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논리학 - 제논의 역설부터 뉴컴의 패러독스까지, 세계의 석학들이 탐닉한 논리학의 난제들
제러미 스탠그룸 지음, 문은실 옮김 / 보누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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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수께끼는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패러독스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을 자극해왔지만 여전히 쉬우면서도 어렵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합니다. 패러독스에 도전하는 이유는 수수께끼를 맞춤으로써 무언가의 깨달음과 동시에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패러독스 문제들은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하고, 손쉽게 접근하면서, 사람들이 지닌 지성을 총동원하게 만듭니다. 패러독스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논리, 시간, 운동, 언어와 관련된 문제의 심장부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 책은 29개의 패러독스와 간단한 논리퀴즈들을 이야기해줍니다. 이 패러독스들은 굉장히 유명해서 많이 들어본 것들도 있고, 꽤나 생소한 것들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이런 패러독스들은 인터넷을 떠돌며 네티즌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다섯곳의 집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사람을 찾는 아인슈타인 수수께끼부터, 문 뒤에 염소 혹은 자동차가 숨겨져 있는 몬티홀 딜레마, 사라진 1달러를 찾는 문제 등은 잊혀질만하면 등장해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는 문제들입니다. 이런 패러독스 문제 중 논리와 확률에 대한 문제들은 냉철한 논리와 끈질긴 인내심을 요하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단련할 수 있지만, 추론의 오류, 철학적 난제 등은 훈련받은 지식인조차도 쉽사리 그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그 예로 메리라는 여성을 설명해주고 그녀의 직업을 추론하는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휴리스틱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과 논리의 충돌에 대한 증거를 제기하기 위해 문제를 만들어 냈다. 은행 텔러에 더 가깝게 보이는가, 페미니스트 운동에 적극적인 은행 텔러에 더 가깝게 보이는가? 모든 사람은 은행 텔러의 고정관념에 어울리기보다는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에 더 어울린다고 입을 모은다. 벤 다이어그램으로 생각해보자.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의 집합은 은행 텔러의 집합에 100퍼센트 포함된다. 모든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는 은행 텔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일 확률은 은행 텔러일 확률보다 낮다. 문제는 대표성의 직관과 확률의 논리 사이에 갈등을 유발한다. 몇몇 일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피험자의 약 85~90퍼센트가 논리를 어기면서까지 직관을 택했다. -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이런 패러독스 문제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허를 찌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행동을 설명시켜주기도 합니다. 경제학자 마틴 슈빅의 달러 경매 시나리오가 그 예인데, 그는 두번째로 높은 액수를 적어낸 사람은 자신의 입찰가만큼을 경매인에게 지불해야 하는 룰을 적용해 1달러 지폐를 경매에서 파는 시나리오를 고안합니다. 슈빅은 만약 이런 경매가 실제로 열린다면, 1달러짜리 지폐를 3달러 이상으로 입찰가를 부르는 일이 희귀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경매인이 패배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1달러를 3달러에 사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인 가능성입니다. 두번째 입찰에서 1달러를 불러 경매를 끝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1달러 1센트를 부름으로서 자신은 1센트의 손해를 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1달러의 손해를 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패러독스를 통해 사람들이 점진적인 전쟁에 연루되면 비이성적인 충동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들 말한다. 나는 평생 동안 이 말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증거를 찾아 헤맸다. - 버트런드 러셀 

패러독스 외에 간단한 논리퀴즈들 또한 매력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영화 '다이하드3' 에서도 나왔던 3갤런과 5갤런 물통으로 4갤런을 만드는 문제도 있습니다. 패러독스의 말 그대로, 우리의 직관과 보편타당한 상식을 거스르며 논리적 난관에 빠지게 하는 이런 문제들은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사유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기도 합니다. 책은 뒷부분에 해법을 몰아서 표기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패러독스를 깊게 생각해보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책이 매우 짧고 심플한 구성이지만, 이 책을 통해 손쉽게 패러독스들이 제시하고자 하는 것, 우리는 과연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사유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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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
데버러 L. 로드 지음, 윤재원 옮김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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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학기관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교육하고 지식의 저변을 넓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카디널 뉴먼은 고등교육의 역할은 지식인을 양성하고 이성에 대한 역량을 확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실제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는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목적인 것입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은 모든 분야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우리 사회의 복지와 진보에 필수적인 기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나오고 있고, 그로 인해 대학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학교수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대학의 문제입니다.

