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하루 아침에 딱 끝나는 것은 아닐 텐데
선선한게 아니라 춥다는 느낌이었던 북한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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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8-27 11:29   좋아요 0 | URL
그저께, 그끄저께까지는 너무 더워서 솔까 웃통 벗고 어깨에 물수건까지 두르고 컴퓨터 작업했습니다. 옆집, 뒷집, 윗집에서 에어컨을 틀어서 그런지 제 방은 그야말로 찜통이었습니다. 몸에 불이 난 것처럼 화끈화끈 후끈후끈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였죠. 근데 어제부터 거짓말같이 날씨가 싹 바뀌었네요. 간밤엔 정말 약간 춥다는 느낌까지 들어 반팔이지만 옷 입고 이불까지 덮고 잤네요.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여름과 가을이 급뒤바뀔 수 있나요? 하지만 아무리 찜통더위가 견디기 힘들다 하더라도 여름이 가는 건 정말 아쉽습니다. 선선해져 살 것 같긴 한데, 절정에 올라 연일 이글거렸던 태양이 점점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는 건 뭔가 허무한 느낌이 듭니다. 근데 쑥 님의 위 사진들은 정말 절정에 달한 여름의 마지막 풍경인 것 같기도 하고, 선선한 공기로 여름을 밀어내며 갑자기 찾아온 초가을 풍경인 것 같기도 하네요. 코끝에 상쾌한 피톤치드가 훅 끼쳐오는 느낌입니다. 즐감했네요~^^

2017-08-27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다시보기 하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세 번째 보기인데
그래도 새로운 장면과 마음들이 보인다.
언제봐도 힐링이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처음 봤을 땐 집중이 안되고
그저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두번째 봤을 때 정말 재밌게 봤다.
특히 동생 캐릭터는 본받을 점이 너무 많다.
아주 독립적이고 씩씩하다.

늘 느끼는 거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는
어른보다 나은 아이가 등장하거나 주인공이다.
어른이 어른값을 못하는데
그게 어른을 비판하거나 질책하듯이 그려지지않고
그래도 괜찮아.로 보여서 부담스럽지 않다.

무거운 소설들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던 여름이
가고 있다. 내일은 비내리는 처서가 될 전망인데
처서에 관해서 내가 제일 재미있어 하는 말은

모기도 입이 돌아간다는 처서,이다.
내일 저녁은 부추를 많이 넣어서
순대국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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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찾아서 봤다기 보다, 봤더니 고레에다 히로카즈였던 그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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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주인공이 그렇고 그런 로드무비. 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주인공 형아의 씩씩함과 동생의 천진난만한 자유로움이 인상적. 고레에다 작품 속의 아이드은 다 독립적이면서 성숙하다. 두 번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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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작품 가운데 가잘 덜 유명한 영화이지 싶은데, 영화라기 보다 다큐느낌. 아마도 다큐였었나? 신기하게 영화 보다 그 날의 극장 풍경이 잊혀지지 않는 작품. 그래도 다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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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에 한라산에는 큰 눈이 내렸다. 우리는 눈을 구경하려 비자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중산간의 숲을 찾아갔다. 눈으로 뒤덮은 비자나무숲은 생각만큼 아름다웠고 그 길을 걷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잠시 쉬는 동안 보온병에 담아간 물로 커피를 내려 마시기로 했다.커피를 내리던 내눈에 들어노는 것이 하나 있었다. 처음 보는 붉은 열매였다. 앵두 같기도 하고 석류의 속살 같기도 했는데, 흰 눈 위에 놓여 있는 모양이 참 고왔다. 나는 그 열매를 주워 생각도 하기 전에 입속으로 가져갔다.

 열매를 깨물자 과즙이 터져나왔고 나의 비명도 함께 터져 나왔다. 맛을 느낄 새도 없고 아리고 맵고 뜨겁고 따가운 감각이 입 전체를 휘감았다. 바로 입에 있던 열매를 다 뱉어내었지만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점점 심해졌다. 친구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놀라면서도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면 내가 먹은 열매의 사진을 몇 장 찍어 두었다.

