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프리카 -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세르주 미셸.미셸 뵈레 지음, 파올로 우즈 사진, 이희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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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프리카와 가장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대륙은 유럽이였습니다. 유럽은 15세기부터 아프리카에서 노예무역을 시작했고, 아프리카의 해인 1960년까지 아프리카를 식민지 상태로 두면서 자원을 수탈해 왔습니다. 아프리카가 독립한 이후에도 프랑사프리카라고 불리우는 옛 아프리카 식민 국가들에 대한 유럽의 지배력은 여전했고, 서구 열강들은 독재자들을 지원하며 이익을 계속 추구했습니다. 이런 유럽의 아프리카에 대한 지배력은 1990년대에 들어 와해되기 시작했는데, 유럽이 아프리카 독재자들에게 훈계를 하며 거리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럽은 독재자들을 비난하긴 하지만 아프리카 국민들의 운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랜 수탈과 식민통치의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륙이 된 아프리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구열강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을 앞세워 민영화, 탈규제, 민주주의와 투명성이라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안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워싱턴 컨센서스는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나 이스털리, 아비지트 배너지나 담비사 모요 등에게 물어보지 않더라도 누가 봐도 명확한 결과를 냈습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담비사 모요는《죽은 원조》에서 가장 싼 원자재와 노동력이 있는 아프리카에 외국인직접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로 도로, 통신, 전력 등의 공공기반시설이라는 물리적인 제약과 만연한 부패와 복잡한 관료 시스템, 법적 환경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아프리카에 제공된 3000억 달러 이상의 원조금은 사실상 거의 이룬 게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정학적, 전략적 경쟁관계와 경제적 이득의 맥락에서 볼 때, 이것의 가장 주된 원인은 원조의 많은 부분이 아프리카대륙의 개발 성과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서구의 입맛에 맞는 이런저런 유형의 정권을 세우고 유지시키는 데에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죽은 원조》p.59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급성장하게 되면서, 아프리카의 자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외교적 관점에서도 아프리카는 중국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했는데, 대만과 중국의 유엔 회원국 지위에 대한 대결구도 때문이였습니다. 유럽이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사이에 중국은 아프리카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중국은 서구의 워싱턴 컨센서스와 다른 베이징 컨센서스를 아프리카에 제안했는데, 이는 아프리카에 있어서 크게 이득이 되는 제안이였습니다. 그동안 서구의 회사들이 아프리카에서 원자재만을 사갔다면, 중국은 원자재를 사는 대가로 사회인프라의 건설을 약속했던 것입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오로지 정부 차원에서 대형 인프라 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고 원자재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민간인들도 아프리카에서 개인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업가 및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도 아프리카는 기회의 땅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6배 이상의 급료를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노동자의 유입은 아프리카에서 중국기업의 약진에 큰 힘이 됩니다. 중국인들은 아프리카인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서구 노동자들에 비해 급료를 덜 받기 때문입니다.

알코아나 알칸같은 거대 알루미늄 회사들은 기니에는 전력이 충분하지 못해서 제련작업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댐을 건설할 만한 지점이 122곳이나 된다고 평가하는 서아프리카의 3대 강이 모두 기니를 관통한다.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우스만 실라 장관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중국인들이죠! 중국인들만이 유일하게 우리에게 광산, 댐, 수력발전소, 철도, 제련소를 묶어서 패키지로 지어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모든 자금을 대고 산화알루미늄으로 상환하기로 했지요. 우리 정부에 자금 부담은 전혀 없고 오히려 세금을 거둬들이고 일자리와 인프라,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라 장관이 분개하며 덧붙였다. "똑같은 조건으로 알코아에 제의했더니 자기들이 취급하는 건 댐이 아니라 알루미늄이라고 하더군요." - p.19 