대학이 지식보다는 지위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은 순위문화에서 비롯됩니다. US뉴스에서 발표하는 대학순위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그 영향력에 비해 순위의 기준은 객관적이지 못하며 교육의 질을 평가할 신뢰할 만한 정보가 없는 탓에 대학의 명성은 허점투성이인 가짜 정보에 의해 좌우됩니다. US뉴스와 기타 관련지에서 매기는 순위에 사용되는 졸업생 비율이나 전문직 및 상위 학위과정 진입률, 자격증 시험 통과 비율 등의 정보는 교육의 질을 측정하는 좋은 수단이 아닙니다. 이런 기준들은 교육 경험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아니라 입학생들의 능력과 수준을 더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켈리포니아대학의 고등교육연구기관에서 실시한 연구도 이 같은 현실을 잘 드러내는데, 이 연구에서는 졸업생 비율에서 나타나는 변수의 3분의 2는 입학생의 특성에 따른 차이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오늘날 대학은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면서도 결국 명성을 팔아 연명한다. - p.20

하지만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데 사실적 근거가 아무리 빈약하다 해도 발표를 하는데는 상관이 없습니다. 최고 행정가들의 주관에 따라 평가되는 순위는 대학의 명성에 상당히 의존한 채 순위를 매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각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대학의 수준을 인식하기 때문에 타 교육기관에 대한 충분하고도 체계적인 정보가 반영될 수 없습니다. 설문 대상자들은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명성이나 예전의 순위 기록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끝없이 울리며 반복되는 역학구조를 가진 일명 후광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과거의 인지도에 현혹된 평가자들은 해당 기관의 현 실적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높은 점수를 매기게 됩니다. MIT에는 법대가 없고, 프린스턴 대학에는 전문대학 기관이 없는데도, 순위표에서는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나온 적도 있는가 하면, 기존 명문대학들의 텃세가 순위에 명확히 영향을 끼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US 뉴스&월드 리포트가 해마다 발표해온 영향력 있는 미국대학 순위선정 역사상 가장 논란거리가 된 1등은 1999년의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었다. 평자들은 칼텍이 전미 최고 대학으로 뽑히자 마치 스티븐 킹이 노벨문학상이라도 탄 것처럼 조소를 보냈다. '캘리포니아의 조그만 공과대학이 어떻게 하버드대나 예일대,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게다가 그보다 더 크고 더 유명한 동부의 맞수인 MIT를 능가할 수 있는가' 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결국 이 잡지는 굴복했다. 이후 선정 기준을 바꿔 칼텍이 독주하던 학생1인당 비용 지출 항목의 배점을 줄여버린 것이다. 이 잡지가 선정 기준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칼텍은 그 후에도 몇 년간 정상을 지켰을 것이다. 칼텍은 바뀐 기준에 따라 10대 대학 명단의 아래쪽으로 도로 미끄러졌고, 아이비리그와 기타 전통 명문들은 한동안 뒤집어써야 했을 망신으로부터 구제됐다.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p.335 

대학이 순위화되면서 대학의 자본화, 상업화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상위대학은 기부금과 지원금이 몰리고 상위대학의 교수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얻게 됩니다. 그에 반해 일류대학의 교수가 아닌 경우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입과 높은 업무 부담을 가지게 되었고 일류대학의 교수가 되기 위한 경쟁적 구도가 마련됩니다. 교수는 경력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출판물을 내고 있지만, 이런 출판물들을 보면 많은 경우에 인지도를 향한 욕구는 학문적 생산성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으나, 긍정적이지 못한 부산물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예는 학문적 글쓰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겉멋만 부린 문체, 난해한 주제 그리고 과도한 인용과 참조이며, 이러한 출판물이 제시하는 현대 학문이 내놓는 글은 난해하고, 사소한 주제를 다루며, 몇몇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읽지도, 읽히지도 않습니다. 또한 교수가 자신의 이해를 좇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비전임 교원이나 대학원생 등 훈련이 부족하고 월급도 적은 고단한 하급 인력들의 손에 학생들을 내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우수하고 뛰어난 교수가 학부 수업을 맡는다 하더라도 해당 과목에 필요한 전반적인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 주제에 따른 특화된 내용만 가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명성의 추구는 기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은 종종 교육의 내용보다는 학점에 더 신경을 쓰며 그에 따라 학교, 전공, 교과과정을 선택한다. 헨리 워드 비처는 "만일 누군가 대학에 진학했다면, 그는 타이틀을 딴 것이다. 이는 자부심과 허영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 타이틀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된다." 고 했다. - p.25 

