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로그 십계 세트 (6disc)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 / 엘라이트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칼로그 (십계, Dekalog)  / 감독,각본: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공동각본: 크쥐시토프 피에셰비치, 촬영: 슬로보미르 이지악, 음악: 즈비그니예프 프라이즈너, 1988년, 10부작 557분, 폴란드

 

 

 

 

#1. 어느 운명에 관한 이야기 -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2. 어느 선택에 관한 이야기 - 주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3.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에 관한 이야기 -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하라

#4. 어느 아버지와 딸에 관한 이야기 - 네 부모를 공경하라

#5. 어느 살인에 관한 이야기 - 살인하지 말라

#6.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 - 간음하지 말라

#7. 어느 고백에 관한 이야기 - 도적질하지 말라

#8.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언하지 말라

#9. 어느 고독에 관한 이야기 -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10. 어느 희망에 관한 이야기 -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기독교나 카톨릭에서는 '주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계율로서 하나님을 걸며 맹세하는 것을 금한다고 한다. 비록 자신은 참된 것으로 믿지만 실제로는 자신도 모르는 거짓과 위험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으니 함부로 남에게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을 확언하는 것을 금한다는 취지이다.

 

 

 

 

교향악단 바이올린 연주자 도로타 겔러는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늙은 의사에게 집요하게 케묻는다. 지금 당신 병원에서 투병중인 내 남편이 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 그녀는 현재 정부(情夫)의 아기를 임신 중이고, 남편이 살아난다면 아이를 낙태할 것이며, 남편이 죽는다면 출산할 것이라고 말한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한 여인의 인생이, 한 생명체의 생사가 달려있다.

 

 

 

 

노(老)의사는 현 상황에서 환자가 어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극구 대답을 회피한다. 결국 도로타는 아기를 낙태하기로 결정하고, 의사는 그녀를 만류하며 남편은 죽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의사의 말을 믿고 도로타가 순회 공연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남편 안제이는 건강을 회복하고 의사의 진료실로 걸어 들어와 말한다. 고맙다고. 이제 새로운 삶의 의욕이 생기노라고. 그리고 곧 우리 부부 사이에 아기도 생길거라고. 아기가 생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지 않느냐고. 의사는 말 없이 촉촉한 눈길을 떨군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가 얽히고 섥혀 있는 가변적인 세상이기에 개인의 말과 선택 하나 하나가 그 자신은 물론 타인들의 인생에 일파만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삶의 연쇄적이고 비결정적인 파장들을 신비주의에 빠져들지 않고, 극단적인 딜레마에 봉착한 인물들의 첨예한 갈등 구조와 내면 묘사를 통해서 완벽하게 포착한다.  섬세한 영상으로 풍부한 의미들을 함축하고 있는 동시에 카메라의 시선은 냉혹하리만치 차갑고 가치중립적이기에 더욱 깊이가 느껴진다.

 

도로타가 절박한 한계상황에서 내린 선택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의사가 도로타에게 한 말이 진실이었는지 태아를 살리기 위한 거짓이었는지, 안제이는 아내의 부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극적으로는 이 작품이 묘사한 삶의 아이러니가 제2계명을 옹호하는 취지인지 논박하는 취지인지. 그 모든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진다. 내 입장에서는 고색창연한 계율과 어긋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인간들을 보게 된다. 불안한 존재의 불확정성 앞에서, 그것이 독선이건 진리이건 간에 십계명 역시 나약한 인간만큼이나 무기력하고 초라해 보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5-01-03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디비디로 판매하고 있네요!! 하지만 디비디로 볼 수 있을까요? 국가마다 수작을 부려놔서~~.사도 걱정이네요~~~.ㅠㅠ

풀무 2015-01-04 05:05   좋아요 0 | URL
그래도.. 현재로선 DVD 감상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10부 중에 5부 살인하지 말라, 6부 간음하지 말라는 각각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으로 극영화 편집 버전이 극장 상영된 적 있거든요. 그 작품들을 먼저 찾아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