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일주일에 두개쯤 글쓰는 이벤트에 참가하는 듯해 민망합니다만, 이벤트선물 때문보다는 플라시보 님의 서른 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바빠서 천천히 참가하겠다는 말씀도 이미 드렸지만, 주말에 하면 되지 않냐는 플라시보님의 현명하신 말씀과, 늦게 쓸수록 어쩐지 뒷북이 되는 듯한 느낌에 쑥쓰러움을 무릅쓰고 참가해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플라시보님의 모습>

첫번째. 여유롭고 우아한 여신의 이미지

 

 

 

 

 

 

 

 

 

 

 

 

 

 

 

 

 

 

 


이 사진에 서재의 어떤 분께서 이런 댓글을 다셨습니다.

"오오오... 아르테미스가 초승달에 자기모습 비추어 단장하는듯 합니다"

저역시 저 표현이 너무나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 사진을 찍은 구도가 절묘했던 탓이 크기도 하고, 사진들을 뒤져보면 훨씬 더 미모로운 사진이 많기는 합니다만. 저에게는 저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 시간 쉽지 않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지만, 이제는 자기 삶에 대해 완전히 장악하셔서 여유로워지고 또한 그러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당당한 플라시보님의 모습을 볼 때면 언제나 아르테미스라는 이미지를 낳게 한 저 사진을 연상하곤 합니다...

두번째.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플라시보님의 글을 읽을 때면 언제나 느껴지는 것이긴 하지만 제가 이것을 너무나 유쾌하게, 절실히 느낀 것은 님의 첫 경험에 관한 글을 읽을 때였지요. 그 당시에도 알라딘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다시 들추는 것을 원치 않으실까 저어가 되긴 하는군요. 제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형태 중 하나였던 첫 경험(20대의 저도 그렇게 해보는 것을 상상하고만 있었지요.^^), 그리고 님의 쿨함과 사람보는 눈을 확인시켜주던 그 사례 말입니다. 저도 첫 경험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꼭 저의 연애담을 알라딘에서 늘어놓고 싶은 충동을 늘 갖고 있습니다만, 언제가 될지 그리고 님처럼 쿨해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세번째. 그러나 털털함의 극치

사람들은 보통 미모에 글발까지 있는 여인이 우아하기까지 하면 감히 근접하지 못하거나 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플라시보 님은 일상생활을 숨김없이 소탈하게 써서 '세련된 문학소녀'의 이미지를 벗었던 것이 이 서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었던 비결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옛 페이퍼를 검색하다보니 심지어 이런 페이퍼도 나오더군요. '이런 변이 있나' - 1, 2편으로 나뉜 이 시리즈는 가장 내밀한 사생활인 화장실 이야기까지 세밀히 늘어놓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무장해제하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저를 중독되게 하신 님.

위 글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면 믿으시겠어요? 뭘 그리 열심히 썼냐구요? 그게 아니라 위 글들을 쓰면서 참고하려고 옛날 사진과 글을 찾으러 갔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다시 읽고 있었답니다. 지금은 한밤중의 과다한 서재질로 열나고 기운빠졌습니다. ^^; 그리고 동시에 캔 맥주가 너무 땡기는 것입니다.  슈퍼도 문닫은 시간,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매실주와 참이슬 한 병이 있더군요. 내일의 일정을 생각하니, 혼자 먹기에는 너무 도수 센 술.. 그냥 묵묵히 참기로 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처음 들어와 가끔 남들의 글을 흘낏 보고 뜨내기같이 오가던 시절, 처음으로 즐겨찾는 서재를 지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 지정한 서재가 마모 님의 서재이고 두번째가 님의 서재이더군요.. 님의 서재에 오면서 저는 비슷한 또래의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비슷한 고민을 함께 했고, 또한 제가 가지지 못한 그러나 너무나 가지고 싶던 이미지를 가진 님께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서재를 즐찾하면서 알라딘에 빠져 행복한, 혹은 늪에 빠진 듯한 생활을 하면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제가 이렇게 된 최초의 시간에 저는 님께 빠지고(흠. 마모님도 넣어야겠군요. ^^;) 그리고 나서 알라딘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오랜시간 쓰다보니 너무 두서가 없는 글이 되어 마무리가 잘 안되는군요.. 그러나 님께 대해 할 말이 어디 위에 쓴 이미지뿐이겠습니까. 님의 음식 솜씨나 재테크 감각, 사람을 대하는 강함 등에 대해서 다 못쓰는 것이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제가 플라시보 님의 생일 축하 페이퍼를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로 쓴 이유는, 저러한 것들이 앞으로 님이 살아가는 데에 큰 힘이 될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또 가끔 힘들어질때면 저런 점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플라시보님께서 힘을 얻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함께 30대가 된 것을 무척이나 축하드립니다. 제가 언제가 말한 것처럼, 스물아홉의 무척이나 불안정했던 나날들과 달리 30대가 되니 더 안정되고 좋지 않습니까? ^^ 스무살 때보다 지금의 서른이 더 좋은 것처럼,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은 님께 더더욱 좋은 시간이시길 빕니다. 님 앞에 비단길만 펼쳐지기를, 만 서른이 되는 며칠 전에, 옆에서 지켜보던 한 사람이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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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5-16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나 하여, 플라시보님. 옛 사진과 페이퍼를 언급하는게 부담스러우시면 말씀하시어요. 삭제하고 다시 쓰렵니다... ^^;