대학의 운영이 점점 자본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대학 내에서의 빈부격차입니다.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무직 및 관리직 직원의 월급은 최저 생활비를 밑도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대학의 수치스러운 단면입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같은 사회 비평가들은 만일 대학이 인간의 가치와 사회 평등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먼저 기관 내부의 노사관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화는 대학의 운영자금과 연구 기금의 출처가 민간 기업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이기 때문인데, 그들은 상업적으로 즉각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원합니다. 정부의 지원은 줄고 연구비용은 늘어가는 오늘날에는 교수들로 하여금 후원 기업이 보조금을 지원하는 연구가 어떤 종류인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모습은 필연적으로 학계와 기업간의 커넥션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뉴잉글랜드 의학 학술지는 지난 3년간 시행된 약물 검토의 절반 가까이가 해당 약품을 생산하는 업체와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연구진들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인정했고, 항암제 관련 학술지 기고문을 검토한 사례에서, 약물의 비용 효율성에 관해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한 기사 중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경우에는 5퍼센트에 그친 반면, 비영리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은 경우에는 38퍼센트에 달하는 차이점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나는 베릴륨을 연구하면서 대니얼 로스 박사의 논문을 처음으로 보게 됐다. 그것은 베릴륨 업계를 위한 로스 박사와 폴 레비 박사의 재분석 논문이었는데,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매개변수 일부를 조작함으로써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높은 수준의 폐암 위험률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레비박사는 R.J.레이놀즈 담배회사에 고용되어 폐암과 작업장에서의 간접흡연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를 재분석하는 일을 맡았고, 로스박사는 필립 모리스 사의 소송을 도울 전문가 중 한명으로 고용됬다. -《청부과학》p.90 

이러한 대학의 지위의 추구, 교수들의 명예의 추구, 기업과 대학간의 결탁은 학문에서의 우선순위가 왜곡되고, 좋은 수업을 제공하려는 의지를 저해하며, 대학교수로 하여금 공적 지식인의 역할을 훼손합니다. 과거 조지 오웰처럼 대학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데도 문학이나 정치, 경제 비판 서적을 출간하며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적 지식인 시장은 대학교수들이 장악하고 있으나, 학문적 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학교수는 공적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오히려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대학이라는 고등교육 속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대학의 임무는 무엇이며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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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런 Born to Run - 신비의 원시부족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페이퍼로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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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2012 런던올림픽이 한창일 때, KBS에서는 일본의 NHK와 공동 제작한 스포츠 다큐멘터리 3부작 '미러클 보디'를 방영했습니다. 이 3부작 중 '마라토너, 인간 한계를 넘어서' 편에서는 100년간 1시간 가까이 단축된, 점점 고속화되는 마라톤에서 그 선두에 있는 동아프리카 선수들이 나왔습니다. 인간으로는 처음으로 2시간 3분대를 기록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작년 그 기록을 단번에 21초나 앞당긴 현재 세계 기록 보유자 패트릭 마카우, 그리고 마카우의 기록을 4초차로 뒤쫓고 있는 윌슨 킵상이 그 주인공들이였습니다. 현재 마리톤에서 2시간 3분대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세계에서 이들 단 3명뿐인데, 그들과 일본 남자 마라톤 선수인 야마모토 료의 달리는 모습 등을 분석한 다큐였습니다. 일본의 마라톤 선수 야마모토 료도 분명히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거듭해 왔겠지만, 동아프리카 선수들과의 비교에서는 그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동아프리카 선수들은 야마모토 료에 비해 달릴때 몸이 받는 충격량이 절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 차이를 만들어낸것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어렸을때 자연을 맨발로 달리던 습관 때문이였습니다.

