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0.

대중이 접근하기 쉽게 쓰여진 책으로 보시면 됩니다. 덕분에 노자 전체를 겉핥기나마 조망하며 입문했습니다. 

중국 방송에서 강의한 것을 책으로 옮긴 것인데 알고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리중텐의 삼국지 강의와 같은 경우이군요. (김영사)

 

1.

장마다 강의내용이 조금은 들쑥날쑥한듯 아쉬웠지만 동서양의 고금의 좋은 일화들을 함께 소개해주어 즐겁게 읽었습니다.

공자도 그렇고 장자, 그리고 노자도 읽다보면 마약같습니다.

읽는 순간에는 마음이 여유롭고 즐거워지고 기개도 생깁니다.

아직은 부족하여 책을 덮고나면 금새 사라져버리지만 읽고 또 읽으면 지속시간이 길어지리라 믿습니다.

 

2.

역자분도 성실하게 한글로 옮기시고 내용에 대해 치밀하게 챙기신게 느껴져서 감사했습니다.

역자후기의 코믹멘트도 작은 재미였습니다. ㅎㅎ

 

+a

가장 즐겁게 읽었던 일화 하나 나눠보면서 마무리.

장가와 엽가사이의 육척항 골목을 가보고 싶네요.

 

청대 강희(康熙) 연간에 장영(張英)이라고 하는 관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가 돈복(敦復)이고 호가 동포(東圃)로 안휘(安徽) 동성(桐城) 사람입니다.

강희 연간의 진사로 관직이 문화전대학사(文華殿大學士) 겸 예부상서에 이르렀고, 사람들은 그를 재상이라고 불렀죠.

 

하루는 고향에서 북경으로 편지 한 통을 급히 보내왔습니다. 장영이 펼쳐보니, 장영 고택(古宅)의 이웃인 엽가(葉家)가 장가(張家) 저택 부지에

있는 담장을 차지하려고 해서, 두 집안 간에 싸움이 붙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집안 사람들은 장영이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해주길 바랐죠.

장영의 도량은 속담처럼 "재상의 배 속에는 배도 저을 수 있다. (宰相肚里能撑船)" (큰 인물은 도량이 크다는 뜻-옮긴이)고 할 정도였죠.

 

그는 자신의 권세를 이용해 남을 압박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고, 집안 사람들에게 시 한 수를 써 보냈습니다.

"담 하나 때문에 편지를 쓰느냐, 3척을 양보한들 뭐 대수냐, 만리장성이 아직 있어도, 당년의 진시황은 볼 수 없어라."

 

집안 사람들은 이 시를 본 뒤에 장영의 분부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바로 담장을 헐어서 3척 뒤로 물러났죠. 엽가 사람 또한 이것을 보고 크게 감동해서,

역시 집의 담장을 3척 물려서 화답했습니다. 지금도 안후이성 퉁청(桐城) 시허우제(西後街)에는 '육척항(六尺港)'이라는 골목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수의 시대 열린책들 세계문학 77
이디스 워튼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번 독서중 적었던 내용에 덧입혀서 적어봅니다.  

 

1.

조금 힘들게 읽었었지만 돌아보니 러시아 문학이나 옛 프랑스 문학등 낯선 시공간, 국가, 관습에 익숙해지느라 그랬었나 봅니다.

끝까지 읽어서 기분좋습니다. 이디스 워튼판 미드 시즌 1을 본것처럼 이제 다음 시즌을 즐겁게 정주행할 준비가 되었네요.

 

2.

영화를 보고나서 읽은게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 엄청나게 꼼꼼하게 소설을 영화화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읽고보니 미셀파이퍼 역시 소설속 인물에 최적화된 연기를 하셨다는걸 알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도 들었던 생각인데) 이런 소설은 영화화 한다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었습니다.

영화속에선 별 의미없이 들어간듯한 장면들이 소설속에서는 전체 흐름을 위한 큰 당위를 가지더군요.

-영화속 내러티브로 설명을 덧붙였음에도 힘들었네요.

 

-그런데 언듯 뉴욕부심이신(맞나요?) 감독님으로서는

구대륙에 비해서는 풋내기인데다가 위선이 가득했던 뉴욕을 그리는 이런 영화를 찍고 싶으셨을까 싶기도 합니다.

