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만큼은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때 무슨 바쁜일이 있었는지 시기를 놓쳤고, 장사가 안되면 후닥닥 영화를 내려버리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특성상. 한번 어긋나 버리니 다시는 극장에서 볼 기회가 주어지질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어제 비디오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몸이 좋지를 않아서 프리다처럼 내내 침대에 누워서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지하게 확 하고 와닿았다. 아마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내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하고 또 그 전기영화 또한 무척 기다린 탓이 컸으리라고 본다.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된 것은 몇년 전의 일이었다. 마돈나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해서 그녀의 그림중 하나(뭔지는 까먹음)를 자기의 침실에 걸어뒀다는 인터뷰를 봤을때 였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프리다 칼로의 전기를 읽게 되었다. 전기도 재밌었지만 그녀의 그림이 참 좋았다.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렵지만 않다면 나는 그림을 그렇게 가리지 않는다.)

지중해. 남미 이쪽 나라 사람들이 보면 색을 쓰는게 장난이 아니다. 물감같은 파란 바다와 때깔고운 과일들이 산재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쪽 사람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원시적이면서도 강렬하고 원초적인 느낌이 든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에서 태어난 화가이다. 동료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서 스승과 제자에서 결국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그다지 순탄하지 않다. 프리다 칼로는 학창시절 버스 사고가 나면서 골반이 부서지고 다리에 11군데의 골절을 입는 대형 사고를 당하게 된다. 버스 손잡이가 질을 관통해서 골반을 뚫고 나가버렸으며 척추뼈도 크게 다쳤다. 한마디로 살기만 해도 기적인 상황이었다. 프리다는 절망하지 않고 수십차례의 수술과 그림을 통해서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그 사고는 그녀에게 있어 단지 끔찍한 기억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내내 겪어야 할 불행한 고통이었다. 여성 편력이 심했던 디에고 덕분에 마음 고생도 많이 하지만 프리다 역시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겼으며 죽기 전까지 자신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프리다의 그림이 좋은 것은 그 그림이 스스로를 치료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내용이 워낙 파격적이라 훅 하고 끼쳐오는 충격이 만만찮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고통을 말로만 듣던 예술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그녀의 그림은 사실이 아닌 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확하게 말 하자면 사실과 진실의 경계선의 모호한 어딘가쯤에 그녀의 그림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게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대부분 그녀 자신을 그렸던 이유는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 해서건 해소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녀가 당한 사고는 인간으로써 그리고 여자로써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기 충분했으며 보통의 기혼여성이라면 가질 수 있는 아이마저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가졌지만 유산을 했고 그 이후로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그녀 자신도 말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고는 버스 교통사고와 함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를 만난 것이다. 디에고는 처음부터 성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프리다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다. 여러번 바람을 피우는 것을 제법 쿨하게 봐 넘겨줬던 프리다도 자신의 여동생과 남편이 바람을 피운것을 알고는 몹시 상처를 받는다.

겉으로 볼때는 이보다 더 강할수는 없다의 표상인듯 보이는 프리다는 사실 단단한 껍질 속에 다치기 쉬운 살을 가진 갑각류처럼 그 속은 한없이 약한 인간이었다. 교통사고가 그녀를 외면적으로 강하게는 해 주었지만 그녀의 천성은 그렇게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그 많은 그림들속에 그녀를 보면 항상 절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있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그려놓은것 같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림속의 프리다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그 까만 눈동자가 너무 울어서 멍이 든 것 처럼 보인다.

물론 프리다 역시 조신하게 살다 간 여자는 아니었다. 그녀도 이성간의 사랑 뿐 아니라 동성간의 사랑도 즐길만큼 개방적이었지만 일 부분에 있어서는 꼭 그녀의 선택이었다기 보다 디에고에게 똑같은 아픔을 주기 위한 복수가 아니었나 싶은 대목도 간혹 보인다.

