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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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흔히 영화나 책등의 주요 내용등을 노출하므로써 재미를 반감시키는 행위인 스포일러는 가장 유명하게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개봉했을때 이 영화를 보려고 줄을 서 있던 관객에게 이미 관람한 사람이 버스를 타고 가면서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고 외쳤다는, 진실의 여부는 알수 없으나 스포일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결정적 계기가 아닌가 싶다. 그 외에 식스센스등의 결정적인 반전이 들어가 있는 영화들은 스포일러를 막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으며. 현재는 몇몇 양심있는 기자들은 영화나 책에 대해 기사를 쓰기 전에 '스포일러 다소 있음' 등의 경고문을 미리 붙여놓는다.

그런데 진짜로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내 경우에는 영화에 대해 이미 모든걸 다 알고 보는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에는 반드시 본 사람들에게 설명을 다 듣고 나름대로 기사들도 뒤져서 자료를 찾아볼 만큼 찾아보고 나서야 본다. 남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스포일러. 하지만 나에게 있어 스포일러는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용을 다 알고 나면 더더욱 기대가 되며, 내용을 가지고 혼자 공상속에서 영화를 한편 만든다음 실제 영화는 어떻게 그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겨서 풀어내는지 비교를 하며 즐기기까지 한다. 허나 나는 이 책 '살인자들의 추억'을 읽고 나서는 스포일러를 왜 하면 안되는 것인지, 심정적으로 완전하게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사기전에 여기서 읽었던 대부분의 리뷰가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음에 진심으로 고마웠다.

지금부터 나는 책의 내용을 아주 약간만 소개를 할까 한다. (내 생각에는 이정도는 책소개 글에 적힌 정도라고 보지만 또 알 수 없으므로 조금도 사전 정보를 얻고싶지 않으면 여기서 읽기를 멈추길 권하는 바이다.) 아내가 불에 타죽는 아픔을 겪은 보안관 테디. 그는 어느날 살인자들 중에서도 정신병력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수감되어 있는 섬으로 조사를 떠난다. 그 섬에서 한 여자 환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동료인 처크와 함께 매우 불길하고 수상쩍은 기운이 감도는 섬에 수사를 하기 위해 떠나는데... 여기까지. 여기까지가 내가 말 할 수 있는 이 책의 최대한의 내용이다. (내 생각에는 이정도를 알아가지고는 아무것도 달라질게 없다 싶어서 적었다.)

하지만 이 책은 위에서 내가 언급한 내용으로는 전혀 추론조차 할 수 없는 커다란 비밀이 존재한다. 오죽 그 비밀이 흥미진진했으면 나는 어제밤 이 책을 잡자 마자 오늘 출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날밤을 꼬박 새워서 책을 읽어치웠다.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이 진행된다 싶어서 한 30 페이지까지는 약간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정말이지 화장실 갈 시간도 아까울 정도였다. 내가 읽어본 범죄스릴러 소설중에 감히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유주얼서스펙트나 식스센스는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만큼 이 책에는 아주 큰 비밀이 있으며 막판에 가서 비밀이 밝혀질때쯤에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수가 없다. (진부한 표현이나 이 이상의 표현이 없다 싶다.)

데니스 루헤인은 예전에 미스틱 리버라는 책을 발표했을때 부터 매우 기대가 되는 작가였는데 솔직히 말해 미스틱 리버때만 해도 나는 이 작가가 이리도 대단한 책을 쓰리라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인 작가라는 이름을 달기에 한톨의 부끄러움도 없을 만큼 이 책은 실로 놀라운 상상력을 담고 있다. 그건 해리포터 같은 류의 허무맹랑하면서도 거대한 상상도 아니고 다빈치코드류의 유치하면서도 다소 뻐기는듯한 상상력도 아니다. 정말이지 간만에 만난 아주 제대로 된 상상력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니 그 이전에 마지막 결말 부분에 다다라서 나는 약간 무서운 기분마저 들었다. 사람의 내면을 이렇게나 무섭게 들여다본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늘 이런책을 읽으면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과연 정상일까? 혹은 내가 진실이라고 믿으며 보고 듣는것들이 정말로 사실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끝으로 한가지 충고를 하자면. 절대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 책을 잡지 말것을 권한다. 왜냐면 아까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일단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어떤 이유에서건 도저히 멈출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특히나 진부한 표현을 많이 썼는데 더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하는 내 언어감각의 한계가 통탄스러운 한편. 그런 진부하고 고전적인 찬사라 할지라도 이 책 앞에 바치기에는 더없이 초라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추리소설의 마니아던 마니아가 아니던간에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정말로 후회없이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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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1-0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해서 이 책의 극찬리뷰를 보다보니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어느분께 쌩스투를 눌러야 하나요..흐흐~