 

3.

당시 뉴욕의 경직된 형식을 느끼게 했던 부분입니다. 1870년대 뉴욕의 상류층에서는 "상식"이었겠지요?

 

물론 그녀는 <그는 나를 사랑해>가 아니라 <마마 M'ama!>라고 노래했는데 그것은 독일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프랑스 오페라를 스웨덴 가수들이 영어 사용 관객 앞에서 노래할 때는 좀 더 명확한 이해를 위해 가사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음악계의 불변의 법칙 때문이었다. (10페이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알바니아의 관습법 이야기가 담긴 "부서진 사월"이 떠올랐습니다.

부서진 사월의 관습법이 기괴해 보였다면 뉴욕이라는 당시 세상을 선도하는 도시의 관습법이라고 그리 달라보이지는 않는달까요?

-하긴 현재의 대한민국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한한 관습법들이 넘쳐나겠지요? (글쓰다가 수도이전, 경국대전이라는 단어들이 떠올라 버렸습니다.)

 

 4.

지난번 영화를 보고서도 느꼈지만 저는 남미식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뉴랜드 아처가 엘렌과 뜨겁고 즐거운 도피행각을 몇 달 벌이다가 열기가 식은다음 연인들의 흔한 이유중 하나로 헤어져서는

메이에게 돌아와 남은 평생을 깨갱거리며 기 못펴고 산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이 참 낮선 환경과 관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참 사실적이구나."

뉴랜드 아처는 그나마 관습을 깨기 직전까지 갔었지만 현실의 우리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자괴감에 빠져버리는게 얼마나 흔한가?

 

5.

메이의 시선에서 돌아보니 메이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습에 얽메인 갑갑한 여자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그 관습의 틀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운명에 정면으로 맞부딪혀서 원하는 걸 이 악물고 지켜낸 모습에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네요.

 

6.

소설의 마지막에 뉴랜드 아처의 아들 댈러스가 악명높은 보퍼트가 정부였다 둘째 부인이 된 여인의 딸과 결혼을 앞둔게 묘사됩니다.

그냐말로 뉴랜드 아처의 젊은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아들인 댈러스의 시대엔 당연한듯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지요.

대한민국의 고인이 되신 어느 대통령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참 이상하지? 사람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데 세상은 변해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빤스 2013-02-11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뉴랜드 아처의 시각에서 엘렌을 돌아본 부분도 인상깊었는데 인생이란게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딱히 정답은 없어 보여요.
즉 엘렌을 선택했을때의 불같이 뜨거운 삶이 있다면 메이와 함께 했던 따끈하고 포근한 사랑이 꼭 실패라고 단정지을수는 없지 않을까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고 그 이후의 삶도 돌이킬 수 없는, 반복할 수 없는 삶이란 생각이 드네요.
"(328~329페이지)무언가 놓친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인생의 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너무도 아득하고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서, 그걸 불평한다는 건 복권에 일등 당첨되지 않았다고 낙심하는 것과 같았다. 그 복권은 수천만 장이 팔렸고 일등은 오직 하나였다. 그가 일등에 당첨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노름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재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37228756_74fd5fd6_dostoyevsky1_eight23.jpg 8932910286_1.jpg

 

0.

매우 어린 학창시절 이 악물고 읽었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 아무런 감흥이나 기억을 남겨주지 않았기에

"노름꾼"은 제가 처음 제대로 읽은 도스토예프스키라 하겠습니다.

 

1.

적절히 재미있었습니다.

 

눈썰매를 탄 것처럼 순식간에 거액을 잃어버리는 할머니나

순수하게 도박의 그 순간의 희열에 몰입하는 주인공의 모습(빨간색과 검은색에 배팅하는데 빨간색만 십 수판을 고집하는 미학)에 매료되기도 하였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라면 뛰어내릴 수 있을만큼 사랑하면서도, 가슴에 칼을 천천히 꽂아넣고 싶을정도로 사랑하는 모습도 저릿한 피냄새와 함께 이해되었습니다.

 

2.

이창호는 일정부분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바둑을 두는데, 그가 그냥 둔 한 수에도 상대는 고뇌하게 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소설이 도끼의 책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렇게 집중해서 읽었을까? 이 책이 그만큼의 가치를 지닌 책인가 자신하질 못하겠습니다.