사랑은 집착이 아니다. 사랑은 그냥 서로의 곁에서 그 수많은 세월중 찰나를 서로의 곁에서 머물 수 있게 하는 이름일 뿐이다. 하지만 말이다. 저게 말은 쉽지 막상 저렇게 생각하기란 얼마나 힘든가 말이다. 나를 사랑하면서도 다른 이성을 만난다면 질투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 질투를 막기 위해 어디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누굴 만나는지가 궁금해 지는 것이다. 사랑이 집착으로 발전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사랑한다면서 구속하는 사람들을 다 정신이상자로 내몰기는 힘들다는 소리다. 평범한 사람도 사랑을 하면서 잘못 삐끗하면 집착으로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집착과 사랑은 어쩌면 종이 한장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프리다는 자신의 육체로 인해 또 연인인 디에고 리베라로 인해 참 고난한 인생을 살다가 간 여자이다. 사고로 인해 몸이 엉망이 된 것도 모자라서 아이를 잃고 나중에는 다리까지 절단해야 했으며 평생 철제 코르셋에 의지해서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인 디에고는 심한 여성편력도 모자라서 그녀의 동생과 바람을 피우기까지 했다. 이 모든게 한 사람의 인간이 혹은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죽을만큼 벅찬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다는 이 모든 일에 일일이 토를 달고 슬프다 아프다고 말 하기 보다는 그림으로 표현을 했다. 누구보다 씩씩해 보이던 그녀였지만 그녀의 그림이 울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이다.

사실 영화는 그다지 완성도가 높았다거나 하진 않다. 프리다의 그림을 이용해서 초현실적인 표현을 해냈던 몇몇 부분들. 그리고 그림이 현실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부분 같은것은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했으며 프리다의 내면에 촛점을 맞추질 못했다고 본다. 이 역활을 두고 마돈나가 그렇게나 탐을 내었다고 하는데 셀마 헤이엑은 겉모습은 근사할만큼 프리다와 비슷했고 연기도 비교적 훌륭했지만 난 왠지 마돈나가 더 어울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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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참 영화도 많이 보시오!
이 몸은 원체 영화와는 담 쌓고 사는 인간이라~
로댕을 통해 까미유를 알았듯, 디에고를 통해 프리다를 알게 되었지요...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주객이 전도된 듯 하야 그녀들의 삶과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구요...<모나리자 신드롬>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극장엘 들렀었지요. 시간나면 이 영화도 보고 싶군요...

플라시보 2004-04-0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모나리자 미소 아니었던가요? 흐흐. 님이 착각하신듯.(이라고 당당히 말하기에는 뭔가 미심쩍어 정말 모나리자 신드롬이 있는건 아닐까 하고 소심해지는 저 입니다.)
영화를 뭐 그다지 많이 본다고 내세울만 하지는 못하지만 좋아는 합니다. 어릴때 자막도 못 읽어도 영화관에 대려다 놓음 울지도 않고 잘 봤다는 엄마 아빠의 증언이 있었을 만큼 아기때 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아마 진짜 세상이 아닌데 진짜 세상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또 사람에 따라 각가지 해석이 가능해서 좋아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영상미도 빼 놓을수 없는 즐거움이구요^^

비로그인 2004-04-0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세상에나~
모나리자 스마일이거늘....^^;;; 나이가 드니 가끔씩 기억력도 가물가물한 것이....근데 뜬금없이 모나리자 신드롬은 왜 나왔을까요? ^^
전 영화만을 집중해서 잘 못 봐요. 화면을 보고 있더라도 꼭 딴 생각을 하게 되죠. 이상하죠?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이건 제목 맞습니까? -.-a
여하튼 극장에선 놓쳤지만 그 영화도 조만간 보려고 해요...
한 편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좋군요.^^

플라시보 2004-04-0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이건 제목 맞습니다. 그런데 님. 고백하건데 저도 님과 같은 증상입니다. 영화가 재미가 없는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딴생각을 하거나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전 같은 영화를 많게는 5번까지 봐도 볼때마다 새롭습니다. '어 저런게 언제 있었지?' 하면서 말입니다. 님을 만나니 반갑군요. 흐흐

明卵 2004-04-07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 신드롬은 책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프리다... 보고 싶군요. 그런데 왜 제가 보고 싶은 건 전부 빨간딱지 붙여서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볼 수 있는 건 보고싶을 때 보는데 그것들은 못 봐서 그냥 기억에 남을 뿐인 건가?
 


