 호칭을 친히 붙여주고 싶을 정도로 우쭐해지는 기분은 덤이었다. 물론 며칠가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가사에 대한, 어차피, 빨리, 더 빨리에 집착하는데다 신념까지랄 것도 없는 생각을 고수하는게 한결 편하다는걸 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토록 섬세하고 예술적인 행위라도 매번 같은식으로 매일 반복하는건 견딜 수 없다는걸 안다. 혹은 행여 주부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내 일이 될 수 있을지 모를 가사를 혼자 감당하는건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미리 가사 부적응자 내지는 가사 테러범 정도의 이미지를 씌워놓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몇가지 필요와 욕구는 있다. 책상이 폭탄 맞은 직후처럼 어질러져있을 때면 절실하게 살림 잘하는 방법들을 배워보고 싶다거나 가사를 잘 한다는 손쉽고 가벼운 칭찬을 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가사 노동은 그 정도로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라는것쯤은 안다. 돌 하나 한번 잘못 건들면 와르르 무너지는 위태로운 성처럼 좀 더 잘하려는 의욕은 나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목적도 보람도 발전도 없는 집안일의 지긋지긋한 현장만 남겨놓을 뿐이다. 물론 집안일을 무척 잘 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걸. 하지만 유지와 망가짐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간과 겉잡을 수 없는 피로감에 대해선 별다른 얘기가 없는걸로 봐서 일면 강요된 희생이란 생각도 든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 누구나 해야하지만, 왠만하면 피하고 싶은 일. 가사 노동은 늘 위태로운 경계에서 좀 더 맘 약하거나 떠맡겨지기 쉬운 사람의 몫이 된다.
 
 나는 빨래를 한다. 엉망진창 뒤죽박죽 세탁기 금지명령까지 받으며 빨래를 한다. 이건 내가 가사 노동을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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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1-18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래 말기랑 빨래 개기를 잘 하면 따로 다림질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만큼 가사일을 덜 수 있다는 거죠.

Arch 2010-01-20 00:28   좋아요 0 | URL
아, 다림질 영역이 따로 있었죠. 그거게 말입니다. 조선인님 프로필 사진 바뀌셨네.

조선인 2010-01-20 20:53   좋아요 0 | URL
한 2주 정도 원두 없이 버텼더랬어요. 그러다 어느날 확 돌아버려서... 이것저것 지르고 마지막으로 저 머그까지 질렀어요. 호호호

Arch 2010-01-20 23:07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은 버티면 안 되겠어요. 머그잔 정말 절묘해요^^

마늘빵 2010-01-1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내가 배워야 하는...

Arch 2010-01-20 00:29   좋아요 0 | URL
^^ 얼른 배워보아요.

2010-01-18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0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가 지도를 그려나가면서 책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혼자서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말예요. 같이 읽고, 공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자신이 읽어본 여성주의 책을 추천해주십사 리스트를 만들어봤어요.


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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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性 정치학
케이트 밀렛 지음, 김전유경 옮김 / 이후 / 2009년 1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2010년 01월 20일에 저장
구판절판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크리스타 볼프 지음, 김재영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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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뽀 추천
사랑받지 않을 용기- 알리스 슈바르처의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모명숙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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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람결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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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밑에 페이퍼에 세상의 모든딸들 뽀님이 추천하신걸 봤는데요, 저도 고딩때 읽었거든요. 고1때였나..그런데 와- 내용이 기억이 안나네요. 이게 한참 라디오에서 광고도 나오고 했었거든요. 세권짜리인가 그랬던것 같은데..그래서 잽싸게 책방에서 빌려 읽었는데..어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안날까요. 저질기억력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스트와 상관없이 그저 제 저질 기억력이 슬퍼서 쓰는 댓글이에요.)

Arch 2010-01-18 16:22   좋아요 0 | URL
그 책엔 희안함 마법이 있거든요. 술 때문이든, 담배 때문인든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은 내용을 기억 못한다는.

비로그인 2010-01-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알리스 슈바르처의 책들은 어떠실까요??
관련 없어보이지만 산드라 스타인그래버의 "모성 혁명" 도요..
매번 기웃거리기만 하다 몰래 방문 닫고 가기전, 머리 긁적이며 뭔가 남기고 갑니다..

첨 인사드립니다 ^^

Arch 2010-01-18 16:5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즐찾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다른님 서재에만 댓글을 남기시는거에요. 혼자 서운했는데 ^^ 히~ (못난 아치 같으니, 그럼 네가 먼저 남기지 않고선.)
말씀하신 책은 추가 할게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뵈어요. 알리스 슈바르처의 다른 책은 읽어서 읽은 책 리스트에 추가했어요.