플라시보 2005-01-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날개님. 이 책을 사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분께 누르세요^^ 그나저나 이 책 정말 사서 읽어보시면 후회 안하실껍니다.

플레져 2005-01-0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일단 땡스투! 플라시보님의 리뷰를 지금 막 처음 보았으니... 님께 ^^

미스틱 리버, 영화는 정말 대단했어요. 지금도 그 영화가 생생한 걸 보니... 아직 머리가 좀 쓸만하다는 것과 영화가 참 좋았다는 걸 동시에 깨닫습니다 ^^

플라시보 2005-01-0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플레저님. 저도 미스틱 리버는 영화도 책도 전부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미스틱 리버. 영화의 경우에는 원작에 아주 충실했더라구요. 뭐 감독의 새로운 해석 같은게 가미될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소설을 영상으로 옮기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땡스 투 감사드립니다.

마태우스 2005-01-0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 없이 이렇게 장문의 리뷰를 쓸 수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인 것 같네요. 전 뭘 써야 할지 막막했다는....

비연 2005-01-0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슴다...정말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죠^^ 리뷰 잘 읽었슴다~

마냐 2005-01-1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마태님께 동감. 저두 참 막막했었구...심지어 썼다가 물만두님의 스포일러 경고까지 받구 수정했더랬죠..^^;;;

줄리 2005-01-11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야 겠네요. 저두 범죄스릴러을 무지 좋아하는데,,, 요즘은 왜 못 읽고 있는건지 저두 잘 모르겠네요. 이거 빨리 읽고 싶네요.

플라시보 2005-01-1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히히. 리뷰가 좀 수다스럽죠.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하다 보니까 다른 소리만 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럼에도 책이 재밌어 칭찬을 하기는 해야겠고..훗. 저도 대략 난감했습니다.



비연님. 이미 읽어 보셨군요. 저도 누가 재밌는 책을 추천해 달라면 이 책을 추천해야겠습니다. (여태까지는 삼미슈퍼스타즈 였습니다.^^)



마냐님. 후훗. 저 책은 아주 약간만 힌트를 노출해도 극도로 위험하죠. 재미를 너무나 크게 반감시킬 수 있으니까요.



dsx 아. 범죄스릴러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딱히 어떤걸 좋아한다 이런게 없는 인간인데도 이 책을 읽고나서 범죄스릴러에 푹 빠졌거든요.

흰 바람벽 2005-01-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첨엔 두꺼워서 언제 읽나~ 했는데. 정말 거짓말 처럼 술술 잘 넘어가죠. ^^

저도 잼나게 잘 읽었더랬지요.

플라시보 2005-01-1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 바람벽님. 저도 처음에는 두께 보고 뜨아 했더랬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두께에 비해서 책이 가벼운 편이더라구요.

픽팍 2006-05-2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 님의 서평을 보고 서점가서 바로 질렀는데,, 재미는 있었지만;;역시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저는 반전이 나오고도 이게 뭐야 하고 실망했던 기억이;;;그리고 소설 중반 정도에 가서는 어느 정도 반전이어떻게 될지 눈에 보여서 조금 실망했더랬지요;;;재미가 없진 않았지만 그렇게 까지 는;;
good은 주겠지만 great는 못 주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