나는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 부터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이미숙(비주얼이 너무 끝내준다. 연기도 좋지만 나는 이미숙의 비주얼을 능가하는 배우는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없을꺼라 확신한다.)과 전도연 (연기는 별로지만 다른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스타성에 기대는 것에 비해 전도연은 그나마 배우라는 느낌이 든다.) 이 나오고 또 내가 총애하는 이재용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이재용 감독은 정사와 순애보를 찍었었는데 나는 정사도 순애보도 전부 재밌게 봤었다.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개봉하자 마자 봤었다. 그리고 어제 아파서 골골 하면서 비디오 가계를 가서 또 다시 빌렸다. 과연 극장에서 처럼 화면이 아름답게 나올까 싶었지만 그건 극장에서 이미 실컷 감탄을 했기에 이번에는 내용을 좀 더 보고 싶었다.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사촌간인 조씨부인과 조원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지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조씨부인은 어느날 조원에게 자신을 상으로 내걸고 남편이 첩으로 들이는 소옥이라는 아이에게 임신을 시켜 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조원은 소옥이 정도는 너무 싱거우니 혼인도 치르기 전에 남편이 죽어서 9년간 수절하여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숙부인의 정조를 무너뜨리겠다고 한다. 이때부터 조원과 조씨부인의 게임은 시작된다. 조원은 숙부인에게 꾸준하게 작업을 하는 와중 소옥이에게도 작업을 하고 이 작업에 조씨부인도 적극 개입을 한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했으나 점점 숙부인에게 빠지고 있는 조원을 보는 조씨부인은 질투를 하게 되고 이 질투 때문에 조원은 죽게되고 숙부인도 자살을 하며 조씨 부인은 가문에서 쫒겨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난 참 서글펐다. 결국 진짜 사랑을 차지할 자격이 있는 여자는 남자들이 보기에 답답하고 조신해보이는 여자라는 것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이었지만 조원은 숙부인에게 빠지게 된다. 숙부인의 매력이라고는 내가 볼때 정숙한것 밖에는 없다. 극중 이미숙의 입을 통해서도 표현이 되지만 '생긴것 만큼 말도 어찌나 재미없게 하는지' 또 꾸미고 가꾸는 것에는 한없이 무관심한 여자이다. 천주학을 배우고 봉사를 실천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시대를 거스르는 안목 같은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것이다. 관습에 따라 평생 수절 과부로 살 각오를 하고 있으며 언제든 자신이 능욕을 당하면 찌를수 있게 은장도를 잘때도 이불맡에 두고 잔다. 그런데 조원이 그녀에게 빠지게 된다. 그것은 숙부인의 매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한번 자고 난 다음에 벌어지는 일이다. 처녀였던 숙부인과 잠자리를 한 조원은 온갖 태크닉을 쓰지 않아도 감도가 좋았다고 하면서 몇번이나 절정에 올랐는지 모른다고 한다. 즉 조원은 정복했다는 (처녀성을) 것과 감도가 좋았다는 것 이 두가지로 인해 숙부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에비해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인 조씨부인이 결국 조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소위 헤픈 여자이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와 함께 정사를 벌인 후의 장면을 보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가졌던 그녀. 조원은 그런 그녀를 한번 자고 싶어만 했을 뿐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사실 조원의 숙부인을 향한 마음도 어차피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것 같지만 그것 마저도 조씨 부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조씨 부인은 조원과 비교를 할때 막상막하의 이성편력을 자랑하며 질투를 했다는 것 만으로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길을 떠나게 된다.

정조라는 것은 참 우스운 것이다. 숙부인처럼 내가 너와 사귀니 섹스 또한 너하고만 하겠다. 이것이 정조인가? 아니면 다른 남자와 잘 망정 마음만은 네게 있었다는 조씨부인의 그것이 정조인가! 정조는 마음과 육체가 하나가 될 수도 있고 그 둘 중 하나는 없을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나에게 정조의 깊음에 순위를 매기라고 한다면 마음과 육이 하나가 된 정조에 물론 가장 많은 점수를 주겠지만 육과 정신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정신을 고르겠다.


하지만 그토록 자유로운 성격을 가졌고 섹스에 관해서도 열심히 즐겼던, 그나마 좀 깨어있던 조원조차 여자가 후자인 정신을 택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신을 택하게 되면 조씨부인처럼 다른 남자와도 섹스를 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질투도 할 수 있는. 예전에 무슨 모바일 서비스처럼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를 외칠 수 있어야 하는데 조원은 그것보다는 육체적인 정조를 지키느라 자신에게 정복당한 흔적으로 피를 한바가지씩 흘리고 또 질투 같은건 감히 생각도 못하며 죽을때 까지 자신하고만 몸을 섞을 안전한 숙부인을 택했다. 나가서야 개차반처럼 놀더라도 내 마누라 내 여자 만큼은 나와는 달라야 하는 남자들의 심리에 영화는 충실하게 따라갔다.