뷰리풀말미잘 2010-01-1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갈리아의 딸들.

Arch 2010-01-18 17:04   좋아요 0 | URL
읽은 책 목록에 있어요. 미잘도 읽었구나!

Forgettable. 2010-01-1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군산모임때 제가 조선인님 드렸죠 ㅎㅎ

Arch 2010-01-20 00:26   좋아요 0 | URL
네, 추가할게요 ^^

머큐리 2010-01-1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정치학' '여성의 신비'...
글구 이런거 보다는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 심정적으로 더 큰 충격을 줬다능~~

Arch 2010-01-20 00:27   좋아요 0 | URL
성정치학은 추가하고, 여성의 신비는 다른 목록에 있어서 그냥 놔둘게요. 공지영 소설은 글쎄.. ^^

머큐리 2010-01-20 10:37   좋아요 0 | URL
무소의 뿔은 너무 식상한가요?? ㅎㅎ

Arch 2010-01-20 23:08   좋아요 0 | URL
식상한게 아니라, 공지영씨 소설은 별로 안 좋아해서... 아주 좋은 얘기이고, 괜찮은데 말이죠. 그래도 추가해요!

다락방 2010-01-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rch님, 일전에 제가 Jude님께도 댓글 단 적 있는데 말이죠,

저 리스트 중의 [모성혁명]이요, 서점마다 다 품절이길래 출판사에 전화했었거든요. 그랬더니 책도 품절이라 없기도 없지만, 있어도 팔 수가 없대요. 저자와 저작권계약기간이 다 끝나서요. 그래서 구할 수 없다고 하네요. '사서' 읽는건 아예 불가능 할 것 같아요. Arch님이 잘 하시는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만약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Arch 2010-01-20 00:27   좋아요 0 | URL
네, 기억하고 있죠. 그런데 도서관에도 없어요. 그냥 없으라지, 뭐~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이 미국적인 여성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면 나의 경험과 요구에 부합되는 여성주의 책 목록은 어떤게 있을까. 내가 읽은 책을 위주로 리스트를 구성해 보았다. 코멘트 부분은 업데이트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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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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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페니스 파시즘
노혜경.진중권 외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7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0년 01월 18일에 저장
절판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양이현정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4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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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모놀로그- 개정판
이브 엔슬러 지음, 류숙렬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9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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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0-01-18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하는 섹슈얼리티 빠졌어요.

Arch 2010-01-18 00:40   좋아요 0 | URL
나 그거 안 읽었어요.

조선인 2010-01-18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다 러너 '가부장제의 창조' 추천해요.

Arch 2010-01-18 15:55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고맙습니다. 음.. 리스트를 하나 더 만들어야겠어요.
 

  리치는 임신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에 자신이 지녔던 애증의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사랑과 증오의 물결에 사로잡히고, 아이의 순진함조차 시샘하고, 아이가 자라기를 희망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면서도 아이의 존재 모든 것에 묶이게 된다."고 한다.
 리치는 자신의 죄의식과 불안감과 주부와 엄마로서 부적절하다는 느낌, 지적, 예술적 삶의 많은 부분을 하찮은 집안일 때문에 희생시켰다는 분노 때문에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우리 인간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모성은 나에게 어떤 특정한 견해, 특정한 기대만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것은 내가 찾는 산부인과 대기실의 소책자에, 내가 읽은 소설에, 시어머니의 태도에, 내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 구체화되어 있다. 또한 시스틴 성당의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피에타)에 구체화되어 있고, 임신한 여성은 자기충족감에 몰입해 있는 여성이거나 아니면 기다리는 여성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에도 구체화되어 있다.
 여성은 언제나 기다리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연인을 기다리고, 달거리를 기다리고, 그것이 없으면 어쩌나 오면 어쩌나 두려워하며 기다리고, 남자가 전쟁터나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고,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완경을 기다리는 그런 존재로 여겨져 왔다."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 중 아드리엔느 리치의 <여성의 탄생에 대하여> -국내에는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로 소개됨.- 내용 중

 생리를 기다리는 나, 임신 캘린더에서 낯설고 괴이하게 임신을 그린 장면, 아이들을 돌보면서 미칠 듯이 화가 나던 순간. 모든 순간의 기억이 확장되고, 의미는 재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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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1-1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점에 갔다가 생각났는데, 혹시 [세상의 모든 딸들]이라는 책 읽어봤어요? 예전부터 추천해줘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던 책인데 안읽어봤으면 한 번 읽어봐요. 또 까먹고 있다가 이 페이퍼를 보고서야 떠올렸네요;;;
난 정말 술 줄여야 하나봐. ㅠㅠ

머큐리 2010-01-17 23:57   좋아요 0 | URL
아주 예전에 읽어서 가물가물~ 한데... 읽은 것이 맞나 헷갈리는 중...
아치님에게 소개할 만한 책임에는 틀림없는 듯한데....기억이...아..
담배 끊어야겠다..