 내려오는 길에 한 친구는 인터넷 검색으로 내가 먹은 것의 정체를 찾아주었다. 천남성이라는 식물의 열매라고 했다. 강한 염기성과 독성이 있어 조선 시대에는 사약의 주재료로 쓰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행스러운 일은 열매를 삼키지 않고 뱉었다는 것이었고 불생스러운 일은 내 입술과 혀가 퉁퉁 붓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숲길을 다 내려와 물로 입을 몇 번이고 씻어내고 나서야 통증은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그날 저녁, 나는 입속이 다 헐은 채로 낮에 먹은 열매에 대해 더 알아보았다. 친구의 말처럼 내가 먹은 천남성은 부자라는 식물과 함께 사약의 주재료로 쓰였다.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장면과 달리 사약은 마시자마자 피를 토하고 죽음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마시고 마서 위장에서 사약이 흡수될 떄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이 얼마간 더 따른다. 비운의 삶을 살다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서 죽음을 맞이한 단종은 사약을 마신 후 약기운을 빨리 돌게 하기 위해 군불을 땐 따뜻한 방에 들기고 했다. 또 하나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은 사약의 말뜻이다. 사는 죽을 사가 아니라 줄 사자를 쓴다. 말 그대로 왕이 하사한 약이라는 것이다. 육신을 훼손하는 능지처참이나 참수형에 비해 조금 관대하다는 의미였을까.

 

놀라운 것은 이 천남성이라는 식물이 소음 체질의 사람에게는 약으로 처방된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천식과 중풍, 파상풍 관절염에 널리 사용되어왔다고 한다. 물론 자연에서 채취된 생약을 가공해 처방 재료로 만드는 한의학의 포제라는 과정을 거친 후에 말이다.

 

극약이 곧 극독이고 극독이 곧 극약이라는 말은 수사가 아니었다. 실제로 우리가 몸으로 들이는 것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마음으로 들이는 숱한 사람들과 관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극약과 극독 중에서

 

순대를 좋아했다. 고기와 비슷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분식집 같은 곳에서 순대를 덮어두었던 비닐이 열릴 때 훅 끼쳐 나오는 김을 보는 일도 좋아했다. 올라오는 김이 적으면 조금 전 누가 순대를 사갔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고, 김이 풍성하게 오르면 순대를 사간 사람이 한동안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허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순대를 파는 분께서는 내게 간과 허파도 함께 넣겠느냐고 물어오는데 그럴 때마다 간은 먹지 않겠다고 했다. 한 친구에게 간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생긴 버릇이다.

 

친구는 맛있는 돼지 간을 분별하는 법을 내게 알려주었다.....

 

순대와 혁명 중에서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 시험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는 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했다.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가족이 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자고 했다. 절을 알아봐줄 테니 출가는 하는 것도 생각해보라고도 덧붙였다.

 

불친절한 노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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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인의 손바닥,

애정선 어딘가에 걸쳐 있는

희끄므레한 잔금처럼 누워

 

아직 뜨지 않은 칠월 하늘의

점성술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보고 있었다

 

미신 중에서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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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5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5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마 전 태백 여행길에서 선물 받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걸...하고 기억을 곱씹으니

정시인님이 추천해 준 시인들 중의 한 명이었다.

창비시선 411번이다. 신용목 시집.  

 

나비

 

내 왼쪽 어깻죽지에는 가을 새벽에 산을 오르는 호랑이 한마리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낙엽이 겨울 바닥에서 차갑게 죽어가는 화요일.

 

꿈에서 덮었던 끝없이 펼쳐진 모포,

눈이 내리고

 

난로 위에서 주전자가 돼지감자 소리로 끓고 있을 떄,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죽음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의 중력이 체험되는 것이다.

메모까지 하고

골몰한다. 무슨뜻일까?

 

눈이 내리고

 

중략

 

 

대합실

 

나는 그가 오는 모든 시간을 세시라고 부르는 사람입니다. 세시가 그를 데려온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이 행성에 내리기 위해 멀리서부터....

누군가 흔들어 깨보면 늘 그랬습니다. 세시에 도착하기 위해 졸업을 하고 직장을 잃고

 

그림자를 껴안고 누워 울었습니다. 그림자는 어느날 절벽으로 뛰어내린 자의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 행성으로 떠나는 꿈으로부터....

누군가 그를 흔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부스스 일어나 차창처럼 절벽을 열고 바라볼 텐데,

 

세시는 얼마나 높은 곳을 지나갑니까?

 

중략

 

 

절반만 말해진 거짓

 

이제 놀라지 않는다

새가 실수로 하늘의 푸른 살을 찢고 들어간다해도

 

그것은 나무들의 짓이라고

오래전 내가 청춘의 주인인 슬픔에게 빌린 손으로 연못에 돌을 던졌던 것처럼

공원 새들을 모조리 내던지는

나무들,

서서 잠든 물의 무덤들

 

중략

 

다 읽고 좋은 시를 고른 것이 아니라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데 고르게 좋다, 왜 정시인님이 그렇게 좋다고 말했는지 알겠다. 집나간 슬픈 마음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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