이 책에선 원시부족 타라우마라족이 나옵니다. 원래 명칭은 달리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라라무리족이지만 정복자들은 타라우마라족이라고 불렀습니다. 미국 인디언 아파치 최후의 추장인 제로니모가 미국 기병대로부터 도망쳤던 코퍼 캐니언에 사는 이 부족은 400년간 이방인에게 박해를 받고 이방인을 불신하며 살아온 부족입니다. 당시 서부의 현상금 사냥꾼들은 아파치 인디언을 죽이면 100달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사나운 아파치 전사들과 싸우기보다는 평화로운 타라우마라족을 죽이고 그 머리를 돈과 바꿨습니다. 예수회 선교사들은 인플루엔자를 갖고 나타나 죽음을 퍼뜨렸습니다. 결국 파라우마라족은 점점 더 사람들이 찾기 힘든 깊숙한 곳으로 도망쳐야 했고,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군인이자 북극권 탐사대에도 참여했던 탐험가 프레더릭 슈워츠커는 그들이 사는 곳을 "한 발만 헛디디면 90미터 아래 협곡 바닥으로 덜어져서 몸이 가루가 될 것이다" 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타라우마라족이 세간에 유명해진 계기는 애리조나의 야생 사진작가 릭 피셔가 타라우마라족에게 옥수수를 제공하는 대가로 로키산맥 3000미터 고지에 있는 도시 리드빌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여시켰기 때문입니다. 광산업이 몰락해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가 되었던 리드빌은 그 험난함을 무기로 거친 경기를 개최했고, 리드빌 트레일 100은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 경기는 마라톤 풀코스의 거의 네 배를 달리며, 그중 절반은 어둠 속에서 달리고, 도중에 800미터 높이를 두번 오릅니다. 이 살인적인 달리기 경기에서 타라우마라족은 다섯명이 출전했고, 1위,2위,5위를 차지합니다. 1위를 차지한 55세의 빅토리아노는 최고령 우승자가 되었고, 5위를 한 펠리페 토레스는 최연소 완주자였습니다. 그 이후 1994년, 하루에 30~88km를 뛰는 여성 울트라러너인 앤 트래슨이 리드빌 대회에서 타라우마라족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화젯거리가 되었으나 타라우마라족의 후안이 당시 기록을 25분 단축하며 승리합니다. 하지만 타라우마라족을 데려온 릭 피셔가 점점 도가 지나친 모습을 보이며 돈벌이로 이용하려고 하자 결국 타라우마라족은 1994년 이후로 리드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저자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달리기를 하던 도중 통증을 느꼈고, 그에 대한 스포츠 의학적 해결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상황에서 타라우마라족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480km에서 700km를 뛰는 부족, 사슴을 달리기로 사냥하는 부족, 1971년 미국의 생리학자 데일 브룸이 2800년전 고대 스파르타인 이후로 이런 수준의 육체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없다고 평가한 이 매혹적인 원시부족에 빠졌고, 그들과 만나기 위해 울트라러닝을 접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른 울트라러너들과 타라우마라족을 만나러 가면서 달리기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알아갑니다. 울트라러닝은 지구상의 일반적인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전혀 다른 세상이였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강하고, 노인이 젊은이보다 강하며, 샌들을 신은 부족이 어느 누구보다 강했습니다. 울트라러닝 선수들의 다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일반 마라톤보다 훨씬 더 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부상 확률은 더 낮습니다. 실제로 리드빌과 같은 울트라러닝 대회에서 여성은 90% 가까이 완주하는 반면 남자는 50%에 약간 못미치는 완주율을 보여줍니다. 1500미터 경주나 마라톤의 기록 등은 모두 남자가 상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울트라러닝에서는 여성들이 훨씬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둡니다.

저자는 자신이 달리기를 할때 발이 아팠던 이유의 원인으로 고가의 최첨단 쿠셔닝 운동화를 지목합니다. 하버드대학의 대니얼 리버만은 수많은 발 및 무릎 부상은 사람들이 신발을 신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며, 신발은 발을 약하게 만들고, 과도한 회내 작용을 일으키며, 무릎에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합니다. 나이키가 현대의 운동화를 발명한 1972년 전까지 사람들은 바닥이 아주 얇은 신발을 신고 달렸지만, 그들의 발은 더 튼튼했고, 무릎 부상도 훨씬 더 적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2008년에 나온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 연구 논문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 대학의 연구자인 크레이그 리처즈 박사는 운동화가 부상 위험을 줄인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연구는 단 한건도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고, 스위스 베른 대학 예방의학 전문가 베르나르 마티의 연구에 따르면, 15km 도로 경주인 베른 그랑프리에 참가한 주자 4,358명을 분석한 결과 95달러 이상 값나가는 신발을 신은 주자들은 40달러 이하의 신발을 신은 주자들보다 2배 이상 자주 부상을 당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1986년 나이키 스포츠 연구소장 프레데릭은 미국 생체역학 학회 회의에서 부드러운 신발과 딱딱한 신발을 비교 실험했을 때 충격의 세기에 아무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앞서 말한 다큐멘터리 미러클 보디에서도 알 수 있는데, 부드러운 신발을 신음으로써 달리는 자세가 뒷꿈치부터 내딛는 자세가 되었고, 부드러운 만큼 더 강하게 지탱해야 했습니다. 그에 반해 동아프리카 선수들은 자연속에서 맨발로 달렸기 때문에 발이 그 충격을 최소화할수 있는 자세인 중간발착지로 달릴 수 있었습니다.

브램블은 마라톤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연령별로 완주 시간을 비교했다. 주자들은 19세부터 매년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해서 27세에 정점에 이른 후 쇠퇴하기 시작한다. 다시 19세 때와 같은 속도로 달리게 되는 나이는 몇살일까? 계산결과는 64세로 나타났다. "64세 노인이 19세 젊은이와 겨룰 수 있는 스포츠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수영? 권투? 말도 안되죠. 인간에게는 정말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장거리 달리기를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놀랍도록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인간은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입니다." - p.344

