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2 - 세라복을 입은 연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백암 / 1994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단편을 유난히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 노르웨이의 숲.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제외한다면 나는 이 단편집을 가장 좋아한다.
머리가 나빠서 읽고나면 금방 까먹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무려 5회 가까이 읽었고 읽을때마다 까무라치게 웃었다.

이걸 읽고 있으면 하루키처럼 할랑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가난과 세라복을 입은 연필은 단연 최고이다. 비록 이 책이 절판되었기는 하지만 여기에 있는 단편들은 다른 책에도 많다. 사실 하루키 책 만큼 우리나라에서 여러 다른 이름으로 출판이 된 것도 드물것이다. 단편들은 주로 하나의 단편을 제목으로 붙인다음 다른 단편들을 죽 함께 묶은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꼭 이 책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하루키의 단편들을 뒤적거리다 보면 여기에 있는 단편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만날 수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자.

노르웨이의 숲은 우리나라에서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바뀌어서 출판이 되었는데 내가 아는 지인은 그게 다른 책인줄 알고 두 가지를 다 구입해서 땅을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절대 후입하지 않을 책이며 절판되었으므로 다른 단편집에 있는것을 구해서라도 필독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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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로커 베이비즈
무라카미 류 지음, 김은주 옮김 / 기원전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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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늘 기회가 있을때 마다 사람들에게 무라카미 류의 코인로커 베이비스를 권한다. 이만큼 재미있고도 심오한 소설은 그리 많지 않다. 재미있으면 깊이가 얕고 깊이가 있으면 지루하기 쉽상인데 무라카미 류는 그 사이를 아주 교묘하게 줄다리기 하는 놀라운 재주를 보여준다.

사실 아무 생각없이 본다면 이 책은 그저 재미난 소설에 불과하다. 그건 아무 생각없이 보고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내 지적 수준으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아무 생각없이 보려고 해도 머리가 자꾸 복잡해옴을 느끼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더 파고들려고 보면 이 책은 어떤 철학서적 못지 않게 인간의 내면을 말하고 있다.심각하게 보고 싶으면 그렇게, 또 그저 재미나게만 보고싶으면 그것도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소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책 만큼 탄력있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을 만날수 있는 행운을 나는 아직 학수고대하고 있다.(벌써 4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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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등지고 놀다 - 인터뷰 스물아홉 개의 아름다운 거짓말
이충걸 / 도솔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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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군가를 인터뷰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기자생활을 할때 이러저러한 인터뷰를 해 봤지만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고 내가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기란 참으로 힘들다. 그러나 더 어려운것은 바로 내가 원하는 답이란 것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저 상대방이 말 하는 그대로를 쓰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 사이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바로 인터뷰어의 몫이 아닐까? 비록 인터뷰이가 피하고 싶은 대답이라 하더라도 독자를 위해서 끌어내야 하는...

비교적 잘 된 인터뷰 모음집은 페이퍼의 여 기자가 쓴 '내가 정말 그를 만난 것일까' 인데 일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한다. 트랜드에 맞게 감각적으로 써서라기 보다는 처음부터 무언가를 규정짓고 틀에 맞추어 인터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외의 상황때문에 재미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조금 가볍게 보았던 코메디언의 의외로 심오한 발언들. 또 늘 젊잔만 빼던 교수의 코믹한 사생활을 엿보앗을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의외성은 늘 사람들을 긴장시키는 커다란 매력이니까. 이충걸의 인터뷰는 조금 어렵다. 그 자신이 너무나 많은 사전지식을 안고 인터뷰를 해서인지 몰라도 이미 자신이 내린 결론에 맞춘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그나마 조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것은 우리가 쉽게 잡지 인터뷰에서 볼 수 없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는것. 거의 대부분의 인터뷰가 가수, 영화배우, 탈렌트에 집중되어있는대 반해 그의 인터뷰는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놓았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얘기. 근데 정말 대본없이 간 인터뷰일까? 말들을 너무 잘해...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잘난 사람들의 잘난 얘기를 읽다보면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므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뻥튀기를 권하는 바이다. 알사탕을 깨물어 먹어도 그 소리가 명쾌하므로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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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삽화집 - 익숙한 그 집 앞
유희열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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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그는 음악하는 사람이다. 원래 나의 기억에는 좀 촐랑거리던 정서를 지닌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나이를 좀 드시더니만 꽤나 점잖아진 사람. 빽바지와 롤러스케이트 그리고 조다쉬 양말이 뭘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 그리고 음악으로 한없이 사람을 따뜻하게 또 시리게 만들 줄 아는 사람.

