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미스 하이드님 서재에서 퍼 왔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레골라스가 있다면 왕의 남자에는 공길이가 있다!

반지의 제왕 개봉 당시. 우리 여자들은 판타지를 그대로 영화로 옮긴 그 장대한 스케일에 입을 벌리기 보다는 반지를 가지고 고생고생하는 주인공들 사이에 군계일학으로 빛나던 레골라스의 미모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레골라스가 화면 가득 꽃미소를 날리며 등장하면 여인네들은 힘없이 아으~ 하는 신음소리까지 흘렸더랬다. 마치, 너무나 아름답지만 도저히 살 형편이 안되는 구두를 봤을때의 캐리 브레드쇼처럼 말이다. 그 이후 레골라스는 이 영화 저 영화에 얼굴을 들이밀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반지의 제왕에서의 모습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그는 역시 금발에 반머리를 묶어야만 제 미모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레골라스와 같은 꽃미남에 너무도 목이 말라있었다. 그러던 찰나. 뜻하지 않게 왕의 남자에서 공기리를 만나게 되었으니...

왕의 남자는 영화계 종사자들도 또 관객들에게도 모두 평이 좋았던 영화이다. 매우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안정감있는 편집. 거기다 지루하지 않은 연출에 배우들의 걸출한 연기까지. 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영화이다. 사극은 장사가 안된다는 편견을 뒤집어 엎으며 관객몰이에도 성공을 하고 있다고 하니. 역시 잘 된 영화는 관객들이 알아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왕의 남자가 얼마나 잘 된 영화인지를 말하지 않겠다. 왜냐. 나의 관심은 오직 공길. 그 한사람 뿐이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때도 그랬다. 난 레골라스면 됐다.)

공길이 아름다운 이유는 꼭 이목구비가 예쁘장해서가 아니다. 바로 그 눈빛. 살짝 내리깔면 새침한듯 보이는, 남자들은 절대 낼 수 없는 여자들 특유의 그 눈빛을 내기 때문이다. 그 눈빛은 눈이 왕방울 만하고 쌍거풀이 짙게 낀 눈 보다는 공길이처럼 길게 찢어지고 속 상거풀이 있는 눈일때 한층 더 빛을 발한다. 그러나 공길도 레골라스와 마찬가지로 현대물로 넘어오니 그 매력이 반감되었다. 뭐 그런들 어떤가 난 왕의 남자에서 공길만 기억하면 그만이다.

공길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얼굴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났다. 몇개월전 취재를 한다고 게이바에 갔었는데 거기서 본 한 여자 종업원 (성전환을 한) 을 무척 닮았다. 나는 그녀가 다른 여자들보다 너무너무 이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그 눈빛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른 여자 종업원들과 달리 어색한 상거풀 수술을 하지 않고 그냥 길게 찢어진 자신의 눈매 그대로를 가지고 있었는데 콧날이나 입매도 공길을 참 많이 닮았던것 같다. (물론 그녀는 공길보다 훨씬 더 선이 가늘고 고왔다.)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사극을 무리없이 소화한 공길은 영화 속에서 오바를 하지도 그렇다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 (더구나 연기파라 불리는) 에게 눌리지도 않았다. 그만의 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낸. 보기 드문 장한 신인이다. 얼굴도 아름다운게 연기까지 잘하니 얼마나 이쁜지... 아무튼 이 영화 꽤 재밌고 꽤 괜찮은 영화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저 스토리로 무슨 그리 긴 할말이 있을까 싶은데 의외로 지루히자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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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1-1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반지의 제왕' 때 레골라스 아니고, 아라곤!이었어요. 흐흐
이 영화에선 물론 공기이이일.
이준기가 그렇게나 섬세하고 우아하게 공길을 표현할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지요.