저자는 아프리카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이런 협력관계, 차이나프리카 현상은 성공적으로 진행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와의 협력관계를 노리는 나라는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 브라질도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인상적이게도 중국의 대표적인 경쟁국으로 한국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은 한국과 아프리카 경제협력 협의체를 구축했으며, 많은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중국과 다른 방식으로 길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통신망이나 발전소 등 필요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프리카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런 접근으로 인해 서구 선진국들도 아프리카를 새로운 관점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자는 암흑의 대륙 아프리카가 세계화의 무대로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아프리카를, 아프리카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한 중국을 주목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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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 우리가 몰랐던 선거전의 비밀
EBS 킹메이커 제작팀 지음 / 김영사on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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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선거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란 물음에 심리학을 포함한 수많은 학문이 동원되는 지식 투쟁의 장이기도 합니다.《킹메이커》에서는 선거전의 다양한 전략 중에서 네거티브 전략이 지닌 의미와 한계,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중도세력, 흔히 부동층이라 부르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굉장히 유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네거티브 전략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와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옐친이였습니다. 이들은 유권자가 지닌 공포를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결국 부시와 옐친은 모두 선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당선되었습니다. 특히 옐친의 경우 6퍼센트에 불과하던 지지율을 54퍼센트까지 끌어올리는 기적을 이룸으로써 네거티브 전략의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문제는 네거티브 전략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유권자들에게 정치혐오증이 확산되 투표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네거티브로 당선된 당선자는 임기기간동안 제대로 된 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좋은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선거를 통해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생기고 취임 이후 정책을 집행할 추진력이 생긴다. 하지만 오직 네거티브에만 집중하는 선거는 이런 기회를 빼앗아 버린다. 유권자들은 당선자가 어떤 정책을 집행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럴 경우 유권자들은 오직 누구누구가 싫어서 그 사람을 뽑았을 뿐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네거티브 선거는 낙선자뿐 아니라 당선자에게도 상처를 입히는 셈이다. - p.82 

유권자를 설득시키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지지자뿐 아니라 중도파를 잡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중도파라는 개념은 거시적 관점에서는 보이지만 미시적 관점에서는 보이지 않는 개념입니다. 레이코프는 중도를 위한 이데올로기는 존재하지 않으며, 중도란 어떤 문제에는 보수적이고, 어떤 문제에서는 진보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합니다. 즉 어떤 의제에 대해서 사람들은 답변이 명확하게 갈린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의제를 핵심으로 삼을 것인가, 어떤 프레임을 구상할 것이냐가 승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미국 공화당은 부시의 선거전에서 경제 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 문제를 피한 채 낙태와 동성애, 진화론, 총기 소지 문제와 같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문화 현상에 집중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캔자스 사람들은 경제 문제에 관심이 없다. 가난한 원인이 체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영적 문제라고 믿는 공화당 상원의원 샘 브라운백 같은 사람은 이런 상황을 자못 흡족한 듯이 바라본다. 캔자스 사람들은 국가의 순결성과 같은 더 웅대한 것에 주목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p.93 

선거에서 개인적 이익은 중요합니다. 개인적 이익에 호소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있으리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통념에 의하면 유권자란 이기심의 귀감입니다. 만일 고소득자의 과세율을 인상한다는 법안이 발의된다면, 우리는 돈 많은 사람들은 그에 반대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찬성표를 던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통념은 자주 어긋납니다. 캐비어 좌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강남 좌파가 존재하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한 법안을 추진하는 당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도널드 킨더의 연구에 따르면, 정치적 관점에 대한 개인적 이익의 영향은 사소합니다. 킨더는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뭐가 좋은지를 묻는다고 합니다. 즉 정치적 견해를 예상할 때에는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이 훨씬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실업자라고 무조건 경제 침체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의료보험이 없는 이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들보다 정부의 의료보험 정책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낸 부모들이 특별히 정부의 교육지원 정책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며, 일하는 여성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정책에 대해서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도 가정주부들과 별반 의견이 다르지 않다. -《스틱》p.278 

