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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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철저한 과학자이며 무신론자입니다. 그가 단순히 유신론자와 신만을 미워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그는 극단의 합리주의적 과학자로, 모든 형태의 초자연주의를 비난하며, 종교는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는 책에서 전세계의 모든 종교를 비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오히려 윤리 또는 철학 체계로 볼 수 있고 그래서 내가 분노를 표현할 주 공격대상이 아니다' 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즉 이 책은 순수한 사회개혁서입니다. 그가 불교를 주 공격대상으로 삼지 않은것은 아마도 불교의 사상 자체가 인간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기 힘들다고 판단하였거나, 그의 삶이 기독교문화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회에서의 병폐가 크기 때문에 그것을 지탄하기 위해 나온 이 책이 기독교인에게 특히 악명이 높은것은, 바꿔말하면 기독교의 병폐가 가장 크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대 기독교용 비판서적이 아닌, 대 종교용 비판서적이며 다만 주 독자층이 대부분 일신교(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등)였기 때문에 본문에서 구약성경,신약성경 등을 주로 예시로 쓰고 있습니다. 그는 단호히 종교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성경의 문학적 가치만은 인정합니다. 즉 성경을 지금의 호메로스 서사시나 일리아드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동물행동학,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의 과학자로서 사람들이 종교를 왜 만들어왔는지에 대한 과학적분석은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저에게 있어서 책의 주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뇌의 작용과정, 환각, 이기적유전자, 밈(Meme), 존프럼과 태평양섬의 화물숭배의식의 관찰 등은 그의 과학자로서의 분석으로 종교관계자나 유신론자들에게 "신은 이러이러해서 없다. 이것에 대해 반박해보라" 라는 내용이지 저같은 무신론자에겐 별 의미가 없는 부분이므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종교 근본주의는 변화하지 않는 절대진리 경전을 믿고 그대로 행하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종교근본주의는 패러다임의 충돌로 인해 더이상 받아 들일수 없는 이론이 되었습니다. 책에서 거론하는 창세기(19장 5절~36절)와 판관기(19장 23~29절)의 남성여행자 를 위해 자기의 딸이 여자라는 이유로 폭도들에게 남성여행자 대신 내줌으로서 강간과 살해당함을 방치하는 이야기나 예수의 모든 이웃을 사랑하라가 사실은 모든 '유대인만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이였기 때문에 설령 소수의 자기민족이 죽임을 당한다 할지라도 다수의 이민족들을 죽일수 있다면 몇명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가르침 [산헤드린(유대교 최고 법원)], 그외의 경전에 나오는 수많은 타민족에 대한 학살과 학살과 학살 등이 현대사회에서 과연 필요할까요? 경전의 가르침대로 여성을 억압하고 노예를 인정하며 타민족을 마음껏 학살할 수 있는 야만의 시대가 우리의 미래일까요?

그가 책에서 제시한 종교의 문제점들을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니다. 유대교 아이들에게 구약성경의 등장인물을 변형시켜 중국의 어느 왕조의 장군의 다른인종 학살 이야기 에 대해선 대다수의 아이들이 나쁜 것이라고 판단한 반면, 성경 그대로 여호와의 이름아래 다른인종의 대량학살 이야기에 대해서는 대부분 타인종의 대량학살을 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실제실험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조지 타마린의 연구) 을 상상해 봅니다. TV에 유명 선교사가 나와 우리나라를 덮친 태풍은 모두 흑인의 짓이며 이들을 모두 말살해야 한다고 말하는 실제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지하철 자살폭파 테러범의 뉴스와 그로인해 생긴 사망자와 부상자들, 그리고 실패한 테러범이 "나는 순교할 것이기 때문에 아무 두려움이 없다" 고 말하는 실제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유대교부모의 자식이 실수로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당당히 아이를 유괴해 교회에서 키운다는 실화 (데이비드 커처의 저서'에드가르도 모르타라의 유괴') 를 상상해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아직은 한국에 적용되긴 힘든 부분이 있으며 많은 한국사람들도 받아들이지 못하리라고 봅니다. 그의 주장대로 눈을 감고 '종교 없는 세상을 상상'해봅니다. 자살폭파범도 없고, 초등학생 아이들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싸우지 않고, 여자들을 검은 차도르를 강제로 입히게 하지 않고, 같은 인종간에 대량학살도 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가슴에 와닿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교로 인한 직접적인 분쟁은 거의 겪지 않았기 때문에 도킨스를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물론 현재도 사이비종교 문제나 종교의 세속화와 정치화 등의 문제는 있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아직까지는 도킨스의 주장은 우리사회엔 없어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종교가 일으키는 문제로 인해 그의 주장이 필요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신을 믿는 사람들' 이나 어정쩡한 방관자들인 나는 신을 믿지는 않지만 타인이 믿으니까 믿음을 존중해준다는 '믿음을 믿는 사람들' 이 종교문제에 대해 물어본다면 단호히 이 책을 추천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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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정치학 - 와인 라벨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최고급'와인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타일러 콜만 지음, 김종돈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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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우리나라에 와인열풍이 불고 난 뒤로 와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습니다. 대형마트에서도 와인전용코너를 신설하고, 수많은 와인들을 팔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런 와인 산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와인에 담겨있는 정치적 매커니즘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국가간의 변화에 따라 와인의 품질이 향상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술을 만드는 제조업자 외에 유통업자, 정치집단, 논평가 들이 와인의 생산과 판매, 사회적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말합니다.