또한 인류에게 달리기란 어떠한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한 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진화적 측면은 유타 대학의 학생이였던 데이비드 캐리어에서 시작되는데, 그는 진화생물학 수업 도중 토끼의 복부근육을 연구하던 도중 인류가 달리기 위해 진화했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는 현생인류가 가진 탄력 있는 다리, 땀샘, 털이 없는 피부, 햇볕을 덜 받는 수직 몸체 등의 특징은 인간이 최고의 장거리 주자로 진화하기 위해서였으며, 이러한 특징은 생존경쟁에서도 우위에 서게 했다는 것입니다. 4만5천년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생겨난 새로운 기후는 달리는 사람들에게 잘 맞았고, 당시 큰 덩치와 힘센 네안데르탈인은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100m 달리기를 하면 인류 최고인 우사인볼트는 9초 58에 달리지만, 하마는 8초, 사자는 6.2초, 가젤은 4초, 치타는 3.2초에 뜁니다. 쉽게 생각하면 이것이 인류가 동물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든 열악한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아니였습니다. 도구의 발명 전에도 인류는 그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언가 뛰어난 장점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장거리달리기였고, 실제로 달리기만으로 야생에서 동물을 사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양이 죽을 때까지 달리게 하려면, 더운 날 영양이 겁이 나서 전력질주하도록 만들면 된다. "영양은 사람이 보이면, 빠른 속도로 도망갈 것이다. 10~15km만 달리면 영양은 고체온증으로 쓰러질 것이다." 무더위 속에서 10km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동물의 왕국에서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은 달리면서 열을 발산할 수 있지만 동물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327

하지만 이런 고성능의 신체를 지니고 있지만,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달리기를 거부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브램블은 뇌는 언제나 비용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며, 에너지를 저장해 응급상황에 대비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달리는 습관을 잃어버리면 뇌는 휴식을 취하라고 권하는 생존본능을 발생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는 "뇌는 필요도 없는데 엔진을 켤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나사의 과학자들이 한 실험은 하나의 교훈을 전해 줍니다. 인간의 몸은 중력에 저항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중력을 제거하면 그 에너지가 모두 뇌와 몸으로 가서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실험이였습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우주비행사들은 더 늙어졌습니다. 뼈는 약해지고, 근육은 위축되었으며 불면증, 피로감, 나른함에 시달렸습니다. 이 일화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는 명확합니다.

늙어서 달리기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달리기를 그만두기 때문에 늙는 것이다. 

저자는 달리라고 충고합니다. 그 이유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냥 달려서도 안된다고 말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 근골격계는 재빨리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서 자동운항을 하기 때문입니다. 타라우마라족처럼 달릴때도 수많은 불확실성에 부딛쳐 자신을 자극하고, 즐겁게 달리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울트라러닝을 시작해서 겪은 일화들, 그 일화속에서 나오는 스콧 주렉, 젠 셀튼, 맨발의 테드, 루이스 에스코바 등이 달리기를 대하는 태도는 모두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도로가 들어서고 쏟아져 들어오는 현대문명 속에서 대다수의 타라우마라족은 달릴 장소를 잃어버렸고, 일용직 노동자가 되거나 관광객들에게 수공예품을 파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달리던 타라우마라족과 달리지 못하게 된 타라우마라족의 극명한 대비는 달리기에 대한 이정표가 되고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성사된 타라우마라족 아르눌포와 울트라러너 스콧 주렉의 80km 협곡 경주. 고도 2000m가 변하는 이 죽음의 레이스에서, 그들은 달릴때 즐겁기 때문에 언제나 웃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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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 인류는 전쟁 없는 세상을 꿈꿀 권리가 있다
아르노 그륀 지음, 조봉애 옮김 / 창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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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평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평화를 외치며 시위를 하는 청년들을 세상 물정을 아직 모른다고 평가합니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싸워서 이겨야 하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라는 관념 속에서 현실이 아닌 꿈에 사로잡히는 것은 해악이라고 여깁니다. 꿈을 꾸고 상상을 하는 행위는 많은 어른들을 볼안하게 만드는데, 어른들에게 있어서 꿈꾼다는 것은 일상적인 속박과 질서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질서는 생각과 창의적인 활동을 제한하기는 하지만, 불안 혹은 불확실성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적 억압은 다른 사람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을 낳고, 이는 히틀러와 같은 재난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평화의 갈림길은 어린 시절에 있습니다. 서구문화권에서는 사랑 역시 소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부모는 자식 역시 자신의 소유물 가운데 하나로 여겨 마음 내키는 대로 자식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녀 각자가 지닌 고유하고 독립적인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들이 자발적으로 예절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아이에게 스스로 경험하게 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하고 학습한 그대로를 아이에게 가르치려고 합니다. 부모가 직접 나서 결정짓고 행동에 옮기는 방식은 아이에게 잠재된 사회성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복종의 원리는 사회적으로 계속 전승됩니다. 아이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어른의 뜻에 굴복시키려는 양육 태도는 아이들의 내면에 무력감이 자라게 하며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라는 느낌과 함께 심한 분노를 자리잡게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원인 제공자인 부모에게 분노를 표현하지 못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격분해서 자신에게 화내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아이는 자기 자신을 공격하거나, 대체로 약자로 여겨지는 제3자에게 분노를 터뜨립니다. 상처 입은 자아로 살아가고 스스로 열등하다는 의식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면 자기보다 약한 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서로 묶어주는 것, 말하자면 살인에 대항하는 제동장치로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공감의 기능이 어떤 상황에서는 왜 작동하지 않는가?  