이런 유권자의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서 선거전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인터넷과 SNS, 기존의 조직을 결합함으로써 중도파를 끌어들이고자 했습니다. 이노우에 아키토가《게임 경제학》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거전에 게임과 같은 구조를 도입해 사람들의 지속적 참여를 유도했고, SNS를 통한 마이크로 타겟팅 전략으로 인해 유권자 개개인이 선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선거는 사람들에게 대의민주주의 그 이상을 넘볼 가능성을 제공해주었고, 오바마는 그러한 변화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선거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바마의 컴퓨터는 미국인 1억 명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리해 패턴과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선거 캠프 직원들은 정치 전략뿐 아니라 마케팅과 선거의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다. 그래서 19세기식의 지역 가르기와 20세기식의 언론 홍보 중심의 관행을 없애고 유권자 개개인을 의미 있는 개별 단위로 다루는 21세기형 분석법에 따라 선거의 새 지평을 열었다. -《빅토리랩》p.330 

토머스 실리는《꿀벌의 민주주의》에서 꿀벌이 지구상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로 민주주의와 최적화된 집단선택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꿀벌들은 평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수많은 토론을 거쳐 최적화된 장소를 찾아냅니다. 선거는 인간에게 있어서 미래를 위한 집단선택입니다. 그러나 효과적인 집단선택은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집단선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되어야만 집단지성이 되는 것입니다.《킹메이커》는 그런 최적의 선택을 찾고자 계속 변화하는 인간의 집단선택, 선거의 변화과정을 매력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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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전쟁 - 우주의 무기화가 불러올 미래 예측 보고서
헬렌 캘디컷 & 크레이그 아이젠드래스 지음, 김홍래 옮김 / 알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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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기술은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인공위성이 가져다주는 정보로 인해 사람들은 전세계적 규모의 NGO단체를 조직할 수도 있고, 지구에 있는 모든 지역과 상업적 교류를 할 수 있습니다. GPS로 인해 황야에서 길을 잃는 경우도 크게 감소했고, 기상위성은 훨씬 정확한 예보체계를 제공해 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주 기술은 기상과 환경 통제, 방재, 통신, 교육 등 현대적 세계화의 핵심적 서비스를 제공해줍니다. 우주 기술이란 테크놀로지는 인간이 세상을 경험하고 지각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고, 인간과 공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3년 1월 30일에 나로호를 발사하는 등, 우주를 이용하는 국가의 대열에 서고자 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잠재력은 일반적으로 인공위성이나 휴대전화, GPS, 허블 우주 망원경 등 사회적, 경제적, 과학적 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주 기반 통신은 광섬유 해저 통신보다 비용이 저렴합니다. 현재 상업적인 우주 분야는 미국에 연간 1천억 달러 이상의 직접 수입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인류는 19세기까지도 지구의 모습이 구형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우주에 나감으로써 3차원인 우주공간에서 2차원인 지구 표면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은 태양계를 직접 탐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블랙홀의 구성과 영향력 등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론들을 검증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우주가 가져다주는 가능성은 인류의 미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는 또 다른 가능성, 판도라의 상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에 뛰어들었을때부터 자연스럽게 가능성을 지닌 우주의 무기화, 군사화입니다. 우주개발 역사의 시작은 표면적으로는 비군사적인 모습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냉전의 구도 하에서 군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한 최초의 사례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등장한 이후, 우주 기술은 양면성을 지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GPS의 경우도 평화적인 사용법 외에 군사적인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은 우주 기술과 빼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우주 기술은 이제 전쟁과 직접적 연관성을 지니는데, 사막의 폭풍 작전 이후 현대의 전쟁은 GPS와 같은 우주 기술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주에 기반을 둔 위성항법 시스템을 이용해 표적을 향해 무기들이 정확히 유도되고, 거리에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지휘관과 일선 전투병 사이에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며, 적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려는 순간 ICBM으로 바로 반격을 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우리가 바로 탐지할 수 있는 것. 이것은 단순한 미래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의 우주입니다. - p.80 