와인은 엄격한 통제 하에 만들어지는 술입니다. 이런 통제는 2005년 보르도 와인 중 하나인 샤토오 브리옹 한 병의 가격을 500달러에 육박하게 만들었고, 샤토 페르투스는 한병에 2000달러를 받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수많은 포도 농장주들이 파산을 겪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생산자들은 와인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없었고 보르도에서만 1800만리터의 와인을. 프랑스 전체로는 40억리터의 와인을 증류 처리장에 팔아 연료첨가물인 에탄올로 바꿔야 했습니다. 와인 등급제를 통해 최고급 와인은 원산지 명칭을 부여받습니다. 이 원산지 와인은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들 가운데 55퍼센트를 차지하며, 판매금액으론 81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우리는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와인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 땅에서 가장 특징적인 종류의 와인을 만들죠. 다행히도 소비자들이 그걸 좋아하게 된 겁니다." 약간의 거만함이 인기 있는 와인을 만드는 한 방법이다. - p.77

하지만 이 제도의 단점은 원산지 명칭이 꼭 맛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1855년의 분류체계에서 중요하면서도 가끔 간과되었던 사실은 실제로 분류의 대상이 된 것은 포도 농장이 아니라 제조업자였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적용되는 등급에 관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그것이 진행되는 영상이 아닌 정지 화면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샤토 마르고는 1855년 이후로 인접한 포도 농장들을 매수해서 이전 경쟁자의 낮은 가격의 와인을 높은 가격의 라벨로 팔게 되었다는 점은 맛과 원산지명칭이 꼭 일치한다는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공급이 감소하면 희소가치가 상승하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 대다수의 원산지들이 품질을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헥타르당 포도 생산량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생산량을 제한하는 것은 낮은 생산량이 더 좋은 와인을 만든다는 보편적인 와인 재배의 인식에서 비롯되는데, 하지만 생산량과 품질이 꼭 반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1982년과 1986년, 1995년부터 1999년의 경우를 보면 높은 생산량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가를 받은 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낮은 생산량이 와인의 높은 품질을 보장한다는 것은 그다지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생산량을 초과할 경우 등급이 낮아지게 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해당 와인은 최하 등급의 와인으로 분류되는 제재를 받습니다. 이 정책의 실질적 목적이 품질관리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운영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보르도 샤토는 여러번에 걸쳐 와인을 판매하는데, 첫번째 출시 때 적은 양을 팔아 의도적인 가격조작을 합니다. 세번째로 출시될 즈음엔 원래 가격보다 50~100퍼센트 이상 가격이 상승합니다.

