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날 옥스포드에 갔다. 전에 기숙사에 같이 살던 친구가 옥스포드 도서관에서 일을 하게 되어 언제부터 놀러오라고 했었던 것.
해리포터 영화의 배경으로 너무나도 마땅한 곳이로구먼 하는 것이 첫인상이었다. 어느 뒷 골목이건, 해리포터가 어디론가 도망을 치며 달려갔을 것같은 그런 느낌. 어느 작은 문을 통과하면 은밀한 비밀의 정원이 나타나는 미로같은 설계. 유서깊은 많고 많은 칼리지들이 모여서 옥스포드 대학을 이루는 것인데, 도시 전체가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는 것 같았다. 거리의 사람들은 대학생들과, 대학생들이 먹고 입고 살 것들을 제공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다인 것 같았다.
대학 건물들은 몇백년씩 정말 오래되었는데, 그곳에서 학생들은 배우고, 잠자고, 먹고 그런다는 것이다. 마치 성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해리포터 기숙사 식당 장면을 찍었다는 바로 그 식당에도 가보았다. 저기 선생님들이 앉는 high table이 있고, 그 밑에 길게 학생들의 식탁이 있었다. 벽에는 헨리8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초상화들이 늘어서 있었고, 학생들의 저녁을 위한 쥬스, 컵, 접시 등이 준비되어있었다. 낮에 관광객들에게 열려있는 것인데, 의자에 앉아 사진도 찍고 그러면서 즐거워하더라.
친구가 놀러오라고 꼬시면서 말하길, 코트에 목도리를 맨 잘생기고 지적인 남자들이 우글거린다는 것이었다. 클럽에 가면 세련되고, 지적인, 취한 애들의 모습도 볼 수가 있다고. 재밋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정말 그랬다.
모두는 아니나, 많은 젊은 남자들이 코트에 목도리를 매고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아마 옥스포드 패션 코드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그게 진짜 무지 지적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옥스포드대에 대한 너무 강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생각도 해보았는데, 아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 도시 자체가 뿜어내는 앎에 대한 욕구와 자부심은 그냥 사실인 것이었다. 아니, 내가 다 마구 공부가 하고 싶어지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