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는 임신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에 자신이 지녔던 애증의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사랑과 증오의 물결에 사로잡히고, 아이의 순진함조차 시샘하고, 아이가 자라기를 희망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면서도 아이의 존재 모든 것에 묶이게 된다."고 한다.
 리치는 자신의 죄의식과 불안감과 주부와 엄마로서 부적절하다는 느낌, 지적, 예술적 삶의 많은 부분을 하찮은 집안일 때문에 희생시켰다는 분노 때문에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우리 인간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모성은 나에게 어떤 특정한 견해, 특정한 기대만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것은 내가 찾는 산부인과 대기실의 소책자에, 내가 읽은 소설에, 시어머니의 태도에, 내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 구체화되어 있다. 또한 시스틴 성당의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피에타)에 구체화되어 있고, 임신한 여성은 자기충족감에 몰입해 있는 여성이거나 아니면 기다리는 여성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에도 구체화되어 있다.
 여성은 언제나 기다리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연인을 기다리고, 달거리를 기다리고, 그것이 없으면 어쩌나 오면 어쩌나 두려워하며 기다리고, 남자가 전쟁터나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고,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완경을 기다리는 그런 존재로 여겨져 왔다."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 중 아드리엔느 리치의 <여성의 탄생에 대하여> -국내에는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로 소개됨.- 내용 중

 생리를 기다리는 나, 임신 캘린더에서 낯설고 괴이하게 임신을 그린 장면, 아이들을 돌보면서 미칠 듯이 화가 나던 순간. 모든 순간의 기억이 확장되고, 의미는 재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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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1-1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점에 갔다가 생각났는데, 혹시 [세상의 모든 딸들]이라는 책 읽어봤어요? 예전부터 추천해줘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던 책인데 안읽어봤으면 한 번 읽어봐요. 또 까먹고 있다가 이 페이퍼를 보고서야 떠올렸네요;;;
난 정말 술 줄여야 하나봐. ㅠㅠ

머큐리 2010-01-17 23:57   좋아요 0 | URL
아주 예전에 읽어서 가물가물~ 한데... 읽은 것이 맞나 헷갈리는 중...
아치님에게 소개할 만한 책임에는 틀림없는 듯한데....기억이...아..
담배 끊어야겠다..

Arch 2010-01-18 00:01   좋아요 0 | URL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요. 안 읽었나? 읽어볼게요. 고마워요. 뽀~
지금 들어온거에요? 혹시 그 사람 만나고 온거 아냐? 막 넘겨짚는다.ㅋㅋ

머큐리님, 이 책은 마술책이라 아삼아삼(눈에 자꾸 보이는 듯, 읽은 듯 착각이 나는 듯으로 활용해봄) 한가봐요. 담배 끊으면 계단 잘 오르내릴 수 있는데 ^^

Forgettable. 2010-01-18 00:00   좋아요 0 | URL
술담배가 우리의 기억력을 갉아먹어도 끊을 수는 없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걸요. ㅋㅋ
원시시대의 여성들 이야기인데, 태초의 페미니즘 소설이랄까요. (이렇게밖에 표현못하냐-_-)
우와우와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랑 아치님께 소개해줄만한 책이란 기억 둘이면 되는거죠 뭐!!

그 사람이 누구지... 워낙 많아서 그 사람이란 사람이; ㅋㅋㅋㅋㅋ

뷰리풀말미잘 2010-01-1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느끼는 건데 아치님은 점점 관조적인 사람이 되어 가는거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Arch 2010-01-18 00:34   좋아요 0 | URL
어떤 면에서? 책 내용만 갖다 붙여써서?

뷰리풀말미잘 2010-01-18 00:37   좋아요 0 | URL
그냥 아치님 당신이요.

2010-01-18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0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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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8 0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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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8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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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8 0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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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8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습관 2010-01-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당연히 나의 역활인 듯 얘기하는 신랑과,
한참 싸우곤 해요.

밤 늦게 배가 고프다며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할 경우에도.

전 정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역활을 짊어진다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싫어요.

전 아들을 낳게 된다면, 설겆이도 하게 하고, 가끔 음식도 만들게 하고, 상도 차리게 할 거예요.

근데, 아빠가 그런 생각을 안 하니 교육이 그렇게 될지 걱정이 좀 되긴 하네요.

Arch 2010-01-18 16:10   좋아요 0 | URL
많이 피곤하시겠어요... 당연한건 하나도 없는데 말예요.

제가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하면 사람들은 왜냐고 묻고, 그래서 왜인지 얘기를 해주면 모든 남자가 그렇진 않다는 얘기를 해요. 나한테 맞는 남자를 만나면 된다는 식이죠. 그런데 웃긴게 가사란게 여자의 일만은 아니지 않나란 암묵적인 생각들을 다같이 하면서도 결국은 개인의 선택으로 넘긴다는거에요. 결국 자기 복 타고 났다는 식으로. 전업 주부는 그래도 바깥에서 일하는 남자보다 일을 더 해야하나? 전 이것도 의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뭉퉁거려 의문이지 아주 확실하고 제대로 잘 알지는 못하고 있어요.
전 남자 아이에게 가사를 더 많이 시켜요. 조그만게 벌써 어디서 배웠는지 꽁무니를 빼려고 하는게 보여서. 참 지난한거 같기도 하고. 애 데리고 뭐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요.

습관 2010-01-1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많이 피곤해요.

그런데, 저도 참 교육을 잘(?) 받은 건지, 어떨때는 그런 역할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도 많다는 거지요.
슬퍼요.

저도 Archi님처럼 그럴 거예요.
남자 아이에게 더 많이 시킬 거예요. (굳게 결심)

Arch 2010-01-18 16:25   좋아요 0 | URL
^^ 저항하다가도, 다른 사람들은 잘 하는데 나만 왜 유별나게 굴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왜 남자들은 결혼만 하면 아침밥 사수에 목을 매는걸까요. 총각 때는 아침밥 안 먹고도 잘만 다니더만. 문득 든 생각 ^^ 굳게 결심한다는 부분에서 자꾸 웃음 나와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