소비자들이 과연 470개의 원산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을까? 2004년 시카고에서 열린 와인 엑스포에 참가했던 저명한 와인 제조업자 미셸 롤랑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원산지들이 너무 많아요" 라고 말했다. 나마 계곡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와인 양조장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양조업자가 프랑스 시스템을 혼란스럽다고 생각한다면, 일반 소비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 p.111

생산업자들에게서 원산지 시스템이 인기를 누리면서 원산지 와인은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1950년에 전체 와인의 12퍼센트였던 원산지 와인은 2004년엔 46퍼센트로 급증합니다. 이런 원산지 시스템은 와인 생산자 개인이나 집단에겐 이익을 가져왔고, 와인 수요의 증가를 통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들어 수요가 감소하며 이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화 이후 6달러의 저가형 와인이 큰 인기를 끌며 와인시장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인들은 가격 경쟁력,생산 안정성 등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화학약품을 사용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유전자 조작 효모인 MLol을 사용함으로서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산업자들이 꿈꾸는 와인이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 - 페르나르 포멜 

결국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양하면서도 좋은 와인을, 그러면서도 가격 부담이 적은 술을 선택하고자 하자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생산되는 다양한 와인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그런 바램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프랑스 와인의 경우 원산지제도와 판매전략의 개선을, 미국 와인의 경우 불필요한 법적 개선과 대량생산되는 와인의 단점 보완을 말합니다. 그 외에도 뉴질랜드의 새로운 와인에의 도전, 새롭게 등장하는 유통제도 등은 와인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가늠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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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 이민에 대한 미국 사회의 편견과 신화
아비바 촘스키 지음, 백미연 옮김 / 전략과문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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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왔듯이, 세계적으로는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의 이동이 시작되었고,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민문제라는 새로운 세계적 논쟁거리를 만들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민논쟁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이민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그리고 그에 기초한 이민정책의 형성과정과 결과를 보여줌으로서 이민과 관련된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이민문제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미국의 이민자중 상위 10위권 안에 한국인(2005년 기준 672,000명)이 있으며, 또한 이민을 받는 나라로서 이민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민논쟁에서 이민에 대한 신화들이 몇가지 있는데, '이민자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이민자가 임금을 하락시킨다', '이민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공공서비스를 다 써버려 미국경제를 고갈시킨다', '이민자는 동화되기를 거부한다. 따라서 미국의 국민적 정체성을 훼손시킨다', '우리는 이민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불법이민에 반대한다'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주장들의 오류를 지적하며 이민자는 문제의 원인이 아닌 결과물이라고 말합니다. 이민에 대한 잘못된 관점은 이민자들은 투표권을 포함하여 모든 미국 시민들이 항유하는 많은 권리들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공직자들과 일반 대중들, 미디어는 아무런 반격도 할 수 없는 이민자들을 주변화시키고, 비난하고, 처벌하고, 차별합니다. 비시민은 손쉬운 목표물이자 편리한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여러 형태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체제는 무장을 하게 된다. 빈곤과 싸울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체제는 가난한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다.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은 제한적 이민정책의 주장 중 하나인데, 이는 미국인의 일자리라는 개념에 오류가 있습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국가 정체성을 가진 일자리라는 것은 이미가 퇴색되었으며, 많은 산업에서 사용자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고용합니다. 또한 국내에서 빈곤과 불평등을 만들어냄으로서 지속적으로 이민자들을 유입시키고 취약하게 만드는 정책을 지지함으로서 비용을 절감합니다. 노동자와 정부들은 부족한 일자리를 유인하고 보존하기 위해 더 낮은 세금, 낮은 임금이라는 친기업적 환경을 제공함으로서 바닥을 향한 경주라는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전 지구적 불평등을 유지하고 이용함으로써, 고이윤 저비용이라는 모델을 이끌어 왔습니다. 기업은 경제적, 법적 보호 수단이 없는 노동자들이 많을 때 이득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는 이민이 사회의 불평등 증가의 원인이라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에서의 불평등을 가속화시키는 글로벌 경제의 재조정이 이민의 증가에 기여했습니다. 즉, 불평등의 증가는 이민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창출했고 이민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민에 대해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대단히 모호합니다. 이민법은 법을 위반한 사람들에 대해 말할 때 일반적으로 마음속에 떠올리는 그런 법과는 아주 다르기 때문입니다. 법을 위반하는 것은 공격, 절도, 살인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데, 즉 위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의 위반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일부 미등록 이민자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지만, 사실 많은 이민자는 국경을 넘기 위해 합법적 허가증을 얻고, 임시체류비자를 갖고 미국에 입국합니다. 그 비자가 만료되었을 때, 그들은 하룻밤 사이에 불법 이민자가 됩니다. 일부 시민은 이민자가 왜 법을 지키지 않는지, 적절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지 혹은 비자를 갱신하지 않는지, 시민이 되지 않는지, 합법 이민자가 되지 않는지를 궁금해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흑인들이 스스로 노예제에서 합법적으로 해방되지 못했던 그 이유와 동일합니다. 법이 다른 사람들은 누리고 있는 권리를 일부 집단에게는 허용하지 않도록 고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속에서 무엇이 권리를 누릴 자격을 갖게 되는가에 대한 가치적 논쟁이 야기됩니다. 모든 사람은 인간이기 때문에 권리를 갖는지, 아니면 시민으로 규정된 집단으로 제한되어야 하는지, 그러하다면 시민인지는 어떻게 결정하는지? 혹은 인종적인지?

