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정도. 단 하루도 쉬지않고 일했다.

 

그 결과 에세이가 한 권 분량이 나왔고 (지금 출판사에서 검토중이다. 대체 이 해물잡탕스러운 글을 어떻게 책으로 내야 할지를)

 

15일이면 에디터에게 연애서를 보내주면 된다. (작업은 다 끝이 났다. 역시 기획출판이 최고다. 원고 작살나게 빨리 나온다.)

 

덕분에 이제는 마르지 않았다. 다만 얇다. 이쯤되면 모토로라 레이저다.

주치의께서 0.1kg 만 빠지면 바로 약 먹자 하신다.

신진대사율 낮추고 식욕이 팍팍 돋게 하는 그런 약이란다.

마늘주사와 칵테일 주사를 비롯한 각종 링거액으로 버텼더니

덕분에 내 팔을 본 사람들은  약 하느냐고 묻는다.

맞다. 약 한다. 병원에서 주는 합법적인 약.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여기는 마치 나의 살던 고향은 같은 곳이라고

이젠 꽃피는 산골도 복숭아꽃도 살구꽃도 없지만

내가 살았던 그 잠시 동안에는 모두 다 있었더랬다.

그래서 이 공간이 존재하는 한

어쩌면 이렇게 아주 가끔씩 들어와서는 안부를 전하게 될 것 같다.

 

나는 다른 곳에서 블로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진짜 조용하다.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는다. 그리고 안부도 아는 사람들만 가끔 묻는 정도.

예전의 이 곳에서의 기억과 너무 달라서 그저 신기하지만

차라리 조용한 블로그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서로이웃은 받지 않는다.

그건 나도 그 사람의 블로그를 가서 보겠다는 말인데.

난 좀처럼 그러질 않는다.

그래서 지키지 못 할 약속은 하지 않는게 맞다는 생각에서 정중하게 거절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이웃은 상관없다.

그나마 날 추가하는 이웃도 잘 없지만.

 

어느 곳에 있든지, 어떻게 있든지

살아서 숨쉬고 있음이 참 고맙다.

남들로 하여금 걱정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고 있다.

 

문득, 보고싶은 사람이 생각난다.

그저 보고싶기만 하다.

돌아가고 싶지도 그립지도 않다.

하지만 이 공간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

지금은 어디에서 뭘 하면서 사는지 모르는 사람.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비교적,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름답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우아하고 싶다는 생각은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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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1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는 둘째고, 항상 열심히 사시는 플라시보님 보면
부럽기도하고, 대단하다 싶어요.
건강이 안 좋으신가 봅니다. 뭐든 건강하면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책 궁금합니다. 잘 나오게 되길...^^

울보 2012-02-1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세요, 아프지마시고 밥 잘 드시고, 많이 웃으시고 다시 나올책 기대할게요,

조선인 2012-02-13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의 넘쳐나는 살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대신 새 책 나오는 것에 대해 축하인사 보내드립니다. 건강하시길.

moonnight 2012-02-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참 오랜만이에요. 안 그래도 약하신 분이... 모토로라 레이저. ㅠ_ㅠ
여전히 열심이시군요. 새 책 축하드려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토토랑 2012-02-1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처럼, 저의 이 넘쳐나는 식욕을 보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새 책 나오는거 축하드리구요. 그리고 이렇게라도 안부남겨주셔서 고마와요
그냥 문득 생각날때가 있었거든요..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기를

책읽는나무 2012-02-1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시절(?)
아주 열심히 페이퍼를 읽게 해주신 알라디너님들 중 한 분이신 플라시보님!
저도 님의 안부가 가끔 궁금했었습니다.
잘 계시리라,건재하시리라 믿고 있었는데
아프시다니~~안돼요~
시간이 훌떡 많이 지나서인가요?
알라디너님들의 무한(?) 체력들이 쇠퇴해가는 모습이 짠합니다.ㅠ
(저도 나이먹은 티를 조금씩 내고 다니네요.흠~)
모쪼록 건강하시고,좋아하시는 일을 행복하게 잘 마무리 하시길 빌께요.
새 책 기대되네요.
참 님은 충분히 우아했었어요.지금도 그러실껩니다.화이팅^^

플라시보 2012-02-15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stella09님. 아, 정말이지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만 천성이 게을러터진 탓인지 그리 오래 가지를 못합니다. 그나마 한 달이 최고인가 봅니다.^^ 건강이 안좋은건 아닙니다. 다만 신진 대사율이 지나치게 높아서... 두 마리 토끼는 정말 잡을 수 없나봐요. 한 마리라도 잡으면 좋겠습니다. 책 잘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울보님. 네. 밥은... 위가 늘어났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이 먹습니다만. 여전히 쓰레기통입니다. 이제 지인들이 밥을 사 주려 하지 않습니다. 아깝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이 웃겠습니다. 웃는 것 만큼 좋은 일이 없더라구요. 해서 개콘이라도 보고 웃는 요즘입니다.

조선인님. 아, 보내주실 수 있으시다면 주소를... ^^ 택배로 보내셔도 됩니다. 올해는 별 이변이 없다면 두 권의 책이 나올 듯 합니다. 물론 비수기 피해가고, 경쟁작 피해가고 하다가 보면 정말 언제 나올지는 신만이 아실 일이지만요.

moonnight님. 네. 정말로 오랜만이지요? 모토로라 레이저를 괜히 사용했었나봅니다. 좀 더 두꺼운 녀석으로 버틸것을... 아프지 않습니다. 다만 마르고 있습니다. 오늘 또 0.2kg 이 줄어들어서 정말 약을 먹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토토랑님. 조선인님과 함께 보내주세요. 그래야 택배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식욕은 저도 넘쳐납니다만 왜 이것들이 살로 가질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못된 성질 때문인가봅니다. 문득 생각난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책 읽는 나무님. 네, 말씀하신 그 시절. 참으로 열심히 택도 아니지만 아무튼 많이 적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전 알라디너들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서민 교수님이 얼마 전 수술을 하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이제 정말로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났나봅니다. 아, 그리고 우아하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우아하게 그렇게 늙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