자신의 정체성과 애정결핍으로 인해 전인적인 인간성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은 대부분 자라면서 정해진 규율에 순종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내면에는 잠재적으로 모든 생명체를 향해 분노하고 증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적당한 적을 만나면 그들의 잠복되어 있던 폭력성은 언제든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폭력이 강인한 남성적 영웅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러한 폭력의 이면에는 자기 자신의 본모습으로 살지 못하는 인간, 자신의 고유한 자아를 인정받지 못해 타인을 억압함으로써만 살아 있음을 느끼는 나약한 인간의 불안감이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 전시에도 무의미한 살상 명령에 불복종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에 참가했던 병사 중 80퍼센트는 전투 현장에서 총을 발사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는 통계도 있는가 하면, 베트남전에서는 20퍼센트의 병사가 시민과 전쟁포로를 고문, 살해하는 일에 명령을 받고도 가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특수부대 가운데 하나인 그린베레는 냉철한 잔인함으로 악명을 떨쳤는데, 심리학자 데이비드 마크 멘텔은 그린베레 대원들과 참전 거부자들을 비교 연구한 결과 그린베레 대원들은 육체적으로 심한 폭력이 동원된, 유난히 권위적인 환경에서 자랐음을 밝혔습니다.

현대사회의 전형적인 특징인 경쟁과 대립은 우리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규정하고 있으며 공기처럼 통용되는 원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 불신, 불안 등을 발생시키며 자발적 고립과 다른사람과의 심리적인 거리두기라는 상황을 만들어 공동체의 단결을 더욱 방해합니다. 사회는 사람의 가치를 부와 권력, 명예와 지식 따위로 단정짓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로는 사회적 상하 관계만으로 사람의 존재의의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외적 성공에 집착하게 하는 사회는 타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열광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습니다. 최신 스타일의 패션이나 브랜드에 집착하고 같은 언어코드를 공유함으로서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따돌림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내적으로 텅 빈 공간을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심리적 위안을 얻습니다. 성공과 권위, 겉모습이 중요한 가치가 되면 정치인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권위에 복종하게 되고, 때론 히틀러와 같은 비극을 보여주게 됩니다.

사실이라는 것은 아무런 역할도 해내지 못한다. 부시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아주 완벽하고, 조화로우며, 포괄적인 태도를 보여줬지만 사실은 아무 역할도 기대할 수 없는 기묘한 견해를 내놓았다. 올랜도 체육관에서 그에게 환호했던 군중 앞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선택만이 놓여 있었다. 차곡차곡 쌓아올려진 사실들을 믿느냐, 아니면 모순되긴 하지만 명확하고 유쾌하게 느껴지는 세계관을 선택하느냐? 군중은 사실을 부정하기로 했다. - 마크 대너 

교육과 이성만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부모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삶의 원초적 믿음을 확립하기 어려우며, 이는 민족말살과 대량학살과 같은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성취와 소유를 가장 중시하는 사회 구조에서 소유는 권력구조를 필요로 하고, 권력 구조는 부의 대물림을 통해 유지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심각한 정신적 왜곡을 가져오고, 이는 증오와 폭력의 원인으로 작동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부모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왔어도 사회적 구조로 인해 받지 않아도 될 무시와 굴욕을 받고 성장하며, 이는 가난을 수치이자 게으름 탓으로 돌리는 문화의 사상이 사회에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테러리즘에 물들고 있고, 테러리즘이 낳는 적대감과 폭력은 또다시 증오와 폭력의 문화를 가속화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내면에 있는 왜곡된 심리와 맞서 싸울 때, 고유한 생명력을 얻고 진정한 인간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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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 - 세계 최고의 다이어트 전문가가 조언하는 진정한 여성의 매력
피에르 뒤캉 지음, 배영란 옮김 / 사공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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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랫동안 아름다움의 상징은 비너스와 같은 몸매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여성들은 여성잡지에 나오는 모델들의 몸매를 닮고 싶어 하며, 비너스와 같은 몸매를 닮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앙상한 몸매의 여자들은 미적 기준이 될 수 없으며, 남자들도 그런 몸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성적 취향의 문제가 아닌, 진화 과정에서 도출된 선택입니다. 여자의 몸에서 나타나는 통통함은 바로 생물학적으로 인지되는 복합적인 매력의 한 요소이며, 암수의 구별이 분명한 생물계 법칙에 따라 여성의 이런 통통한 매력은 여성을 남성과 구분시켜 주는 차별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통통함은, 체중이나 비만과 같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중립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통통함은 여성 특유의 조금 특별한 살집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여자의 허리와 엉덩이, 가슴, 무릎의 윤곽, 얼굴의 생김새 등에 여성 특유의 곡선을 살려주며 포동포동 살집이 오른 형태를 말합니다.