플라시보 2005-05-16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어머 아니여요. 이미 다 제가 서재에 올렸던 것들이고 다른 분들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검색할 수 있는건데요^^ 그나저나 너무 근사하게 써 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오랜세월 지켜 보셨는지요..^^ 그건 아마 여기가 재밌었다기 보다는 님이 사람을 한번 보면 꾸준하게 보는 좋은 성품의 소유자여서 그러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아까 마태우스님 사행시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렇게 좋은 사람도 아니고 착하지도 않은데 님처럼 사람에 대해 기본적으로 애정을 가지신 분들이 좋게 봐 주시면. 저도 아. 좋은 인간이 되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서른살. 저는 잔치가 끝났다고도 시작되었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76년 5월 20일부터 잔치는 계속 되었고 잔치의 마지막은 아마 제가 눈 감는 날일거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하루가 다 소중하니까요. 그런데도 서른의 생일은 조금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긴 합니다.^^ 좋은 글 써 주신 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고마워요. 님^^

날개 2005-05-1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이 플라시보님에 대해 너무 잘 정리하신것 같아요.. 털털함의 극치란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마태우스 2005-05-1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정말 노력 많이 하신 페이퍼입니다. 제가 다 가슴이 뭉클...

클리오 2005-05-1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저는 착한 사람 싫어해요.. 그리고 페이퍼 다 쓰고 나서 생각하는건데, 저는 '부당한 상황에서 당당하게 할 말 다하는' 님의 그 모습도 무척 사랑합니다. 제가 무척 가지려고 노력하는 점이거든요.. ^^

클리오 2005-05-1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 님. 님은 언제나 제 든든한 후원자십니다. ㅎㅎ 그리고 마태 님. 노력 많이 안했어요.. 저는 천재형이거든요? (민망해서 거만거만..모드.. ^^;;;;;)

물만두 2005-05-1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하루(春) 2005-05-1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을 분석하셨네요. 대단...

플라시보 2005-05-1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흐...저는 착한 사람이 되고는 싶습니다. 지금의 저는 너무 날카로워서 말이죠. 물론 부당한 상황에서의 응징은 계속 할 생각입니다만^^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좀 더 따뜻해지고 싶어요.^^

마냐 2005-05-16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들 안그렇겠습니까만, 서재야말로 타인이 보여준 관심과 애정이 무진장 고마운 법임다. 세심한 클리오님의 분석기...정말, 대단하군여. 그리구, 저 사진은 정말 압권이었어요. 동의함다. ^^

클리오 2005-05-1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봐주셔서 많이 감사합니다. 그리고 플라시보님. '착하다'라는 말이 좋은 맥락과 나쁜 맥락을 왔다갔다 하는군요... ^^

울보 2005-05-1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너무너무 멋있어요,,

플라시보 2005-05-16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흐흐. 그러게 말입니다. 어떨때는 성깔있는 내가 되고 싶다가 또 어떨때는 좀 더 소프트한 내가 되고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