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부부의 날이라 그러고, 곧 결혼기념일이기도 하고 해서 선물도 하고 간만에 썰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의식주' 중에 '식'에 가장 둔감하다. 레스토랑의 종류별 스테이크나 마트에서 만원 주고 사오는 냉동 닭가슴살이나 내겐 그냥 다 같은 고기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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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의'는? 역시나 둔하다. 거의 패션 테러리스트에 가깝달까. 춘추복과 여름옷, 겨울옷 두께와 옷감에 구분이 있을 뿐 그냥저냥 다 비슷비슷한 용도의 몸가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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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주'에 조금 민감했으나 그마저 애들 낳고 살면서 잠자리든 짐 정리 인테리어든 뒤죽박죽, 선이 뭉개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잿빛의 삶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