최초의 법들은 노예제를 지지했고 시민권을 백인에 한정했습니다. 이후에도 법은 폭력적인 사적 제재와 인종차별정책을 정당화했는데,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제한적 이민법 또한 자의적 태도에 기초하여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 차별화합니다. 아직도 인종에 따라 이민여부가 고려되는 우생학적 요소가 있으며, 때론 정치적인 요소 때문에 법은 어떤 사람을 합법으로 할지, 불법으로 할지 정하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미국에서 쿠바인이라면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을 통해 자동적으로 난민지위가 주어지고 입국이 허용되지만 멕시코나 아이티인의 경우는 그 존재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관광비자를 제외하고는 미국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81세의 아이티인 침례교 목사인 조지프 단티카에게 일어났던 일은 합법과 불법 이민자를 구분하는 희한한 명부를 입증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단티카는 미국에 들어 갈 수 있는 유효한 복수 입국비자를 가지고 있었다. 2004년 10월 아이티인 무장 폭력배들이 그의 집과 교회에 침입해 요구한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며칠동안 숨어지낸 후 단티카는 자신의 비자를 갖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마이애미의 이민국을 통과할 때, 그의 비자는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받았으며 입국 도장도 받았다. 그 뒤에 이민국 관리가 얼마나 미국에 머무를 것인가를 물었다. 그가 아이티로 돌아가면 죽을 것 같아 정치적 망명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하자, 그는 바로 체포되었다. 4일 후 그는 크롬강제수용소에서 죽었다. - p.236

사람이 직립하게 된 이후 사람은 전 세계를 이동해왔으며 국경이나 이주의 흐름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몇 백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민은 나라와 지역간에서 현대적 관계와 경제적 불평등의 역사에 의해 구조화되고 있습니다. 불평등한 경제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민문제에 대해 현재는 높은 담을 쌓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2005년 생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역외국경 작전협력을 위한 관리처, 줄여서 프론트엑스 라는 기관을 들 수 있습니다. 20대의 비행기와 30대의 헬기, 100척 이상의 배를 보유한 이 최첨단 기관은 기존 난민방어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국경선을 자국 영토 밖으로 이동시킨다는 획기적인 개념입니다. 프론트엑스는 성공적으로 방어를 수행해 2006년 3천여명에 달하는 익사자를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2006년 멕시코와의 국경에 1125km의 최첨단 철조망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국경선 3360km중 33%에 해당하는 엄청난 길이입니다. 철조망이 설치되지 않는 지역은 사막이거나 산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1998년부터 2004년 사이 국경에서 1954명이 국경을 넘다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20년간 처벌적이고 위험하고 착취적인 정책은 이민의 감소를 가져오지 못했으며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반이민자 정책이 가혹해질수록 이민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이민은 흔히 부와 풍요, 기회, 안전을 얻기 위한 개인의 문제로 이해하기 쉽지만 이민의 주요 원인은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문화적 구조 속에서 파악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민문제의 해결은 높은 벽을 쌓고 더욱 차별하는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결국 보다 평등한 세계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사회안전망과 사회적 분배 문제, 제3세계의 빚 문제 등 국제적 정책의 변화 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이민노동자,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문제 등 시민권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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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하는가 세미나리움 총서 26
마틴 길렌스 지음, 엄자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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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교적 부진한 미국의 사회복지를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는 정치 구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노동자 기반 정당의 부족하다는 의견, 강력한 산업 노동조합이 부족하다는 의견, 혹은 미국 연방제도의 정치력 분산 등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혹은 미국인들이 지닌 개인주의 지향에 어긋난다는 견해, 이기심 때문에 중산층이 일반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만 지원한다는 견해, 복지 자체를 반대하는 견해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와는 