그는 공일오비 사단의 피를 수혈받은 인간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물론 신해철도 있지만 그는 초반에 비해 지금은 너무 메니악하다.) 그의 음악은 그다지 큰 기교는 없지만 뭔가 좀 따뜻하다. 그게 벽난로의 따뜻함이라기 보다는 온돌 보일러의 따뜻함과 가깝다.(군불을 때는 온돌방의 따뜻함을 기대하기에는 그는 명동 토박이라 좀 무리다)

내 친구는 그와 작업을 한번 한 담에(그 자겁 아니다-_-;;) 그의 팬이 되었다. 처음에는 나하고 같이 머리크고 잘난척 하는 인간이라면서 씹었었는데... 같이 일하면서 보니까 예의도 바르고 의외로 너무 멀쩡하더란다.

그의 책은 주로 가족과 사랑 얘기이다. 그가 얼마나 할랑한 인간인가를 보고싶다면 옆에 딸린 그의 삽화를 보면 안다. 아마 그의 얼굴을 몰라도 그 삽화를 본다면 대충 마르고 비리비리한 그의 외모를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가수가 책도 아니고 삽화집을 낸다는 것은 참 드문 일인데 그는 일을 쳤고 이 책은 내가 알기로는 스테디셀러이다.

나는 이 책을 약 서른권 정도 사서 선물했던것 같다. 생일이나 기념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고마워졌을때 마다 사서 선물을 했었는데 반응이 괜찮았었다. 어렵지도 않고 촌스럽지도 않은 책을 선물하기란 참 힘이 드는데(사람마다 개인차가 심하므로) 이 책을 사 주고는 한번도 실패한적이 없다. 더구나 저 그리운 밤디 나나나송(우리나라에는 2대 나나나 송이 있다 하나는 군대 안간 유모군꺼다)이 수록된 CD까지 있으니 그 얼마나 좋은가!! 참고로 CD를 누워서 듣는데도 음악이 끝날때까지 잠못드는 인간이라면 불면증을 의심해 봐도 좋다. 그 스스로도 잘때 들으려고 만든 음악이라 선언했으니 오죽하랴!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이 책 함 선물해 봐봐!! 배로 돌아와~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설렁탕과 깍두기 (책 보면 이유가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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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피필름 2004-08-04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렁탕에 깍두기 넣어서 먹는 여자에 매력을 느끼는 유희열..
그 부분을 읽고 얼마나 웃었는지.. 정말 유희열다워요 ^^

플라시보 2004-08-0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잘 먹는 저로써는 세상에는 잘먹는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김약국의 딸들 - 나남창작선 29 나남신서 10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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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때 그토록 미친듯이 땡땡이를 치면서도 어찌 어찌하여 김약국의 딸들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쓰는 레포트는 제출을 하게 되었는데 그 레포트로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A플러스를 받았다. 숙제라고 생각하면 으례히 게기기 마련인데 박경리씨의 작품이라서 별로 버팅기지 않고 과제를 받자 마자 읽어치웠다. 하루만에 읽기에는 조금 버거운 분량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워낙에 글이 좋아서 단숨에 읽혔다.

토지는 조금 질질 끄는 감이 없잖아 있는데 (그건 대하소설의 운명이자 숙명처럼 따라 붙는 것 아니겠는가...) 김약국의 딸들은 오히려 아쉬울 정도로 감칠나게 재미난다. 특히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의 힘은 그야말로 소설의 주춧돌이 되어 튼튼하게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 하나 하나 마치 사람을 새로 만들어낸듯 사실감 있는 캐릭터들은 비록 집안 말아먹을 딸년들이었을 망정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아씨들 따위의 서양 고전에 비할바가 아니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토지는 안읽어도 이 책은 필히 읽어야 할 책.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녹두 파전이나 녹두 빈대떡 (책에서 누구 누구는 녹두가루로 얼굴을 씻는데 차마 그 짓은... 대신 음식이므로 먹어 치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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