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구판절판


은행이라는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대들면 곧 지는 거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선배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아무리 열 받아도 화내지 마라. 그리고 그걸 발판으로 삼아라. -10쪽

은행은 맑은 날엔 우산을 씌워주지만 비가 오면 빼앗아가는 곳이라고들 하지. -58쪽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직에 대해 아무런 반감 없이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하자고 결심했다면 그거야말로 큰 착각이다. 은행이라는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감정’과 ‘현실’의 갈등을 이겨내 항상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153쪽

아버지는 패배자였다. 패배자는 처음부터 패배자였던 게 아니라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293쪽

은행이란 곳은 출세를 못하면 끝장이다. 이 조직은 밑에서 올려다보는 풍경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전혀 다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위에선 인간뿐이다.-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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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가게에서는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면 그날 들어온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만들어서 대접한다는 것이 내 영업방침이다. (1권)

- 냉국이란 말린 잔멸치나 전갱이로 맛을 내어 우린 국물에 오이와 차조기, 참깨 등의 건더기를 넣은, 된장국을 차갑게 하여 밥을 말아먹는 큐슈의 향토요리이다. 여름에는 시원해서 아주 좋다. (2권)

- 여자에게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아이, 남자, 콜라겐 순이야
- 가을 가지는 며느리에게 먹이지 마라?!
- 양념장은 어니언슬라이스와 가다랑어포를 얹어서 간장과 참기름을 뿌려주세요.
- 동지에는 호박을 찐다. 유래는 따로 있겠지만 옛날부터 그랬으니까, 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시시콜콜 따지는 게 너무 싫거든. (4권)

- 올리브오일에 절인 정어리 통조림...얇게 썬 양파를 얹은 정어리통조림을 캔째로 석쇠에 올려 굽는다. 뽀글뽀글 거품이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간장을 뿌린다. (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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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품절


밤에 하는 드라이브가 좋아. 왠지 스스로에게 묻는 기분이 들어. 넌 누구냐,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느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운전하다 보면 어둠 속을 달리는 것이 마치 시간을 뚫고 행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왠지 기운이 나. -95쪽

중요한 건 이상하다고 느끼는 감성과 왜인가를 생각할 줄 아는 상상력이야. -243쪽

"둘이서 시간을 들여 바꿔 가는 게 당연하잖아. 남편이 당신의 변화를 견뎌내지 못한 건 당신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곳에서 멋대로, 순식간에 변모했기 때문이야. 그런 변화가 그에게 적용될 수 있을 리 없었겠지. 결국 당신은 두 사람의 역사를 만드는 걸 포기한 거야. 당신에게는 그와 결혼할 자격이 없었던 셈이지." -274쪽

우리는 어쩌면 닮았는지도 모른다. 남에게 기대하지도 않고 남을 믿지도 않는 주제에 뭔가 바란다. 그리고 어느덧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머나먼 곳으로 가 버린다.
"참 고독하지"
내가 농담처럼 말했다.-275쪽

그 말을 듣자 나 자신이 공기 빠진 풍선처럼 느껴졌다. 왜 그렇게 흥분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 건 결코 끝이 아니라 늘 무엇인가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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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구판절판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말한다고 변할 정도면 괜찮은 조직이다. 호프자동차는 지금 어떻게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썩어가고 있다. 게다가 나는 이 썩은 조직의 일원이자 중간관리자 입장이다. 썩어도 내 회사다. 버리고 싶어도 이제 와서 달리 갈 곳도 없다. 생각해보면 호프자동차란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이름인가. 그 호프, 희망이야 어찌되었건 이 조직에 쭈그려 처박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조직원이다. -105쪽

이제 와서 지난 일을 어떻게 할 순 없지. 하지만 인간에게는 뛰어넘지 않으면 결코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장애물이 있네. 회사도 마찬가지야. 우리 회사에게는 그 사고의 진상 규명이 바로 그런 거야. … 내게는 믿음이 있어.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재평가는 가능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거네. .. 사고라는 과거를 대면하지 않으면 지금 우리는 살아남질 못해. 중소기업이란 이렇게 늘 벼랑 끝을 걷고 있는 신세지. -184쪽

'톱니바퀴'라는 말에는 좋은 이미지가 없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 톱니바퀴가 어긋난 인생, 톱니바퀴는 얽매인 상황의 필수품이요, 그저 마모되어 갈 뿐인 하잘 것 없는 부품이다. 소모될 경우, 버리면 그만이다.
결국 사람도 모두 톱니바퀴다. 끊임없이 움직이길 바라는 톱니바퀴. 톱니바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하찮고 무기력한 것이지만 그 역할은 크다. 게다가 결코 벗어나선 안되는 정교한 리듬을 요구한다...일단 어긋난 톱니바퀴는 속수무책으로 모든 것을 헝클고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회사뿐만이 아니라 사생활까지도. -190쪽

관료적인 조직에서는 어디까지나 사내를 통솔하는 균형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모르는 자는 모두 초식 동물이다.-141, 341쪽