하지만 결국은 조씨부인만이 살아남았다. 조원은 조씨부인의 질투에 불을 당기고 그 질투대로 가만 있지 않고 설치다가 결국 죽음을 당했고 숙부인은 역시나 정조를 지키느라 자신의 처녀성을 가져간 남자가 죽어버리자 미련없이 얼음강에 몸을 던진다. 하지만 조씨부인은 집안에서 자객을 보내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버리려고 했으나 벙어리 하인을 데리고 배를 탄다. 언젠가 조원이 꺾어다 주었던 꽃을 비단천에 고이 싸고 말이다. 이로써. 내 생각이지만 영화는 조씨 부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사랑도 섹스도 전부 살아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죽어서 사랑이고 섹스고 뭐고간에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어떻게 보면 조원과 숙부인은 닮아있다. 남자는 한량이어도 되는 시기였기에 잘생기고 훤칠한 조원은 한량으로서의 기질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았으며 여자는 정조를 지키고 열녀문을 하사받고 툭하면 은장도를 꺼내 부들부들 떠는것이 최선책이였던 시대라 숙부인은 27년동안 남자를 한번도 품어보지 않고 정조를 지키며 살았던 것이다. 그들은 전부 시대에 딱 맞춰서 산 사람들이다. 그 반대였다면 그 반대로 살았을 것이고 또 시대상이 달랐다면 다른대로. 허나 역시 시대와 관습을 거스르지 않은 정석대로 살았을 것이다.

조씨 부인은 아무리 봐도 매력적이다. 그 성격과 그 외모. 모든것이 그녀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충분하게 나타내어주고도 남는다. 하지만 말이다. 그녀는 시대가 이렇게나 지난 지금이라 하더라도 결코 사랑하는 남자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거의 100%에 가깝다. 사랑이 아닌 쾌락으로 섹스를 즐길 수 있다고 드러내놓고 말 할 수 있는 여자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아직은 그런 시대가 아닌것 같다.

걸레 소리를 듣는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사랑할수 있게 될 확률은 너무도 희박하다. 하지만 농부 소리를 듣는 남자들은 그래도 짝을 잘만 만난다. 오히려 젊었을때 놀던 놈들이 막상 결혼하면 가정에 충실하다더라 라는 개소리까지 들리는 판국이다.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여자는 걸레이고 남자는 농부라서? 그래서 다른 것인가? 어차피 똑같은 인간인데 왜 누구에게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이 되는 것이고 누구에게는 그래도 말이야 막상 결혼하고 나면 어쩌고 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것인가.

내가 만약 자유롭게 섹스를 하는 여자라 하더라도 나는 절대 그것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그걸 드러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사랑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을 확률이 너무 높다. 그래서 나는 아마 나 혼자만 그렇게 살아갈 뿐 조씨부인처럼 부러 보여주려 하거나 드러내어놓고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숨는것은 비겁하지만 드러내서 총칼을 맞는 것 보다는 낫다.

이 영화는 서글프지만 결론은 마음에 든다. 조씨 부인이 끝까지 자기 사랑을 간직하는 것. 그리고 살아남는 것. 그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내 바램 같아서는 조원같은 쫌생이놈이 아닌 섹스도 잘하고 거기다 생각도 깨어있는 남자를 만나서 잘 되어서는 좋겠지만 그것까지 바란다면 아직은. 적어도 지금은 너무 욕심이 과한 것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조씨 부인은 비록 떠났지만 제2의 자신을 만들어 놓았다. 마치 조씨부인인양 화려하게 꾸미고 앉아있는 소옥이 엔딩 크레딧과 함께 보인다. 그녀는 조씨부인보다 훨씬 더 똑똑하게 즐기며, 사랑도 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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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4-04-0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주얼합니다. 왜 이 영화를 못 봤을까!

플라시보 2004-04-0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 보셨다면 비디오로라도 꼭 한번 보세요. 물론 DVD로 보실 수 있다면 더욱 좋을꺼구요. 후회는 안하실듯 합니다.

