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이너 문화사 - 교양과 문화로 읽는 여성 성기의 모든 것
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일 년에 한두 번 술잔 기울이는 정도지만 대학 때부터 그나마 마음 터놓고 지내는 절친 넷이 있다. 그들과의 신년 술자리 모임에서 오간 얘기다. 학생 때부터 수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가졌고 저마다 다른 교감이 오갔다는 회계사 A는 여기서 자기만큼 여자에 대해 잘 아는 남자는 없을 거라고 했다. 게다가 와이프가 산부인과 의사라서 본인도 거의 준의사 급으로 생리학적 측면에도 훤하다며. 졸업하고 취업하자마자 고교 때부터의 여친과 결혼, 누구보다 빨리 가정을 이룬 B는 늘상 A를 비웃는다. 니 방위 나왔재. 현역과 방위의 차이가 기간 차가 아닌기라. 내무반 생활을 해봤느냐 안 해봤느냐 그기라. 여자도 마찬가진기라. 떡 많이 쳐봤다고 여잘 알아? 실제 생활 속에서 오래 부대끼며 알아 가는기라...

졸업장에만 경제학 전공이라 적혀있지 거의 인문·사회 타과 수업을 전공 삼았던 C가 끼어든다. 이런 무식한 형이하학 종자들이. 니들이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인류 지적 유산들 탐독하며 시계열로 횡단면으로 여성성에 대해 누벼 봤어? 옆에서 잠자코 안주만 축내던 우리 학번 홍일점 D여사가 그간 오가던 대화를 일축한다. 이것들이 진짜. 개한민국 수컷 문화에 찌든 아색히들이 여성을 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야? C가 살짝 뒤집기를 시도한다. 세상사는 되려 외부자에게 더 선명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많지. 그에 D의 굳히기 한판. 학교 다닐 때 나보다 분개(分介)도 못했던 것들이. 다 찌그러졋! (재밌는 게, C와 D는 CC였고 지금은 부부다.)

글쎄. 어느 쪽이 진실일까. 아니, 누가 그나마 덜한 구라일까. 이 책을 읽어 보면 막연히나마 판이 짜일지도. 중반까지 생물학 내지 해부학 기조에 가까워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부터는 쓱쓱 잘 읽히니 궁금하실 분들껜 일독을 권할만 한 책이다.

 

P.S.1. 원제는 'The Origin of the World'인데 굳이 '교양과 문화로 읽는 여성 성기의 모든 것'이란 선정적인 부제까지 필요했을까. 부당하게 금시시되어 온 여성의 기관과 욕망에 대한 백과사전식·문화인류적 기록이고 논의라는 측면에서 전혀 없는 얘긴 아니다만 '이타적 유전자' 이후 가장 의뭉스런 작명. (여성의 질을 공공연히 입에 올리는 것에 대하여 여전히 꺼려하는 내 자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생각일지도)

 

P.S.2. '어떤 남성들, 특히 동성애자들은 두 종류의 절정을 안다고 한다. 음경 자극을 통한 일반적인 것 외에 항문을 통해 전립선을 마사지해서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음경 자극과는 아주 다른 감각이라고 한다. ([버자이너 문화사], '또 다른 오르가슴', 87쪽)' 인간의 동성애,라는 것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측면이다.

 

P.S.3. 페미니스트들 경우 기존의 성과학은 오르가슴이 최고로 좋은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고 지적한다. 달리 말해 성 체험에 자연스런 하나의 방향성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미리 깔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는 엄청난 다양성·파상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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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11-2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성 섹스 경우 전립선을 통한 오르가슴이 최고라고 합니다. 여기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하네요.

풀무 2014-11-27 15:38   좋아요 0 | URL
악! 역시 곰발님은 이미 알고 계셨구나요!
참.. 그러니까 이게 성정체성과는 또 관련없이 오직 그 자극을 얻기 위해 동성애를 벌이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네요.
그나저나 어떡하죠! 이 아주 다른 감각이란 거 너무 궁금해졌음요!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12-28 18:38   좋아요 0 | URL
궁금하면 해결책은 하나입니다. 직접 경험을.. ㅋㅋㅋㅋㅋㅋㅋ

풀무 2014-12-28 23:48   좋아요 0 | URL
음. 그냥 손가락이나 기구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당..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