다른 문화 또는 가치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구 방식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연구 방식은 흔히 미국인들이 복지를 반대하는 이유라고 알려진 이유들이 틀렸으며, 미국인들이 복지를 대하는 관점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대중의 인식과 그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할것이라는 관념과 다르게 현실적으로는 많은 미국인들이 복지제도에 긍정적이고, 실제 행동을 통해 복지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대중들이 빈곤층을 위한 지출 삭감을 지지한다는 인식 또한 1972년에서 1994년의 종합사회조사를 보면 경기가 침체될 때일수록 대중은 복지지출에 관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인들은 복지를 반대합니다. 이런 모순적인 부분은 복지에 대한 세분화된 관점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복지는 찬성합니다. 이런 분야는 교육, 노인과 아동, 재취업 등과 같은 자립에 대한 복지가 해당합니다. 그에 반해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의 경우와 자격 없는 빈자, 즉 복지 지원금만으로 살아가는 경우에 대해서는 반대를 표합니다. 미국인들이 복지를 싫어하는 이유는 복지가 자격 없는 빈곤층에게 보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는 종종 저소득층 지원으로 연상됩니다. 그러나 전체 사회복지 비용의 6분의 5가 쓰이는 곳은 노령연금이나 교육 같은 일반적인 프로그램으로 중산층과 부유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갑니다. 정부 사회복지 비용의 17퍼센트만이 저소득층에게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으로 사용됩니다. 문제는 미국 대중들이 이런 자격 없는 빈곤층, 복지 수혜자 대부분을 흑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고, 흑인이 다른 미국인보다 직업윤리에 대한 헌신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고정관념은 사실과 다릅니다. 하지만 흑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노예제도에서 자라났고, 노예제도를 옹호하기 위해서 사용했으며, 흑인과 백인의 경제적 차이가 계속되면서 영속화하고 있습니다. 노예제도는 백인들 사이에서 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했고, 흑인들에게는 고정관념처럼 행동하게 하는 동기를 만들었습니다. 무지한 체하면 백인들의 의심이나 이들의 비난에 대답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고, 근면은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었습니다. 하루를 열심히 일하면 감독관들은 노예들에게 새로운 기대치를 만들어 내고, 노예는 일상적으로 이를 충족시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연구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이 가난한 사람 중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을 과도하게 많이 추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흑인 중에서 복지 수혜자의 비율은 36퍼센트에 불과하고, 전체 미국 빈곤층 중 흑인의 비율은 27퍼센트만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에서 전체 빈곤자의 50퍼센트 이상을 흑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비율은 실제 빈곤자 중에서 흑인의 비율이 1퍼센트에 불과했던 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빈곤층에 대한 묘사를 실제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백인,황인으로 할 경우 흑인으로 할 때보다 복지를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빈곤층을 묘사함에 있어서 흑인의 비중이 과다하게 인식되고 또 잘못 인식됨으로서 대중들로 하여금 복지제도에 반대하는 비율을 높임을 보여줍니다.

이런 인식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미디어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합니다. 대중 인식과 정치적 선호도를 형성하는 미디어의 위력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증거로는 미시건대학교에서 루스 해밀이 실시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흑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빈곤에 관련된 미디어에서 사용된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1964년까지는 백인에 대한 묘사가 지배적이였지만 1964년에 27퍼센트에 불과했던 흑인 사진은 1967년엔 72퍼센트까지 급상승합니다. 또한 주류 언론 매체에서 부정적인 빈곤기사는 흑인들과 묶고,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기사는 백인들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단지 사회적 원인으로 빈곤층이 된, 복지혜택을 받을만한 사람은 백인이고, 복지에 빌붙어 사는 자격 없는 빈곤층을 흑인으로 묘사함으로서 사회의 인종적 문제 뿐만 아니라 빈곤정책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칩니다. 설문조사 결과 흑인들이 근면하다고 답변한 경우 복지지출 증대를 선호했고, 흑인들이 게으르다고 할수록 복지지출 삭감을 선호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가난에 대한 이미지에서 대도시의 할렘, 길거리의 흑인을 연상했지만 빈곤층 중에서 전체의 6퍼센트만이 도시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입니다.