현대전에서 우주 공간의 활용은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군비경쟁 구도가 현재의 전투기, 탱크 등의 경쟁 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등 우주 시설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아무도 그러한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한번 누군가 시작한다면 그것은 끝없이 시작될 새로운 군비경쟁의 탄생입니다. 현재 우주배치 탄도미사일 요격체 개발, 전파방해 등을 이용한 타국 인공위성 공격, 운동에너지 위성공격무기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의 무기화 현상은 계획, 입안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주의 무기화가 탄력을 받게 되면 결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 멈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무기체계의 선점적 지배는, 짧은 순간동안 안도감을 제공해 줄지는 모르나, 결코 더 안전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군비경쟁이라는 치킨게임은 인류에게 종의 멸망이라는 새로운 공포를 안겨줬을 뿐입니다. 우주의 무기화, 스타워즈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전쟁의지라는 점에서 상징적입니다. 서로 우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다 우주에서 군사적 대립을 일으킬지, 아니면 정치적, 외교적 방법을 통한 국제법규에 의거해 평화적 해결책을 이루어낼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막 우주개발시대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과연 우주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시의적절한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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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 - 유신 독재에 도전한 언론인들 이야기
윤활식.장윤환 외 23명 지음 / 인카운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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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이 부패한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운다는 영웅담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1975》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그런 영웅담의 한 종류입니다. 영웅담은 대개 희망차고 행복한 결말로 끝나거나 꿈도 희망도 없는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되는데,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는 후자에 속합니다. 독재자 박정희에게 저항했던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일명 동아투위의 언론인 113명의 이야기는 우리사회의 비극적 영웅담입니다.

1974년 10월에 젊은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뒤, 동아일보는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이 저지른 민주화운동 탄압과 인권 유린을 보도했습니다. 최근 있었던 철옹성같은 30년 독재를 자랑하던 이집트 독재자, 무바라크가 실각한 사건은 언론이 민주화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권력자들에게 언론은 가장 효과적인 무기인 동시에 가장 두려운 적이기도 합니다. 1972년에 유신을 선포한 이래 효과적으로 종신지배체제를 굳히고 있었던 박정희도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한 언론인들의 저항은 최대의 도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동아일보의 반 독재적 움직임에 대해 중앙정보부는 동아일보에게 광고금지라는 압력을 행사합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많은 미디어가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것은 미디어 콘텐츠를 변형시키는 가장 강력하고도 영향력 있는 압력 중의 하나였습니다. 박정희 정권이 보여준 광고를 통한 효과적인 탄압은, 광고와 자유시장은 미디어 소비자가 최종구매자로서 자신의 선택을 결정하는 중립적인 체제를 양산하지 못하며, 결국 미디어의 번영과 생존에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광고주의 선택임을 보여줍니다. 결국 동아일보는 자유언론의 길에서 벗어나 정권에 굴복하고 맙니다. 이런 언론의 재정적 기반이 광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특성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또 다른 동아투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사가 나온다. 하물며 사건을 다루는 스트레이트 취재가 아니라 현상을 다루는 문화나 특집류 기사에서는 똑같은 보도자료를 배포받거나 같은 인물을 인터뷰하고도 기자의 관점과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의 생산물이 나온다. 그것이 신문의 차이를 만든다.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p.462 

