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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 우리가 몰랐던 선거전의 비밀
EBS 킹메이커 제작팀 지음 / 김영사on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선거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란 물음에 심리학을 포함한 수많은 학문이 동원되는 지식 투쟁의 장이기도 합니다.《킹메이커》에서는 선거전의 다양한 전략 중에서 네거티브 전략이 지닌 의미와 한계,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중도세력, 흔히 부동층이라 부르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굉장히 유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네거티브 전략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와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옐친이였습니다. 이들은 유권자가 지닌 공포를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결국 부시와 옐친은 모두 선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당선되었습니다. 특히 옐친의 경우 6퍼센트에 불과하던 지지율을 54퍼센트까지 끌어올리는 기적을 이룸으로써 네거티브 전략의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문제는 네거티브 전략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유권자들에게 정치혐오증이 확산되 투표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네거티브로 당선된 당선자는 임기기간동안 제대로 된 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좋은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선거를 통해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생기고 취임 이후 정책을 집행할 추진력이 생긴다. 하지만 오직 네거티브에만 집중하는 선거는 이런 기회를 빼앗아 버린다. 유권자들은 당선자가 어떤 정책을 집행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럴 경우 유권자들은 오직 누구누구가 싫어서 그 사람을 뽑았을 뿐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네거티브 선거는 낙선자뿐 아니라 당선자에게도 상처를 입히는 셈이다. - p.82
유권자를 설득시키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지지자뿐 아니라 중도파를 잡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중도파라는 개념은 거시적 관점에서는 보이지만 미시적 관점에서는 보이지 않는 개념입니다. 레이코프는 중도를 위한 이데올로기는 존재하지 않으며, 중도란 어떤 문제에는 보수적이고, 어떤 문제에서는 진보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합니다. 즉 어떤 의제에 대해서 사람들은 답변이 명확하게 갈린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의제를 핵심으로 삼을 것인가, 어떤 프레임을 구상할 것이냐가 승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미국 공화당은 부시의 선거전에서 경제 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 문제를 피한 채 낙태와 동성애, 진화론, 총기 소지 문제와 같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문화 현상에 집중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캔자스 사람들은 경제 문제에 관심이 없다. 가난한 원인이 체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영적 문제라고 믿는 공화당 상원의원 샘 브라운백 같은 사람은 이런 상황을 자못 흡족한 듯이 바라본다. 캔자스 사람들은 국가의 순결성과 같은 더 웅대한 것에 주목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p.93
선거에서 개인적 이익은 중요합니다. 개인적 이익에 호소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있으리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통념에 의하면 유권자란 이기심의 귀감입니다. 만일 고소득자의 과세율을 인상한다는 법안이 발의된다면, 우리는 돈 많은 사람들은 그에 반대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찬성표를 던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통념은 자주 어긋납니다. 캐비어 좌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강남 좌파가 존재하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한 법안을 추진하는 당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도널드 킨더의 연구에 따르면, 정치적 관점에 대한 개인적 이익의 영향은 사소합니다. 킨더는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뭐가 좋은지를 묻는다고 합니다. 즉 정치적 견해를 예상할 때에는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이 훨씬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실업자라고 무조건 경제 침체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의료보험이 없는 이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들보다 정부의 의료보험 정책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낸 부모들이 특별히 정부의 교육지원 정책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며, 일하는 여성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정책에 대해서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도 가정주부들과 별반 의견이 다르지 않다. -《스틱》p.278
이런 유권자의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서 선거전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인터넷과 SNS, 기존의 조직을 결합함으로써 중도파를 끌어들이고자 했습니다. 이노우에 아키토가《게임 경제학》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거전에 게임과 같은 구조를 도입해 사람들의 지속적 참여를 유도했고, SNS를 통한 마이크로 타겟팅 전략으로 인해 유권자 개개인이 선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선거는 사람들에게 대의민주주의 그 이상을 넘볼 가능성을 제공해주었고, 오바마는 그러한 변화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선거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바마의 컴퓨터는 미국인 1억 명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리해 패턴과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선거 캠프 직원들은 정치 전략뿐 아니라 마케팅과 선거의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다. 그래서 19세기식의 지역 가르기와 20세기식의 언론 홍보 중심의 관행을 없애고 유권자 개개인을 의미 있는 개별 단위로 다루는 21세기형 분석법에 따라 선거의 새 지평을 열었다. -《빅토리랩》p.330
토머스 실리는《꿀벌의 민주주의》에서 꿀벌이 지구상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로 민주주의와 최적화된 집단선택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꿀벌들은 평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수많은 토론을 거쳐 최적화된 장소를 찾아냅니다. 선거는 인간에게 있어서 미래를 위한 집단선택입니다. 그러나 효과적인 집단선택은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집단선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되어야만 집단지성이 되는 것입니다.《킹메이커》는 그런 최적의 선택을 찾고자 계속 변화하는 인간의 집단선택, 선거의 변화과정을 매력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