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매우 어린 학창시절 이 악물고 읽었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 아무런 감흥이나 기억을 남겨주지 않았기에
"노름꾼"은 제가 처음 제대로 읽은 도스토예프스키라 하겠습니다.
1.
적절히 재미있었습니다.
눈썰매를 탄 것처럼 순식간에 거액을 잃어버리는 할머니나
순수하게 도박의 그 순간의 희열에 몰입하는 주인공의 모습(빨간색과 검은색에 배팅하는데 빨간색만 십 수판을 고집하는 미학)에 매료되기도
하였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라면 뛰어내릴 수 있을만큼 사랑하면서도, 가슴에 칼을 천천히 꽂아넣고 싶을정도로 사랑하는 모습도 저릿한 피냄새와 함께
이해되었습니다.
2.
이창호는 일정부분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바둑을 두는데, 그가 그냥 둔 한 수에도 상대는 고뇌하게 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소설이 도끼의 책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렇게 집중해서 읽었을까? 이 책이 그만큼의 가치를 지닌 책인가 자신하질 못하겠습니다.
도끼를 읽었다는 허영을 충족시키고픈 마음이 분명 있다는 생각에 이 소설의 진가에 대한 확신은 더욱 흐려집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리스인 조르바, 암병동, 사랑과 다른 악마들 - 이러한 소설들은 머뭇거리지 않고도 확실히 좋았는데
말이지요.
2+1.
독백(이라서 잠시 반말)
도끼의 소설은 위대한걸까? 우매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위대한 그 무엇이 소설들 속에 있는걸까?
그것은 꼭 억지로 노력해서 이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노력하면 그 노력만큼 더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a
이 새벽에 fourplay 공연 영상을 듣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