도끼를 읽었다는 허영을 충족시키고픈 마음이 분명 있다는 생각에 이 소설의 진가에 대한 확신은 더욱 흐려집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리스인 조르바, 암병동, 사랑과 다른 악마들 - 이러한 소설들은 머뭇거리지 않고도 확실히 좋았는데 말이지요.

 

2+1.

독백(이라서 잠시 반말)

도끼의 소설은 위대한걸까? 우매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위대한 그 무엇이 소설들 속에 있는걸까?

그것은 꼭 억지로 노력해서 이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노력하면 그 노력만큼 더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a

이 새벽에 fourplay 공연 영상을 듣고 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맹자 을유세계사상고전
맹자 지음, 우재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0.

무엇보다 맹자 전체를 읽는다는데 의의가 있을 듯 합니다.

1000페이지에 가깝지만 원문과 한글독음, 그리고 한글번역만이 느슨하게 배치되어 있기에 2~3일만 바짝 읽으면 읽힙니다.

 

1.

중화문화권속에서 살아온 덕에 직,간접적으로 익히 알아온 맹자의 힘있고 눈부신 문장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맹자의 제자들의 태도였습니다. 조심스레 묻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스승인 맹자의 가르침의 모순을 발견한 듯한 기쁨에 신나서 맹자에게 "이건 어떻게 해명할래?" 하며 달려듭니다.

그러면 맹자는 또 기꺼이 그 질문에 절묘한 답을 내어줍니다.

 

조조의 책사들 사이에 이렇게 거리낌이 없는 문화가 있었다지요?

맹자학단의 활기차고 살아있는 모습을 눈으로 보는 듯 하였습니다.

 

2.

논어를 읽으면 행복해지는데 맹자를 읽으니 힘이 들어갑니다.

기개가 엄청나기도 하고, 자신의 선의에 대한 확신으로 논리의 비약을 서슴지 않는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맹자를 사랑하긴 힘들것 같습니다.

 

3.

정도전이 정몽주(선배)에게 맹자를 선물받고 열심히 읽어 역성혁명을 꿈꾸었다지요?

맹자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민본이라는 개념을 강하게 문명 깊숙히 박아넣었다는 것일듯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 농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53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농장은 몇 해전 수박 겉핥기로 재미있다 하며 읽었었는데

이번에야 제대로 읽었습니다.

 

1.동물농장을 집필한 목적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의 경험을 통해서 서구 지식인들 누구보다도 소련의 실상을 정확히 알았던 것이군요.

그래서 우크라이나판 서문에 아래와 같이 생각을 나눴네요.

1)소련에 대해서는 충분한 지식이 없음을 인정한다. 따라서 스탈린과 그 추종자들을 비난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들의 행동이 부득이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2)그럼에도 서구 지식인들은 소비에트 정권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봐야한다. 그들은 진정한 사회주의로 가지 못하고 있다.

 

2.윔퍼 : 사르트르와 버나드 쇼

동물농장과 인간 사이의 중개인으로 나오는 윔퍼씨를 사르트르와 버나드 쇼로 대표되는 서구 지식인으로 이야기하네요.

즉 1917년의 혁명을 찬양하던 서구 지식인들이 소비에트 정권의 실상을 모르고 있다고 조지 오웰은 지적한 셈인데

과연 동물농장을 읽고 나서 사르트르와 버나드 쇼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해집니다. (확증편향과 인지부조화를 보였을까요?)

 

3.트로츠키에 대하여

워낙 이쪽으로는 아는게 없어서 막연하기만 합니다.

언듯 트로츠키에 대해서는 착한 편, 이상주의자, 하지만 힘있는 음모가 스탈린에 당한 사람이라는 인상뿐인데

현재의 트로츠키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요?

 

4.복서

수십년전의 역사인데 왜이리 서글퍼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직하게 이용만 당하는 복서의 모습이 현재에도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겠지요.

복서 뿐이겠습니까? 우화를 보며 그땐 그랬구나 하기에는 현실이 동물농장과 다를 바 없으니 서글퍼지는 것이겠지요.

 

 

*생뚱 : 스탈린 좀 잘생겼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