인간의 조상인 유인원과 현재의 인간의 차이는 성적인 기능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진화해 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어째서 인간의 여성은 언제라도 성 관계가 가능하며, 사랑을 나눌때 마주보고 하며, 오르가슴을 느끼며, 항상 가슴이 달려 있는가? 입술은 왜 그렇게 진화했나? 왜 여성은 팔이나 다리와 같이 성적인 특성이 전혀 없는 부분이나, 아니면 반대로 관심을 끌기 위한 부위에서만 털을 간직하게 되었을까? 유인원 암컷 가운데 가슴, 엉덩이, 허벅지의 형태가 조금이나마 어렴풋이 나타나는 종은 하나도 없습니다. 둥글게 곡선이 잡힌 통통하고 풍만한 체형이 인간의 여성에게서 나타났다면, 이는 자연이 더 큰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여성을 여기에 포함하려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은 진화하면서 뇌가 발달했고, 이러한 인간의 뇌는 여성의 골반이 감당하기엔 너무 큽니다. 때문에 인간은 미숙아인 상태로 세상에 태어나며,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나이 어린 미숙한 자식은 어머니의 행동반경에 제약을 가져옵니다. 결국 자식들을 포기하여 영양부족으로 죽게 만들거나, 남자들의 도움을 받는 양자택일 속에서 남자와의 협동체제를 선택합니다. 남자들이 사냥터에서 가져온 전리품을 순순히 여자들과 공유하기 위해선 여자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철저히 두 사람만의 관계가 성립되어야 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성적 커뮤니케이션은 길고도 오래 지속되어야 했기 때문에,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의 발달, 그리고 둥글고 통통한 살의 곡선이라는 진화가 이루어집니다.

동물마다 성적인 부분에 관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감각이 있는데, 쥐의 경우엔 냄새로, 새의 경우엔 청각으로 합니다.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시각에 의존하며, 약하게 후각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신경생물학자 폴 매클린에 따르면, 기나긴 동물 진화단계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뇌가 점점 더 커지고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는데, 자연이 단계별로 완전히 새로운 뇌를 만들어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기존의 뇌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새로운 겹을 더하는데 그쳤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따라서 인간은 매우 깊숙한 곳에는 아직도 원시적 뇌가 있으며, 원시적 신호에 반응합니다. 매클린은 세가지의 뇌가 있는 뇌 삼위일체설을 말하는데, 여성에 대해 첫번째 뇌가 보이는 반응은 성충동으로 나타나 남자로 하여금 여자의 몸을 소유하도록 부추기며, 두번째 뇌는 성적인 감정을 유발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발달한 세번째 뇌는 설명하고 이해하는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남자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화적 원형과 대립합니다. 만일 해당 사회가 마른 몸매와 체취가 없는걸 더 선호한다면, 원시적 뇌와 세번째 뇌 사이에 갈등을 유발합니다.