냉정하다기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남자의 얼굴에서 온도 차가 느껴졌다. 회사를 찾아왔던 열정적인 기자. 그리고 지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남자. 목적을 지닌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의 차이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402쪽

직장인은 주관과 객관의 균형 위에 성립되지.
주관과 객관, 그 두 가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인 성공 뒤에 숨겨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주관적인 불만. 객관적으로는 만족스러워도 주관적으로는 부족하다. 주관과 객관이 양립했을 때 꿈은 실현된다. 어쩌면 꿈이 실현되었을 때 주관과 객관이 양립되는 게 아닐까. -4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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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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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아니겠지만, 옛날 일본인들은 죽음이 가까워지면 대개 여행을 떠났다고 해. 그 중 한 부류는 벚꽃이 필 때 남쪽에서부터 열도를 따라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는 거야. 벚꽃을 따라 벚꽃이 질 때까지 말이야.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해. 또 한 부류는 베옷을 입고 죽음이 찾아오는 바로 그 순간까지 무작정 걷는 거야. 그날 내가 본 무리는 스님들 같았어. 순간 나는 무엇에 씐 사람처럼 나도 모르게 그들의 뒤를 따라갔지. 아마 반나절 정도는 걸었던 것 같아. 마치 죽음에 입문하듯이 말이야. 그때 난 겨우 스물아홉 살이었어. (대설주의보)-89쪽

늘 그리워하지는 않아도 언젠가 서로를 다시 찾게 되고 그때마다 헤어지는 것조차 무의미한 관계가 있다. (대설주의보)
사람을 만나다 보면 변하지 않는 관계가 있고 또한 변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이를테면 그녀와 나는 둘 다에 해당하는 관계였다. (오대산 하늘 구경)-101, 169쪽

왜 우리는 늘 비석 없는 무덤들처럼 공허한 것일까. 여름 한낮 햇빛에 뜨겁게 타고 있는 빈 마당을 볼 때처럼. 다만 혼자일 뿐인데, 실은 나도 그게 견디기 힘들어.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148쪽

장점이 상대방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누가 봐도 99점이지만 바로 그 점이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나는 80점 정도면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유동적으로 비워놓는 거죠. 그 유동성이 실은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잖아요. (오대산 하늘 구경)-172쪽

세상에 아무 뜻도 없는 돈이 있군요. 그런 건 없는 줄 알았는데. (오대산 하늘 구경)-184쪽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시는 여자와 같은 것이더군.
한 번 배신당하면 두 번 다시 울어주지 않더군. 시는 또 물질적으로 눈물과 성분이 같거든. 그것이 굳어 고요한 새벽에 푸르른 돌로 변하게 되지. (도비도에서 생긴 일)
-229쪽

……토지 문화관에서 남쪽으로 고개를 넘어가면 귀래라는 마을이 나옵니다.
원주의 가장 남쪽이면서 충청도와 맞닿아 있는 마을이죠. 꽃집에 팔려고 집단 재배를 하는 건지, 그 동네에 가면 달리아밭이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해뜰 무렵 가보면 일대가 온통 숯불을 피워놓은 듯 장관이죠.
늘 혼자 가서 보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마음의 불이 식어간다고 느껴질 때마다. (여행, 여름)-259쪽

일상성과 진정성의 긴장 속에서 후자 쪽으로 투신하던 인물들이 어느덧 일상성 속으로 완전히 포섭된 삶을 직시하면서 희미한 구원의 순간을 기다리는 쪽으로 변해온 것이 그간 윤대녕 문학의 경로라고 한다면, 이제는 바뀐 세계 속에서 그만큼 바뀐 주체로 서서, 다시 한번 문학만이 넘볼 수 있는 ‘바깥’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결국은 다시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간 그가 이룩해놓은 숱한 상징들이 여전히 휘황하지만, 이제 또다른 구원의 상징을 찾아서, 그는 어쩌면 다시 은어가 되어야만 하겠다. (신형철)-298쪽

만나기로 한 이가 30분 정도 늦는다고 한다. 이 30분은 선물이다. 그 선물을 가장 아름답게 받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알고 있다. 아름다운 단편소설 한 편을 읽는 일. 자기 문장을 갖고 있는 작가의 좋은 단편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시간은 음악처럼 흐르고 풍경은 회화처럼 번져갈 것이다. 다 읽고 나면, 기다린 그 사람이 온다. 윤대녕의 책이면 좋을 것이다. 그의 책은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하염없이 날아가는 새를 닮았다.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바람이 불고 있어 아프고, 하릴없이 그 바람 맞으며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어 아리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우리 문학 특유의 서정과 애상이 자욱하다. 모국어로만 표현되는 아름다움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좀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런 아름다움에 헌신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평론가가 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된 데에는 1990년 이래의 윤대녕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천지간에 상춘곡 가득한 이 시절에 그를 읽는다. 시를 엿보는 소설도 있지만 시를 통과한 소설도 있다는 것을, 남자와 여자는 완전히 만날 수도 완전히 헤어질 수도 없다는 것을 나는 그의 소설에서 배웠다. (신형철)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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