동아일보사는 광고 탄압으로 인한 기구 축소와 사원들의 징계 명목으로 박정희에게 저항한 160명을 대량 해직했습니다. 해직당한 언론인들은 동아일보사 건물 안에서 항의 투쟁을 벌였는데, 동아일보 언론인들이 사옥에서 농성투쟁을 벌이자 박정희는 실전적인 해결책을 지시합니다. 200명이 넘는 괴한들을 동원해 투쟁중이던 피디, 아나운서, 엔지니어들을 폭력을 사용해 몰아냈습니다. 이들은 당시 실시되던 야간통행금지에도 불구하고 지프에 언론인들을 싣고 갔습니다. 박정희에게 저항하다 강제해직되어 실업자가 된 113명에겐 정보기관의 감시와 미행, 취업 방해, 구속과 연행과 고문, 공민권 제한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언론탄압 덕분에 주요 언론들은 박 정권의 비위를 거스를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쫓겨난 사원들은 동아투위를 결성하고 주요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민주화운동과 인권침해 사건을 계속 발행하며 군부독재 정권과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동아투위는 조선투위와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와 함께『말』을 창간해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해 6월항쟁에 도움을 주었고, 동아투위의 주요 인원이 기반이 되어 한겨레신문을 창간했습니다. 결국 동아투위는 격변의 한국민주화 운동사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을 몸소 보여준 사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아투위는 38년동안 동아일보사와 정부에 명예 회복과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뤄진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노무현정부 당시 진실화해위가 동아투위의 사례가 인권 침해임을 인정했지만, 2011년에 정부는 소멸 시효가 지나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격려광고가 번지자 박정희 정권은 동아일보사 경영진과 만나 절충을 벌였다. 정부는 동아 광고 탄압을 풀고, 회사는 비판적인 기자들을 내쫓기로 함으로써 동아는 언론자유를 맞바꾼 추악한 뒷거래를 한 것이다. 그후 동아는 7차례에 걸쳐 100여명 언론인 대학살을 자행했다. 비록 모두 직장을 잃었지만 이들 해직기자들은 후일 우리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 p.319 

동아투위 중 25명의 일화를 다룬《1975》는 독재와 싸워온 평범한 영웅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개인적인 삶은 닉슨대통령을 끌어내린 워싱턴포스트의 두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처럼 승승장구하지 못했습니다. 정부의 탄압과 좌빨이라 불리며 사회적으로 내몰린 동아투위 사람들의 삶을 읽으면 비극적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동아투위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말해줬을 때 권력자에게 대항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개인의 삶은 파탄난다는 교훈을 들려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교훈을 들려줄 것인지, 언론 자유도가 하향세중인 현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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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은 끝났다 - 어느 명문 로스쿨 교수의 양심선언
브라이언 타마나하 지음, 김상우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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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배우자를 평가할 때 '사짜 직업'이 최고의 배우자감이라는 이야기를 흔히 하곤 합니다. 물론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의 인간 됨됨이지만, 사짜 직업이 보증하는 경제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조건임은 사실입니다. 의사, 판사, 목사, 검사, 회계사 등과 마찬가지로 변호사 또한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입니다. 저 또한 故 조영래 변호사같은 삶을 동경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변호사는 성공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저자 브라이언 타마나하는 미국의 변호사가, 변호사를 키우는 로스쿨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닷컴버블 시절, 변호사는 가장 잘나가는 직업 중 하나였습니다. 기업들은 변호사들을 서로 모셔가고자 했고, 변호사들의 연봉도 자연스레 크게 증가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은 변호사가 되고자 했고, 경제학의 논리에 따라 로스쿨은 고비용화됬습니다. 문제는 닷컴버블이 끝난 이후 지속적으로 변호사의 수입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은 점점 비싸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로스쿨들은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면서 졸업생 연봉이 10만 달러를 넘는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졸업생들이 로스쿨을 마치기 위해 들어가는 평균 부채는 10만 달러에 달합니다. 로스쿨 학비는 졸업생 대다수가 졸업 후 얻는 경제적 기회에 비해 너무 비싸졌습니다. 결국 로스쿨의 비용-효과 경제 모델은 붕괴했다는 것입니다.

