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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논리학 - 제논의 역설부터 뉴컴의 패러독스까지, 세계의 석학들이 탐닉한 논리학의 난제들
제러미 스탠그룸 지음, 문은실 옮김 / 보누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수수께끼는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패러독스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을 자극해왔지만 여전히 쉬우면서도 어렵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합니다. 패러독스에 도전하는 이유는 수수께끼를 맞춤으로써 무언가의 깨달음과 동시에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패러독스 문제들은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하고, 손쉽게 접근하면서, 사람들이 지닌 지성을 총동원하게 만듭니다. 패러독스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논리, 시간, 운동, 언어와 관련된 문제의 심장부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 책은 29개의 패러독스와 간단한 논리퀴즈들을 이야기해줍니다. 이 패러독스들은 굉장히 유명해서 많이 들어본 것들도 있고, 꽤나 생소한 것들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이런 패러독스들은 인터넷을 떠돌며 네티즌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다섯곳의 집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사람을 찾는 아인슈타인 수수께끼부터, 문 뒤에 염소 혹은 자동차가 숨겨져 있는 몬티홀 딜레마, 사라진 1달러를 찾는 문제 등은 잊혀질만하면 등장해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는 문제들입니다. 이런 패러독스 문제 중 논리와 확률에 대한 문제들은 냉철한 논리와 끈질긴 인내심을 요하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단련할 수 있지만, 추론의 오류, 철학적 난제 등은 훈련받은 지식인조차도 쉽사리 그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그 예로 메리라는 여성을 설명해주고 그녀의 직업을 추론하는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휴리스틱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과 논리의 충돌에 대한 증거를 제기하기 위해 문제를 만들어 냈다. 은행 텔러에 더 가깝게 보이는가, 페미니스트 운동에 적극적인 은행 텔러에 더 가깝게 보이는가? 모든 사람은 은행 텔러의 고정관념에 어울리기보다는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에 더 어울린다고 입을 모은다. 벤 다이어그램으로 생각해보자.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의 집합은 은행 텔러의 집합에 100퍼센트 포함된다. 모든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는 은행 텔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일 확률은 은행 텔러일 확률보다 낮다. 문제는 대표성의 직관과 확률의 논리 사이에 갈등을 유발한다. 몇몇 일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피험자의 약 85~90퍼센트가 논리를 어기면서까지 직관을 택했다. -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이런 패러독스 문제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허를 찌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행동을 설명시켜주기도 합니다. 경제학자 마틴 슈빅의 달러 경매 시나리오가 그 예인데, 그는 두번째로 높은 액수를 적어낸 사람은 자신의 입찰가만큼을 경매인에게 지불해야 하는 룰을 적용해 1달러 지폐를 경매에서 파는 시나리오를 고안합니다. 슈빅은 만약 이런 경매가 실제로 열린다면, 1달러짜리 지폐를 3달러 이상으로 입찰가를 부르는 일이 희귀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경매인이 패배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1달러를 3달러에 사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인 가능성입니다. 두번째 입찰에서 1달러를 불러 경매를 끝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1달러 1센트를 부름으로서 자신은 1센트의 손해를 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1달러의 손해를 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패러독스를 통해 사람들이 점진적인 전쟁에 연루되면 비이성적인 충동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들 말한다. 나는 평생 동안 이 말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증거를 찾아 헤맸다. - 버트런드 러셀
패러독스 외에 간단한 논리퀴즈들 또한 매력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영화 '다이하드3' 에서도 나왔던 3갤런과 5갤런 물통으로 4갤런을 만드는 문제도 있습니다. 패러독스의 말 그대로, 우리의 직관과 보편타당한 상식을 거스르며 논리적 난관에 빠지게 하는 이런 문제들은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사유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기도 합니다. 책은 뒷부분에 해법을 몰아서 표기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패러독스를 깊게 생각해보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책이 매우 짧고 심플한 구성이지만, 이 책을 통해 손쉽게 패러독스들이 제시하고자 하는 것, 우리는 과연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사유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