여자는 성장하면서 남자와 확연히 구분되는 자기만의 신체적 이점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남자는 이를 지각한 뒤 감정의 동요를 느낍니다. 이에 따라 모든 종의 세계에서, 남녀간의 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됩니다. 하지만 오늘날 서구 문화권 여성들은 통통하고 풍만한 몸매 자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남녀 간의 소통 기반 자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문화가 내린 최고의 저주는 문화가 곧 진리라고 믿게 하는 것인데, 이데올로기나 종교와 관련해서는 문화적 발전 수준이 높은 곳에서 옳은 것이 곧 발전 수준이 낮은 곳에서도 옳은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사회의 태동부터 시작되는데,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여자는 경제적으로 독립된 위치에 있어야 했고, 여자는 일해야 했습니다. 이때부터 페미니즘이 대두하고, 경제적 맥락에서 탄력을 받은 페미니즘은 투쟁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것은 새로운 문화적 기준을 내세우는데, 여기에 몸에 관한 새로운 관념이 포함됩니다. 여성 특유의 통통하고 풍만한 몸매가 거부되었고, 모든 시대를 통틀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비쩍 마른 몸에 평평하고 작은 가슴은 이 시대의 미적 기준이 되어 아름다운 여성성이라는 찬사를 받게 됩니다. 평등이라는 이상 속에서 다름은 곧 불평등과 동의어가 되고, 이어 열등함의 개념으로 변질되어 결국 성적 동일화라는 현실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최초의 유니섹스 의상의 개념이 도입된 청바지와 그 열풍에서 알 수 있는데, 유니섹스라는 단어 안에는 성적 구분에 대한 혐오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여성적인 몸매에 가혹한 변화를 요구합니다. 여성의 몸매에 대한 오늘날의 미적 기준은 마르고 큰 키, 가는 허리, 작은 가슴, 작은 엉덩이, 얇은 허벅지, 개인적인 냄새의 제거 등이 해당됩니다. 가슴의 경우엔 특히 가슴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다 보니 어느정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엉덩이, 허벅지에 대한 기준은 가혹합니다. 허벅지의 경우 살이 약간 붙어 있는 것 정도조차 말도 안 되는 상황이고, 전혀 없어야 이야기가 됩니다. 허벅지에 대한 이렇듯 가혹한 기준은 황당한 수준까지 발전하여, 본질적으로 여성적 성격을 띤 이 살집 부위를 묘사하기 위해 의학적 수식어까지 분별없이 사용되는 실정입니다. 개인적인 냄새 또한 서로 사랑에 빠지면서 연인이 되어 가는 과정의 일부에서는 일종의 후각적 각인 작업이 개입됩니다. 이는 몸 관리에 소홀하거나 제대로 씻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며, 목욕을 마쳐도 여성 특유의 자연적인 향기가 나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과도한 화학적 탈취제인 데오도란트를 이용해서 후각적 개성의 마지막 흔적까지도 지워버리는 현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기 향수의 대부분은 다른 포유류 종의 땀샘에서 채취한 물질이 희석되어 있습니다. 결국 냄새와 관련된 오늘날의 미적 기준은, 냄새가 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없애고, 자연적 냄새를 화학적 방식으로 날려버린뒤, 다른 동물의 성적 분비물로 향기를 풍기는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TV쇼에서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가 여자들에게 화장법을 가르친다. 그래봐짜 결국 여자들은 크로퍼드와 눈곱만치도 닮는 법이 없는 것이다. 크로퍼드는 일종의 유전학적 돌연변이 이니 어쩌겠는가?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p.116 

남자들이 동시대에서 금기시하는 규칙에 순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따르며 여자 몸 특유의 통통함과 성적인 냄새를 거부하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계속해서 이러한 부분에 떨림을 느낍니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문화적 맥락에서 비롯됩니다. 사회적 성향이 강한 남자들은 자신의 몸이 요구하는 희망 사항을 무시하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시각에서 봤을 때 적합한 여자를 아내로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런 적합한 결혼이 원시적 커뮤니케이션의 탄력을 받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그 열기가 사라지고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게 됩니다. 오늘날 통통하고 풍만한 몸매와 관련하여 남자들은 기이한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인데,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자신의 절반이며 배우자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권력과 외적인 부를 드러내는 표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뿌리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그런 통통하고 풍만한 몸매를 좋게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그런 형태의 몸매를 가진 여자에게 끌림을 느끼지만, 사회생활 속에서는 그런 몸매를 한 여자 친구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이러한 이중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남자에게 대외용 여자, 집에 데리고 들어갈 여자라는 두명이 필요하다는 건 수학자가 아니여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상적으로 균형잡힌 몸매의 여성이 자신의 여성성 가운데 일부를 없애려는 경우의 다이어트는, 오히려 의도치 않은 비만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체중 감량을 하면 우리 몸으로 하여금 식단 조절이 해이해지는 순간 빠졌던 양 이상을 비축하려고 하기 때문에 비만의 궤도에 오릅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정상적인 체중이라면 다이어트를 해선 안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심하게 마르고 날렵하며 키도 큰 미적 기준을 자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인종은 없습니다. 가장 유사한 인종은 동아프리카의 마사이족 뿐입니다. 통통한 몸매에 대한 퇴출 명령을 확산시킨건 유행과 패션을 선도하는 사람들, 미디어와 패션 디자이너 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사회적 강요의 분위기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다른사람과 비슷해지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구를 만들며, 마른 몸매에 대한 비판 정신을 상실하고 맙니다. 마른 몸매의 폐해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슈퍼모델들이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엉덩이살을 잘라내 여성의 곡선을 없애는 수술이 발달하고, 10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한 다이어트를 조장함으로써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여성의 통통함은 개인의 취향 문제이거나, 유행과 같은 세부적 요소가 아닌 지극히 정상적이고 결코 없어서는 안될 인체의 특성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큰 뇌를 가지고 있거나 직립보행을 하는 등의 고유의 속성과 마찬가지로 통통함은 인간의 성적 특징이며 염색체 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은 통통하고 풍만한 몸매의 여성이 되며, 결국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 또한 아름다운 곡선이 살아있는 유연하고 통통한 몸매, 단단하고 탄력 있는 몸매, 자꾸만 시선이 집중되는 그런 몸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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