로스쿨이 고비용화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변호사협회가 요구하는 인가기준이 로스쿨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등록금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비싼 등록금은 학교 운영비가 아닌 마케팅의 결과입니다. 정교수들의 강의 부담은 줄어들고 연봉은 상승하는 것 또한 학생들에게 기존보다 높은 비용을 부과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은 의도는 좋았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커다란 부채를 안겨주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로스쿨은 미국에서 악화되고 있는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법조계의 다양성을 지향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높은 등록금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진학을 포기하게 만들며, 저소득층 학생은 실력이 있더라도 금전적 이유로 대학에서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터프츠대의 학부 입학처장인 리 코핀은 2004년 신입생 재정 지원 예산으로 잡혀 있는 780만 달러가 부족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만약 합격시킬 경우 1인당 매년 평균 2만 5000달러씩의 장학금이 소요되는 193명의 저소득층 지원자를 과감하게 불합격 처리했다.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p.249 

무엇보다 로스쿨을 압박하고 등록금을 증가시키는 요인은『US 뉴스&월드 리포트』에서 제공하는 대학 순위 평가, 이를 기반으로 한 대학 서열 경쟁입니다. 학생들은 대학 순위 평가를 기준으로 입학을 결정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잡는 대학은 선순환 효과를 일으켜 계속 발전하는 반면, 한번 미끄러지면 계속적인 악순환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순위 평가는 로스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며, 순위를 올리기 위해 왜곡된 보고와 조작 관행이 치킨게임처럼 이뤄집니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엔론 스타일의 기준이 법의 수호자를 양성하기 위한 로스쿨 사이에 하나의 규범처럼 정착된 것입니다. 대학이 순위에 집착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교육보다는 명성을 추구하게 되었고, 명성의 추구는 기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학생들은 종종 교육의 내용보다는 학점에 더 신경을 쓰며 그에 따라 학교, 전공, 교과과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더 문제인 점은, 대학서열이라는 것이 정말로 좋은 대학, 학생들이 이로운 선택을 하는 기준이 되기엔 너무 허술하다는 것입니다.

『US 뉴스&월드 리포트』가 해마다 발표해온 영향력 있는 미국대학 순위선정 역사상 가장 논란거리가 된 1등은 1999년의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었다. 평자들은 칼텍이 전미 최고 대학으로 뽑히자 마치 스티븐 킹이 노벨문학상이라도 탄 것처럼 조소를 보냈다. '캘리포니아의 조그만 공과대학이 어떻게 하버드대나 예일대,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게다가 그보다 더 크고 더 유명한 동부의 맞수인 MIT를 능가할 수 있는가' 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결국 이 잡지는 굴복했다. 이후 선정 기준을 바꿔 칼텍이 독주하던 학생1인당 비용 지출 항목의 배점을 줄여버린 것이다. 이 잡지가 선정 기준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칼텍은 그 후에도 몇 년간 정상을 지켰을 것이다. 칼텍은 바뀐 기준에 따라 10대 대학 명단의 아래쪽으로 도로 미끄러졌고, 아이비리그와 기타 전통 명문들은 한동안 뒤집어써야 했을 망신으로부터 구제됐다.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p.335 

결국 현재의 로스쿨 시스템은 훌륭한 지식인의 양성이라는 상아탑의 가치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대학은 대학순위라는 평판에 집착하며 본래의 목적을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학생들은 취업률 하락과 등록금 빚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헨리 워드 비처는 학교에서 얻는 배움보다는 지위에 더 가치를 두는 현상을 보고 "만일 누군가 대학에 진학했다면, 그는 타이틀을 딴 것이다. 이는 자부심과 허영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 타이틀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된다."고 비판한 바 있는데, 이는 안타깝게도 현재 미국 로스쿨 시스템에도 해당하는 말입니다.

저자가 분석한 미국식 로스쿨 모델의 붕괴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지적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걸음마를 뗀 로스쿨 제도가 미국식 모델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 로스쿨 모델의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대학 시스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변호사협회가 요구하는 인가기준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만 기사시험을 볼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유사하며, 대학서열로 인한 등록금 증가 현상이나 학자금대출 문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시스템의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지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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