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만큼은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때 무슨 바쁜일이 있었는지 시기를 놓쳤고, 장사가 안되면 후닥닥 영화를 내려버리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특성상. 한번 어긋나 버리니 다시는 극장에서 볼 기회가 주어지질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어제 비디오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몸이 좋지를 않아서 프리다처럼 내내 침대에 누워서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지하게 확 하고 와닿았다. 아마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내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하고 또 그 전기영화 또한 무척 기다린 탓이 컸으리라고 본다.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된 것은 몇년 전의 일이었다. 마돈나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해서 그녀의 그림중 하나(뭔지는 까먹음)를 자기의 침실에 걸어뒀다는 인터뷰를 봤을때 였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프리다 칼로의 전기를 읽게 되었다. 전기도 재밌었지만 그녀의 그림이 참 좋았다.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렵지만 않다면 나는 그림을 그렇게 가리지 않는다.)

지중해. 남미 이쪽 나라 사람들이 보면 색을 쓰는게 장난이 아니다. 물감같은 파란 바다와 때깔고운 과일들이 산재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쪽 사람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원시적이면서도 강렬하고 원초적인 느낌이 든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에서 태어난 화가이다. 동료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서 스승과 제자에서 결국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그다지 순탄하지 않다. 프리다 칼로는 학창시절 버스 사고가 나면서 골반이 부서지고 다리에 11군데의 골절을 입는 대형 사고를 당하게 된다. 버스 손잡이가 질을 관통해서 골반을 뚫고 나가버렸으며 척추뼈도 크게 다쳤다. 한마디로 살기만 해도 기적인 상황이었다. 프리다는 절망하지 않고 수십차례의 수술과 그림을 통해서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그 사고는 그녀에게 있어 단지 끔찍한 기억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내내 겪어야 할 불행한 고통이었다. 여성 편력이 심했던 디에고 덕분에 마음 고생도 많이 하지만 프리다 역시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겼으며 죽기 전까지 자신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프리다의 그림이 좋은 것은 그 그림이 스스로를 치료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내용이 워낙 파격적이라 훅 하고 끼쳐오는 충격이 만만찮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고통을 말로만 듣던 예술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그녀의 그림은 사실이 아닌 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확하게 말 하자면 사실과 진실의 경계선의 모호한 어딘가쯤에 그녀의 그림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게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대부분 그녀 자신을 그렸던 이유는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 해서건 해소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녀가 당한 사고는 인간으로써 그리고 여자로써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기 충분했으며 보통의 기혼여성이라면 가질 수 있는 아이마저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가졌지만 유산을 했고 그 이후로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그녀 자신도 말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고는 버스 교통사고와 함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를 만난 것이다. 디에고는 처음부터 성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프리다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다. 여러번 바람을 피우는 것을 제법 쿨하게 봐 넘겨줬던 프리다도 자신의 여동생과 남편이 바람을 피운것을 알고는 몹시 상처를 받는다.

겉으로 볼때는 이보다 더 강할수는 없다의 표상인듯 보이는 프리다는 사실 단단한 껍질 속에 다치기 쉬운 살을 가진 갑각류처럼 그 속은 한없이 약한 인간이었다. 교통사고가 그녀를 외면적으로 강하게는 해 주었지만 그녀의 천성은 그렇게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그 많은 그림들속에 그녀를 보면 항상 절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있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그려놓은것 같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림속의 프리다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그 까만 눈동자가 너무 울어서 멍이 든 것 처럼 보인다.

물론 프리다 역시 조신하게 살다 간 여자는 아니었다. 그녀도 이성간의 사랑 뿐 아니라 동성간의 사랑도 즐길만큼 개방적이었지만 일 부분에 있어서는 꼭 그녀의 선택이었다기 보다 디에고에게 똑같은 아픔을 주기 위한 복수가 아니었나 싶은 대목도 간혹 보인다.