플라시보 2006-01-1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흐...아라곤에 반하셨었군요. 하긴 그의 치명적인 매력에 요정도 영생을 포기했으니..^^ 저는 이준기라는 배우를 몰랐었거든요. 왕의 남자에서 처음 봤는데 님 말씀처럼 어찌나 섬세 우하해 주시는지..^^

마립간 2006-01-1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야 다양하겠지만... 평론가가 최초의 동성애를 언급한 영화라는 평도 있지만 저는 영화내내 (아니 양반댁 마당놀이 순간부터) 공길은 여성(여자역을 맡은 남자가 아니라)라고 생각하며 보았습니다. 남사당패에 여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막상 여성보다 여자 역활을 하는 남자가 영화적 재미를 더해 주지만 그곳에 공길의 위치에 여자가 있었다면 reality를 갖는 영화가 되었겠지요.(아니면 감독이 저 처럼 여자로 치환해 놓고 보는 관객을 상정했을 수도)

끼사스 2006-01-1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도 마립간님과 비슷합니다. 이준익 감독이 연산군(정진영)-장생(감우성)과 삼각관계를 이룰 캐릭터의 자리에 여성이 아닌 '여자 같은 남자'를 놓았을 때는, 극의 유니크함과 흥미를 위해 리얼리티는 어느 정도 포기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죠….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면 좋았겠고, 잘 하면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리얼리티 측면에서 뭔가 부족한 영화가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

미미달 2006-01-1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갑자기 이준기가 너무 인기가 많아진데다가 왕의남자가 개봉할 당시부터
마이걸이라는 드라마에도 나오고, 또 케이블 tv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같은 걸 봤을때 영화에서의 공길의 이미지를 많이 잊게 해주더라구요.
영화가 끝날때까지만이라도 얼굴을 내비치치 말았으면 더 좋았을걸 ..
뭔가 신비주의가 와장창 깨지는 안타까운 느낌이 들어요.

마늘빵 2006-01-1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공길이한테 별루 눈길이 안가던데. 내 취향이 아닌가? ㅋㅋ

플라시보 2006-01-17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으음... 그렇군요. 근데 제가 알기론 남사당패에 여자도 있지 않았을까요? 순전히 남자만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을것 같은데.. (옛날 사극이나 드라마 보면 남사당패에 여자가 나오더라구요.) 아무튼 공길 대신 여자를 썼으면 리얼리티는 훨씬 더 했겠지만 대신 극적 재미가 좀 떨어졌겠지요. 남자 - 여자 - 남자 보다 남자 - 남자 - 남자 - 가 훨씬 드문 케이스니까요.^^

이훈성님. 저는 크게 리얼리티라는 부분을 보지 않았었습니다. 시대적 인물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걸로 다른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이준익 감독의 전 작품은 그저 그랬는데 왕의 남자는 썩 괜찮았던것 같습니다.^^

미미달님. 그러게요. 저도 공길의 인터뷰 장면을 TV에서 종종 봤던것 같아요. 님 말씀처럼 너무 많이 나오니까 신비주의가 깨지는 것도 있고 좀 식상한것도 있고..^^

아프락사스님. 히히. 님 취향이 아닌가봅니다.^^

끼사스 2006-01-1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런데 마립간님도 아마 그럴 것 같은데, 제가 말한 '리얼리티' 내지는 '좀더 리얼했으면 좋겠다'는 건 이 영화의 플롯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공길'의 자리에 이준기를 배치한 건 더 이상의 대안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지만(사실 이준기만큼 예쁘면서 좀더 가냘픈 남자배우를 썼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했습니다.그런 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영화 속 '동성애 삼각관계'에는, 뭐랄까, 섹슈얼한 느낌이 약했던 것 같았어요. 이들이 정말 사랑하고 질투하고 고뇌한다는 느낌이 들기엔 상황배치도 좀 느슨하고 화면도 덜 에로틱하고…. '있을 법한 얘기를 하라'는게 아니고 '그럴 듯하게 얘기하라'는게 제가 느끼는 아쉬움의 본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