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에 반대한다 이후 오퍼스 7
수잔 손택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네 권의 책을 더 구비하기로 결정했다. 어제 들른 도서관에선 신간 한 권 미입고에 인문, 과학 서적 세 권은 모두 대출 중이었다. 오프라인에서 실물 확인을 거쳐 인터넷 주문을 넣는지라 오늘은 귀가 중 가까운 반디 앤 루니스에 들렀으나 수전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 (Aginst Interpretation and Other Essays)]를 제외하곤 진열수량, 재고수량 모두 '0'이다. 아무래도 주말에 나들이 겸 광화문 교보로 나서야겠다.

 

[해석에 반대한다] 속 글들이 예상 밖으로 눈에 착착 감겨들어 다행이다. 책 제목은, 표면적인 내용의 파편들을 일련의 단위체 혹은 요소로서 뽑아 임의로 배열하면서 예술의 텍스트를 바꾸고 한정짓는 해석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내가 예전 포스팅에서 저지른, 데이빗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를 '황량한 산업사회와 인간 내면의 암울한 지옥'으로 안이하게 치환시켜버린 따위의. 혹은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을 플라톤주의와 러시아 정교의 틀에 주저앉히는 부류의. 초벌독서 후 내가 뽑아낸 책 속 키워드는, 사물의 반짝임을 그 자체 안에서 있는 그대로 체험하는 '투명성'. 그리고, 해석의 충동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는 순수하고 관능적인 '직접성'이다. 두꺼운 책의 중간에 마침 로베르 브레송과 장 뤽 고다르 감독에 대한 얘기가 있어 그곳을 기점 삼아 상세히 읽어갈 예정이다. 수전 손택은 장 뤽 고다르를 '사상을 진지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사상을 표현할 새로운 영화 언어를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한 최초의 감독'이라 평하고 있다.

 

 

그녀의 생을 살다

 

젊고

예쁜

파리의

여점원이

몸은

팔았으되

어떻게

자신의

영혼을

지키면서

허울의

세계를

살았는가를

이야기하는

한 편의

영화

가능한

모든

심오한

인간적

감정을

체험하게

해주는 영화

장-뤽

고다르가

만들고

안나 카리나가

연기한

연속

일화,

그녀의 생을

살다

 

 

책의 311쪽, 4장 중 '고다르의 그녀의 생을 살다' 챕터 부록을 옮겼다. [그녀의 생을 살다 (Vivre Sa Vie, 1962년)]가 파리에서 처음 개봉됐을 때 고다르 감독이 직접 작성한 광고문안이라 한다. 영화예술의 전방위에서 기존의 틀로는 접근 난해한 작품을 많이도 찍어낸 양반이 정작 자작의 변은 참 간결하고 쉽게도 풀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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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7-1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좋군요. 저도 수전 손택 항상 애장서 베스트 넘버1입니다.
마음에 들때까지 고치고 고치고 고치는 작가로 꽤 유명하죠. 손택 글 보면 곰삼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쉽게 말하지 않고 쉽게 쓰지 않는... 그런 사유, 참. 좋습니다.

풀무 2014-07-19 23:41   좋아요 0 | URL
언제 곰곰발님 공간에 수전 손택 다른 책도 좀 소개해 주세요. 몇 권 더 접해보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10:12   좋아요 0 | URL
저도 소개하고 싶은데 수잔 책 전부 옛 애인 읽어보라고 줬습니다. 옛 여친이 순탁을 좋아했거든요..... 자료 없이 쓰려니 부담이... ㅋㅋㅋㅋㅋ

풀무 2014-07-23 13:50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면 여성들이 더 반할만 한 지식인 같기도 합니다. 음. 여튼 순탁 여사 책은 나중에라도 몇 권 더 읽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