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하는가 세미나리움 총서 26
마틴 길렌스 지음, 엄자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교적 부진한 미국의 사회복지를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는 정치 구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노동자 기반 정당의 부족하다는 의견, 강력한 산업 노동조합이 부족하다는 의견, 혹은 미국 연방제도의 정치력 분산 등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혹은 미국인들이 지닌 개인주의 지향에 어긋난다는 견해, 이기심 때문에 중산층이 일반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만 지원한다는 견해, 복지 자체를 반대하는 견해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와는 다른 문화 또는 가치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구 방식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연구 방식은 흔히 미국인들이 복지를 반대하는 이유라고 알려진 이유들이 틀렸으며, 미국인들이 복지를 대하는 관점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대중의 인식과 그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할것이라는 관념과 다르게 현실적으로는 많은 미국인들이 복지제도에 긍정적이고, 실제 행동을 통해 복지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대중들이 빈곤층을 위한 지출 삭감을 지지한다는 인식 또한 1972년에서 1994년의 종합사회조사를 보면 경기가 침체될 때일수록 대중은 복지지출에 관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인들은 복지를 반대합니다. 이런 모순적인 부분은 복지에 대한 세분화된 관점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복지는 찬성합니다. 이런 분야는 교육, 노인과 아동, 재취업 등과 같은 자립에 대한 복지가 해당합니다. 그에 반해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의 경우와 자격 없는 빈자, 즉 복지 지원금만으로 살아가는 경우에 대해서는 반대를 표합니다. 미국인들이 복지를 싫어하는 이유는 복지가 자격 없는 빈곤층에게 보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는 종종 저소득층 지원으로 연상됩니다. 그러나 전체 사회복지 비용의 6분의 5가 쓰이는 곳은 노령연금이나 교육 같은 일반적인 프로그램으로 중산층과 부유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갑니다. 정부 사회복지 비용의 17퍼센트만이 저소득층에게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으로 사용됩니다. 문제는 미국 대중들이 이런 자격 없는 빈곤층, 복지 수혜자 대부분을 흑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고, 흑인이 다른 미국인보다 직업윤리에 대한 헌신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고정관념은 사실과 다릅니다. 하지만 흑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노예제도에서 자라났고, 노예제도를 옹호하기 위해서 사용했으며, 흑인과 백인의 경제적 차이가 계속되면서 영속화하고 있습니다. 노예제도는 백인들 사이에서 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했고, 흑인들에게는 고정관념처럼 행동하게 하는 동기를 만들었습니다. 무지한 체하면 백인들의 의심이나 이들의 비난에 대답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고, 근면은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었습니다. 하루를 열심히 일하면 감독관들은 노예들에게 새로운 기대치를 만들어 내고, 노예는 일상적으로 이를 충족시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연구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이 가난한 사람 중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을 과도하게 많이 추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흑인 중에서 복지 수혜자의 비율은 36퍼센트에 불과하고, 전체 미국 빈곤층 중 흑인의 비율은 27퍼센트만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에서 전체 빈곤자의 50퍼센트 이상을 흑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비율은 실제 빈곤자 중에서 흑인의 비율이 1퍼센트에 불과했던 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빈곤층에 대한 묘사를 실제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백인,황인으로 할 경우 흑인으로 할 때보다 복지를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빈곤층을 묘사함에 있어서 흑인의 비중이 과다하게 인식되고 또 잘못 인식됨으로서 대중들로 하여금 복지제도에 반대하는 비율을 높임을 보여줍니다.

이런 인식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미디어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합니다. 대중 인식과 정치적 선호도를 형성하는 미디어의 위력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증거로는 미시건대학교에서 루스 해밀이 실시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흑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빈곤에 관련된 미디어에서 사용된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1964년까지는 백인에 대한 묘사가 지배적이였지만 1964년에 27퍼센트에 불과했던 흑인 사진은 1967년엔 72퍼센트까지 급상승합니다. 또한 주류 언론 매체에서 부정적인 빈곤기사는 흑인들과 묶고,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기사는 백인들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단지 사회적 원인으로 빈곤층이 된, 복지혜택을 받을만한 사람은 백인이고, 복지에 빌붙어 사는 자격 없는 빈곤층을 흑인으로 묘사함으로서 사회의 인종적 문제 뿐만 아니라 빈곤정책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칩니다. 설문조사 결과 흑인들이 근면하다고 답변한 경우 복지지출 증대를 선호했고, 흑인들이 게으르다고 할수록 복지지출 삭감을 선호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가난에 대한 이미지에서 대도시의 할렘, 길거리의 흑인을 연상했지만 빈곤층 중에서 전체의 6퍼센트만이 도시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입니다.

이러한 대중들의 흑인에 대한 차별적인 고정관념은 빈곤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요소가 됩니다. 여러 사회조사는 미국 대중이 사회복지에 넓게 품고 있는 강력한 지지를 표현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 많이 돕고자 하는 욕구를 주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대중은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자체에 대한 지출은 삭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들 동시적인 욕구들은, 궁핍한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우려가 복지 수혜자들의 동기와 진정한 필요성에 대한 냉소적 태도와 복지 수혜자 중 상당수가 자립해야 한다는 확신과 연결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근저엔 흑인으로 대변되는 빈곤층에 대한 잘못된 상상력이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 그에게서 비롯되는 잘못된 빈곤정책은 실제로는 미국 대중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기부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정부가 더 많은 사람들을 돕기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복지에 대한 지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교훈은 우리가 정책이 현실과 어떻게 왜곡되었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단초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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