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는 임신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에 자신이 지녔던 애증의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사랑과 증오의 물결에 사로잡히고, 아이의 순진함조차 시샘하고, 아이가 자라기를 희망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면서도 아이의 존재 모든 것에 묶이게 된다."고 한다.
리치는 자신의 죄의식과 불안감과 주부와 엄마로서 부적절하다는 느낌, 지적, 예술적 삶의 많은 부분을 하찮은 집안일 때문에 희생시켰다는 분노 때문에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우리 인간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모성은 나에게 어떤 특정한 견해, 특정한 기대만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것은 내가 찾는 산부인과 대기실의 소책자에, 내가 읽은 소설에, 시어머니의 태도에, 내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 구체화되어 있다. 또한 시스틴 성당의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피에타)에 구체화되어 있고, 임신한 여성은 자기충족감에 몰입해 있는 여성이거나 아니면 기다리는 여성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에도 구체화되어 있다.
여성은 언제나 기다리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연인을 기다리고, 달거리를 기다리고, 그것이 없으면 어쩌나 오면 어쩌나 두려워하며 기다리고, 남자가 전쟁터나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고,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완경을 기다리는 그런 존재로 여겨져 왔다."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 중 아드리엔느 리치의 <여성의 탄생에 대하여> -국내에는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로 소개됨.- 내용 중
생리를 기다리는 나, 임신 캘린더에서 낯설고 괴이하게 임신을 그린 장면, 아이들을 돌보면서 미칠 듯이 화가 나던 순간. 모든 순간의 기억이 확장되고, 의미는 재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