플라시보 2004-04-0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대단히 아름다운 비주얼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위에서는 다 설명하지 못했지만 의상이며 소품이며 배경이며 모두 하나같이 '아니 우리의 영상미학이 이토록이나 발전을 하다니'하면서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에서의 우리나라의 옛 이미지 하면 서편제같이 다소 칙칙하고 여백만 끝내주게 많은 것만 떠 올랐었는데 이 영화로 인해 바뀌어서 흐뭇합니다. 부디 해외에서 많이 상영이 되어 내용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차피 리메이크 작품이니) 영상미 만이라도 좀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발 백의민족 이라는 모노톤을 벗고 색색가지 화려한 컬러의 이미지를 가지길 바랍니다.

마냐 2004-04-0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새벽별을 보며님과 동감. 정말 이미숙의 카리스마, 그녀를 둘러싼 그 모든 아름다움, 표정부터 눈빛, 옷과 장신구, 집까지...화려하다는 표현이 부족한 그 극치미..그것만으로 너무 황홀했어요....칙칙한 열녀인 전도연이 얼마나 빛 바래보이던지...쩝.(실제 제 '드레스 코드!'는 전도연에게 가깝다는 점이 슬프군요...) ...게다가 ㅎㅎㅎ, 배용준이 최근 장동건이 그랬듯 "잘생긴게 연기도 잘하네" 라는 한탄까지 자아냈으니...

플라시보 2004-04-06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미숙씨의 팬이 많군요. 저도 이미숙을 줄곧 좋아했지만 저 영화를 보고는 정말 압도당해버렸습니다. 그 고혹적인 자태와 고급스런 섹시함과 지적인 화려함 (이게 전부 말이 되긴 되는건가?) 한마디로 거대한 블랙홀 같이 저를 확 빨아들였습니다. 천상 배우란 것이 저런 것이구나 저렇게 뒤에 아우라가 이글이글 거리는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남자 배우와는 또 다른 독특한 여배우의 아우라. 간만에 느낀것 같습니다.

2004-04-09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클리 백팩 여성용. 원래는 저게 미국에서는 주니어용으로 나온것이라고 한다. 허나 워낙 코딱지 가방을 좋아하는 아시아쪽에서는 버젓이 여성용이란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나는 원래 콩딱지 가방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만큼 싫어하는데 (유명한 브랜드에서 나온 가죽 콩딱지 가방들은 잠시 숨을 멎게 한다. 너무 싫어서.) 저 가방은 좋다. 내 등짝이 좁은탓에 그다지 작아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생각보다 아주 많이 들어간다. 좀 큰 책은 무리지만 보통 사이즈의 책은 너끈하게 들어간다.

난 요즘 저걸 매고 출근을 한다. 안에 물병, 도시락, 책, 핸드폰, 동전지갑 이렇게 넣어 다닌다. 내가 좋은 물건을 볼때마다 가장 짜증이 나는 것이 엄하게 우리나라에서 유행을 해 버리는 것이다. 저것도 분명 '아니 유행 지난지가 언제인데 이제 올리는겨?' 하는 반응을 얻어낼것이 뻔하다. 그래도 난 저걸 열심히 매고 다닐것이다. 제발 저런 평범한 아이템들은 유행좀 안했으면 좋겠다. 저게 어딜 봐서 유행을 탈 물건으로 보이느냐 말이다.