이러한 대중들의 흑인에 대한 차별적인 고정관념은 빈곤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요소가 됩니다. 여러 사회조사는 미국 대중이 사회복지에 넓게 품고 있는 강력한 지지를 표현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 많이 돕고자 하는 욕구를 주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대중은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자체에 대한 지출은 삭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들 동시적인 욕구들은, 궁핍한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우려가 복지 수혜자들의 동기와 진정한 필요성에 대한 냉소적 태도와 복지 수혜자 중 상당수가 자립해야 한다는 확신과 연결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근저엔 흑인으로 대변되는 빈곤층에 대한 잘못된 상상력이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 그에게서 비롯되는 잘못된 빈곤정책은 실제로는 미국 대중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기부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정부가 더 많은 사람들을 돕기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복지에 대한 지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교훈은 우리가 정책이 현실과 어떻게 왜곡되었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단초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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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들의 나라 -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책을 통해 미국사회의 문제점들을 조명하며 쉬우면서도 날카로운 어조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실적에 따라 대량 정리해고를 감행했지만 자신의 전별금은 챙기는 CEO들, CIA 부럽지 않을 정도로 직원들을 감시하는 월마트, 아동노동 문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금욕교육 문제, 선거 때만 되면 불법체류나 동성애나 낙태 같은 똑같은 레퍼토리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 걸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끔 어떤 사건은 사회를 조명하는데 있어서 통찰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사건 중 바워스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2006년 5월 1일 티모시 J. 바워스는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의 한 은행에서 80달러를 강탈한 뒤 그 돈을 경비원에게 넘겨주고 경찰에 체포되기를 얌전히 기다립니다. 법정에 선 바워스는 유죄를 인정하고 판사에게 3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감옥에서 지내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직장이 2003년 문을 닫은 뒤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은행 돈을 강탈했다고 말합니다. 65세의 바워스는 미국의 노인 의료보험 제도 수혜자들을 괴롭히는 흔히 말하는 '도넛 구멍'에 해당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판사는 최대의 호의를 베풀어 우아하게 그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최저임금 일자리 외에는 취직할 수 없는 현실, 최저임금으로는 잠잘 곳을 구할 수 없는 현실, 사회보장 혜택을 받기엔 나이가 적은 현실은 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진해서 감옥으로 가게 합니다. 투옥에 따른 단점을 논외로 한다면 바워스의 선택은 합리적입니다. 그에 반해 노인 수형자 한명당 들어가는 비용은 69,000달러로 연금지급비보다 매우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시스템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센델식으로 말하자면 교도소라는 가치의 변질, 부패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군대는 명실상부한 최강의 군대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외계인이 공격해와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 군대의 군인들이 가난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미라마 해병대 비행기지에선 매달 500여 군인 가족들이 근처의 푸드뱅크에서 식품을 지원받고 있다는 것이 CBS에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1년정도 군 생활을 한 뒤 전선에 배치되는 군인들의 한 해 수입은 극장 수위나 건널목지기와 비슷한 수준이고, 소위의 초봉도 해충 구제원이나 구두 수선공보다 낮다는 사실은 믿기 힘든 사실입니다. 미군의 수입과 복지처우는 꾸준히 나빠지고 있지만, 그중 유별나게 좋은 소식은 전사한 군인의 가족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이 크게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12,000달러에서 250,000달러로 크게 오른 이 보상금을 보면 돈 문제만 고려한다면 부상당한 채 살아남는 것보다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퇴역 군인의 장애 수당은 퇴직금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부상당한 병사에게 젊어서 죽는게 낫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제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제임스 그랜트는 신용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방식이 과거와 대조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는 신용 위기가 대중의 분노로 표출되지 않은 것을 보면, 은행가들과 신용평가기관, 당국의 감시 태만이 아니라 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것 아니냐는 글을 씁니다. 과거에는 농부들과 세입자들이 담보권 실행과 강제퇴거에 맞서 싸웠고, 지불 중지를 선언하는 저항이 있었습니다. 현대에 많은 사람들은 모기지 위기 등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해결책을 찾습니다. 변동 금리 모기지를 계약한 볼더라마의 사례는 달마다 오르는 대출 납부금을 해결하는데 있어 하나의 답을 내놓습니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목도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절절한 염원과 이를 위한 분연한 행동의 촉구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930년대의 구닥다리 방식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 월스트리트로 행진해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저자의 물음은 책 발간 2년 이후 현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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