사랑은 집착이 아니다. 사랑은 그냥 서로의 곁에서 그 수많은 세월중 찰나를 서로의 곁에서 머물 수 있게 하는 이름일 뿐이다. 하지만 말이다. 저게 말은 쉽지 막상 저렇게 생각하기란 얼마나 힘든가 말이다. 나를 사랑하면서도 다른 이성을 만난다면 질투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 질투를 막기 위해 어디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누굴 만나는지가 궁금해 지는 것이다. 사랑이 집착으로 발전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사랑한다면서 구속하는 사람들을 다 정신이상자로 내몰기는 힘들다는 소리다. 평범한 사람도 사랑을 하면서 잘못 삐끗하면 집착으로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집착과 사랑은 어쩌면 종이 한장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프리다는 자신의 육체로 인해 또 연인인 디에고 리베라로 인해 참 고난한 인생을 살다가 간 여자이다. 사고로 인해 몸이 엉망이 된 것도 모자라서 아이를 잃고 나중에는 다리까지 절단해야 했으며 평생 철제 코르셋에 의지해서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인 디에고는 심한 여성편력도 모자라서 그녀의 동생과 바람을 피우기까지 했다. 이 모든게 한 사람의 인간이 혹은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죽을만큼 벅찬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다는 이 모든 일에 일일이 토를 달고 슬프다 아프다고 말 하기 보다는 그림으로 표현을 했다. 누구보다 씩씩해 보이던 그녀였지만 그녀의 그림이 울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이다.

사실 영화는 그다지 완성도가 높았다거나 하진 않다. 프리다의 그림을 이용해서 초현실적인 표현을 해냈던 몇몇 부분들. 그리고 그림이 현실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부분 같은것은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했으며 프리다의 내면에 촛점을 맞추질 못했다고 본다. 이 역활을 두고 마돈나가 그렇게나 탐을 내었다고 하는데 셀마 헤이엑은 겉모습은 근사할만큼 프리다와 비슷했고 연기도 비교적 훌륭했지만 난 왠지 마돈나가 더 어울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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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참 영화도 많이 보시오!
이 몸은 원체 영화와는 담 쌓고 사는 인간이라~
로댕을 통해 까미유를 알았듯, 디에고를 통해 프리다를 알게 되었지요...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주객이 전도된 듯 하야 그녀들의 삶과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구요...<모나리자 신드롬>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극장엘 들렀었지요. 시간나면 이 영화도 보고 싶군요...

플라시보 2004-04-0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모나리자 미소 아니었던가요? 흐흐. 님이 착각하신듯.(이라고 당당히 말하기에는 뭔가 미심쩍어 정말 모나리자 신드롬이 있는건 아닐까 하고 소심해지는 저 입니다.)
영화를 뭐 그다지 많이 본다고 내세울만 하지는 못하지만 좋아는 합니다. 어릴때 자막도 못 읽어도 영화관에 대려다 놓음 울지도 않고 잘 봤다는 엄마 아빠의 증언이 있었을 만큼 아기때 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아마 진짜 세상이 아닌데 진짜 세상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또 사람에 따라 각가지 해석이 가능해서 좋아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영상미도 빼 놓을수 없는 즐거움이구요^^

비로그인 2004-04-0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세상에나~
모나리자 스마일이거늘....^^;;; 나이가 드니 가끔씩 기억력도 가물가물한 것이....근데 뜬금없이 모나리자 신드롬은 왜 나왔을까요? ^^
전 영화만을 집중해서 잘 못 봐요. 화면을 보고 있더라도 꼭 딴 생각을 하게 되죠. 이상하죠?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이건 제목 맞습니까? -.-a
여하튼 극장에선 놓쳤지만 그 영화도 조만간 보려고 해요...
한 편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좋군요.^^

플라시보 2004-04-0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이건 제목 맞습니다. 그런데 님. 고백하건데 저도 님과 같은 증상입니다. 영화가 재미가 없는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딴생각을 하거나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전 같은 영화를 많게는 5번까지 봐도 볼때마다 새롭습니다. '어 저런게 언제 있었지?' 하면서 말입니다. 님을 만나니 반갑군요. 흐흐

明卵 2004-04-07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 신드롬은 책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프리다... 보고 싶군요. 그런데 왜 제가 보고 싶은 건 전부 빨간딱지 붙여서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볼 수 있는 건 보고싶을 때 보는데 그것들은 못 봐서 그냥 기억에 남을 뿐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