저 가방에 대해 더 칭찬을 하자면 좀 작기는 해도 수납공간이 군데군데 숨어있다. (앞쪽에는 필기구를 따로 넣는 곳도 있다.) 또 가방이 암만 이뻐도 금방 때가 타면 나같은 인간에게서 절대 사랑받을 수 없는데 지금 2년째 안빨고 매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계절도 타지 않는다. 여름이건 한겨울이건 다 매고 다닐 수 있다. 단점은 너무 많이 넣으면 지나치게 빵빵해서 꼭 모카빵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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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누드 마우스를 하나 올렸었다. 나는 누드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사람 누드 빼고. 참 누드김밥도 별로다.) 소위 크리스탈 버전들을 보면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다. 원래는 속이 보이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속이 보이는 것들. 속이 보이는 라이오. 속이 보이는 진공관램프 오디오. 속이 보이는 투명한 비닐가방 등등. 원래 속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당연하게 나와있지만 그것들은 사람들이 가리고 싶어 하는 것을 뻔뻔하고 오만하게 드러내 보인다. 이런 나의 크리스탈 버전에 관한 집착은 아주 어렸을때 교육용으로 만들어놓은 투명한 자동차를 보았을때(아마 현대자동차였던듯) 절정에 다다랐다. 난 거의 주말이면 그 자동차 앞에가서 살다시피 했었고 매일 어떻게 하면 그 자동차를 무사히 집으로 업어올까 고민하곤 했었다. 에반게리온의 초호기를 만들때쯤. 초호기의 크리스탈 버전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까무라치게 기뻐했으나 너무 비싸서 살 엄두를 내질 못했다. 사이즈도 장난 아니게 큰데다 크리스탈 버전이라 그런지 값이 장난 아니었다. 또 하나 기억을 떠 올리자면 투명한 그랜드 피아노. 언젠가 음악회에서 그 피아노를 본 순간 나는 연주고 나발 뒷통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조명을 받아 투명하게 자신을 내보이던 오만한 그랜드 피아노만 눈에 확 꼽혔을뿐... 투명한 것들이여 차라리 내게 보이지 말지어다. 내게 오지 않으려거든! 우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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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4-05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투명 좋아하신다면 이놈은 어떠신지요. 모 튜닝업체에서 내놓은 아크릴 PC 케이스입니다. 두께도 8mm라니 내구성은 괜찮은 편인 거 같고, 옆에 네온등과 수족관 비스무리한걸 붙여 쓰기도 하더군요. 가격은 7 - 10만원 정도 했던 거 같습니다. 뭐 컴퓨터 내부의 먼지가 들여다보이는게 좀 걸리긴 하겠지만 투명 좋아하시면 그정도는 감수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ㅋㅋ...


▶◀소굼 2004-04-0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집진기 설치해주고 투명시리즈로 하면 멋지겠는데요^^; 어항넣어서 금붕어도 키우고 말이죠^^[정 안되면 냇가에 가서 피라미라도-_-;]

플라시보 2004-04-0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나의 구미를 확 댕기는군요. 수족관은 필요 없을것 같습니다. 그냥 투명하면 됩니다. (전자파 옆에 내가 앉아있는 걸로도 충분한데 물고기까지 그럴필요야..핫핫) 7-10만원이라. 괜찮은 가격이네요. 투명하고 두껍고 강도 높은 아크릴들은 대게 무지하게 비싸던데 언젠가 아크릴로 만든 가구를 보고 정말 기절할뻔 했습니다.(너무 이쁘고. 또 너무 비싸서) 내부 먼지쯤이야 충분하게 봐 줄 수 있습니다. (먼지와 함께한 지난 29년간의 삶이었습니다.^^)
 


정말 심하게 귀여운 재털이가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보통 통조림 캔 (깻잎이 딱 저 모양의 캔에 들어있다.) 처럼 입구가 닫혀 있는데 사서 본인이 직접 뜯으면 된다. 홀랑 다 뜯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저렇게 슬쩍 뜯어놓는 것이 더 멋스럽다. 물론 나중에 재털이를 비우려면 속에 있는 것을 긁어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씻기도 불편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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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4-05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 바닥에 먹다남은 깻잎 두어장과 양념국물이 흘러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야 불씨도 수이 꺼지구요. 깻잎 깡통 사다가 한번 해 볼까요? 올해 핀 담배는 겨우 두 가치지만 이거 보니 또 땡깁니다. 제 서랍 속 고이 잠든 말보로 맨솔 오리지날이. ㅋㅋㅋ...

플라시보 2004-04-0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보로 맨솔 피우시는군요. 저도 말보로 맨솔을 언 3년 가까이 사랑해 주시다가 최근에 말보로 울트라 라이트로 바꿨습니다.(은색이요) 예전부터 한번씩 피우긴 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정식 수입이 된 것은 얼마 안되었거든요.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댐시 배신을 때리고 맨솔에서 울트라로 넘어갔습니다.
먹다남은 깻잎 두어장...흐흐. 불씨 하나는 수이 꺼질 것이며 잘 하면 깻잎 훈제 향으로 아로마 테라피 효과까지 노릴 수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