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신작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이전 작품에 비해서 등장인물간의 연애감정이 꽤 잘 묘사되어 있다고 느낀 점입니다. 기존 작품들을 본 적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이번 작품처럼 사랑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의 힘은 과연 책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서 주인공인 예언자는 "예언은 폭력이다" 라고 말하며 고문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예언을 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지만, 결국 사랑 앞에서는 그 원칙을 깨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자기 자식이 죽은 존재에게 자기 자식을 죽인 종족의 자식을 돌보게 하는 장면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예언의 등장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흥미롭습니다.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예언을 다양한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죠.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궁합을 본다거나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거나 종교를 믿는다거나 점을 본다거나 하는 것들도 일종의 예언적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예언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책의 등장인물이나 우리나 크게 다를 바 없기도 합니다. 예언을 회피하기 위해 운명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혹은 예언 자체를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예언을 받고 미래를 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행복할까, 불행할까? 와 같은 주제는 많은 문학에서 등장한 주제기도 하지만 동시에 끝나지 않는 주제인것 같습니다. 예언에 대한 제 생각은 책의 글귀로 대신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왕비는 침소로 돌아가 책이나 마저 읽다가 자기로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책으로 손을 뻗던 왕비는 그 손을 멈췄습니다. 그녀는 당혹감을 느끼며 책표지를 노려보았습니다.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많이 식었다는것을 깨달았거든요. '범인은 영주의 아들입니다.' 문득 왕비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메스꺼움을 느꼈습니다. - p.115

전작인 드래곤라자와 같은 세계관인터라 드래곤은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여전히 초자연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인간과 대립, 혹은 관계를 지닙니다. 작중에서 드래곤은 드래곤이라는 특정 형태로 형상화했지만, 마치 자연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전작 이후 1000년동안의 인간세계는 프랜시스 베이컨으로 대변되는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서양의 시각과 닮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드래곤과 인간을 이어주는 라자를 잃었고, 자신들을 위해 드래곤을 공격합니다. 이러한 인간과 자연적 존재와의 대립이라는 구도는 소설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하다고 느껴집니다.

책의 문체는 꽤 독특했습니다. 이런 형태를 뭐라 하는지 제가 국문과 출신이 아니라서 제대로 표현할수가 없는데, 마치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혹은 할머니가 손자손녀들에게 옛이야기를 말해주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취향에 따라서 좋게 보면 좋게 보고 나쁘게 보면 나쁘게 볼수도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옛날 만화책에서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당근이지! 같은 대사가 나오는것을 싫어하는데, 이 책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몰입할수 있을만한 문체쪽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책은 재밌었습니다. 한번 펼쳐서 끝까지 읽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론 2~3권 정도의 볼륨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거 같은데, 한권으로도 주제의식, 케릭터의 표현 등에서 부족함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