Arch 2010-01-18 00:01   좋아요 0 | URL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요. 안 읽었나? 읽어볼게요. 고마워요. 뽀~
지금 들어온거에요? 혹시 그 사람 만나고 온거 아냐? 막 넘겨짚는다.ㅋㅋ

머큐리님, 이 책은 마술책이라 아삼아삼(눈에 자꾸 보이는 듯, 읽은 듯 착각이 나는 듯으로 활용해봄) 한가봐요. 담배 끊으면 계단 잘 오르내릴 수 있는데 ^^

Forgettable. 2010-01-18 00:00   좋아요 0 | URL
술담배가 우리의 기억력을 갉아먹어도 끊을 수는 없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걸요. ㅋㅋ
원시시대의 여성들 이야기인데, 태초의 페미니즘 소설이랄까요. (이렇게밖에 표현못하냐-_-)
우와우와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랑 아치님께 소개해줄만한 책이란 기억 둘이면 되는거죠 뭐!!

그 사람이 누구지... 워낙 많아서 그 사람이란 사람이; ㅋㅋㅋㅋㅋ

뷰리풀말미잘 2010-01-1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느끼는 건데 아치님은 점점 관조적인 사람이 되어 가는거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Arch 2010-01-18 00:34   좋아요 0 | URL
어떤 면에서? 책 내용만 갖다 붙여써서?

뷰리풀말미잘 2010-01-18 00:37   좋아요 0 | URL
그냥 아치님 당신이요.

2010-01-18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습관 2010-01-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당연히 나의 역활인 듯 얘기하는 신랑과,
한참 싸우곤 해요.

밤 늦게 배가 고프다며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할 경우에도.

전 정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역활을 짊어진다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싫어요.

전 아들을 낳게 된다면, 설겆이도 하게 하고, 가끔 음식도 만들게 하고, 상도 차리게 할 거예요.

근데, 아빠가 그런 생각을 안 하니 교육이 그렇게 될지 걱정이 좀 되긴 하네요.

Arch 2010-01-18 16:10   좋아요 0 | URL
많이 피곤하시겠어요... 당연한건 하나도 없는데 말예요.

제가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하면 사람들은 왜냐고 묻고, 그래서 왜인지 얘기를 해주면 모든 남자가 그렇진 않다는 얘기를 해요. 나한테 맞는 남자를 만나면 된다는 식이죠. 그런데 웃긴게 가사란게 여자의 일만은 아니지 않나란 암묵적인 생각들을 다같이 하면서도 결국은 개인의 선택으로 넘긴다는거에요. 결국 자기 복 타고 났다는 식으로. 전업 주부는 그래도 바깥에서 일하는 남자보다 일을 더 해야하나? 전 이것도 의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뭉퉁거려 의문이지 아주 확실하고 제대로 잘 알지는 못하고 있어요.
전 남자 아이에게 가사를 더 많이 시켜요. 조그만게 벌써 어디서 배웠는지 꽁무니를 빼려고 하는게 보여서. 참 지난한거 같기도 하고. 애 데리고 뭐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요.

습관 2010-01-1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많이 피곤해요.

그런데, 저도 참 교육을 잘(?) 받은 건지, 어떨때는 그런 역할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도 많다는 거지요.
슬퍼요.

저도 Archi님처럼 그럴 거예요.
남자 아이에게 더 많이 시킬 거예요. (굳게 결심)

Arch 2010-01-18 16:25   좋아요 0 | URL
^^ 저항하다가도, 다른 사람들은 잘 하는데 나만 왜 유별나게 굴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왜 남자들은 결혼만 하면 아침밥 사수에 목을 매는걸까요. 총각 때는 아침밥 안 먹고도 잘만 다니더만. 문득 든 생각 ^^ 굳게 결심한다는 부분에서 자꾸 웃음 나와요 히히
 

*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서로 모자인지 모르는 여자와 어린 남자. 아들이 국간을 볼줄 모르자, 여자가 하는 말.
- 국간도 볼줄 모르는게 아직 어린가보네.
하자, 우리 엄마
- 난 어른인데도 간 볼 줄 모르는데.

