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품절


밤에 하는 드라이브가 좋아. 왠지 스스로에게 묻는 기분이 들어. 넌 누구냐,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느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운전하다 보면 어둠 속을 달리는 것이 마치 시간을 뚫고 행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왠지 기운이 나. -95쪽

중요한 건 이상하다고 느끼는 감성과 왜인가를 생각할 줄 아는 상상력이야. -243쪽

"둘이서 시간을 들여 바꿔 가는 게 당연하잖아. 남편이 당신의 변화를 견뎌내지 못한 건 당신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곳에서 멋대로, 순식간에 변모했기 때문이야. 그런 변화가 그에게 적용될 수 있을 리 없었겠지. 결국 당신은 두 사람의 역사를 만드는 걸 포기한 거야. 당신에게는 그와 결혼할 자격이 없었던 셈이지." -274쪽

우리는 어쩌면 닮았는지도 모른다. 남에게 기대하지도 않고 남을 믿지도 않는 주제에 뭔가 바란다. 그리고 어느덧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머나먼 곳으로 가 버린다.
"참 고독하지"
내가 농담처럼 말했다.-275쪽

그 말을 듣자 나 자신이 공기 빠진 풍선처럼 느껴졌다. 왜 그렇게 흥분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 건 결코 끝이 아니라 늘 무엇인가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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