* 아빠와 엄마의 전화 통화
- 친구 만나서 반가워 죽을 뻔 했다니까.
- 죽으면 안 되지. 누가 술 샀어. 난 그게 중요하거든.

* 호박 무침을 아빠가 잘 드시자 엄마가 더 갖다드리며
- 쉬니까 빨리 먹어.

* 엄마의 말실수
(택시에 케이크 실으란 소릴) 야, 택시에다 케이크 썰어 넣어.
(옷걸이에다 빨래 널으란 소릴) 누구야, 옷걸이에다 빨래 집어넣어.

* 엄마가 내 방귀 냄새를 맡고선,
- 창자가 어떻게 생겼냐.

* 엄마가 친구 중 한분이 밥 먹고 이에서 찌꺼기를 빼낸다고, 더러워 죽겠다고 계속 흉보길래,
- 그럼 왜 말을 안 했어.
- 자기가 알아서 통제하길 바랐지
- 몇년 기다렸는데 안 되면 말해야지.

* 한동안 말이 없던 둘, 서로의 배를 쳐다보다 이윽고 엄마,
- 고생했다더니 아니구만.

* 내가 밤에 운동을 하러 나가면서
- 엄마, 동네 한바퀴 돌고 올게
하자
- 동네 한바퀴 돌고 온다더니 못돌아온 애가 있더라고.
하신다. 이상한 소문만 듣고 다니셔.

* 지희가 자기는 할머니라고 부르는데 왜 이모는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냐고 묻자, 엄마가 하시는 말.
- 아직 이해가 부족해. 어려서.

* 선녀와 나무꾼을 읽다 나무꾼이 사슴을 쓰다듬는 그림을 본 옥찌.
- 아버지가 사슴을 더듬었습니다.

* 참새 그리던 옥찌,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민에게 묻는다.
- 지민아, 참새 앞머리 있게 할까 없게 할까.
참새가 앞머리가 있었나.

* 민, 이외수씨가 표지로 나와있는 잡지를 보더니
- 이모, 왜 남잔데 머리가 길어?

* 늘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네덜란드로 읽는 우리 엄마

* 샤워하고선 수건이 없어 그냥 나온 나를 본 동생
- 더러워 얼른 옷 입어
라고 하길래 내가 지희한테
- 지희야, 이모 몸이 더럽냐?
했더니 옥찌,
- 아니, 예뻐. 아! 나 막내 이모 편이지? 안 예뻐.

* 민, 참깨 볶은걸 먹는데 톡톡 터지니까.
- 이모, 참깨에 씨가 들어 있어.

* 옥찌들이랑 엄마 아빠 놀이를 했다. 아기인 내가 민에게
- 아빠, 밥 줘. 배고파, 으아앙~
이랬더니 민,
- (쑥쓰러운 듯 몸을 배배 꼬며 뒷짐 지고선) 아가, 엄마한테 해달라 그래.

* 옥찌 자기 엄마 얼굴을 바짝 대서 들여다보며 아주 예쁜 목소리로
- 엄마, 내 눈알은 하얀한데 엄마 눈알은 빨개.

* 민이 아주 크게 방귀를 뀌어서 내가,
- 민 몇살이지?
- 다섯살
- 민 방귀 소리가...
- 아홉살 같아?
 민, 아홉살 방귀를 아는거야?

* - 엄마 돌아가시면 누가 청소하지?
- 아빠
- 아빠 돌아가시면
- 개구렁 돼지
- 그게 뭔데?
- 개집

* 누가 더러운 짓 해서 내가 째려봤더니 민,
- 왜 쫓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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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0-01-1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하나 없었음 밤에만 노출해 놓은 다음에 지우려고 했어요. 할말을 잃게 만드는 유머인가 싶어, 전전긍긍.
추천의 의미 ---> 할말을 잃어서 라면 할말 없지만, 씁!

조선인 2010-01-18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민이가 좋아요. ^^

Arch 2010-01-18 15:48   좋아요 0 | URL
^^ 히~

습관 2010-01-1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생활속의 소소한 웃기는 이야기들이 좋아요. ^^

Arch 2010-01-18 15:49   좋아요 0 | URL
소소하다고 생각 안 했는데 ^^ 더럽거나 극악스럽단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습관님 고맙습니다.

무스탕 2010-01-1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홉살의 방귀를 아는 민. 너무 빨리 크지 마라 ^^

Arch 2010-01-18 15:49   좋아요 0 | URL
난 무스탕님도 알거라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