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많으신 수의사 선생님인 작가님의 귀여운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

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 수의사가 되고 싶은 수의사의 동물병원 이야기
김야옹 지음 / 뜻밖 / 2020년 9월

예쁜 글이다. 책 자체는 그냥 무난한 표지에 그저 그런 다른 책들과 똑같았지만... 그 속의 이야기들은 정말 예뻤다. 책을 읽으며 슬프기도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해서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뭐 어떤 특별한 이야기였던 것은 아니다. 어떤 수의사 분이 겪었던 짧막짧막한 이야기들이다. 정말 그 뿐인데도 그냥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책이었다.

'김야옹 에세이' 라고 되어 있던데 아마도 실명은 아닐 테지만 표지의 고양이 수의사 그림과 잘 어울려서 딸아이와 함께 웃었더랬다. 물론 고양이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개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있는 이야기이다. 본인의 말로는 서울 변두리의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님이라고 하는데... 우리 작가님 책을 읽어보니 너무 눈물도 많으시고 마음도 약하신 것 같다. 덕분에 손해도 참 많이 보시는 것 같던데... 그런 분 곁에 다행히도 김부장님(부인 분)이 계시면서 도와주시고 중심을 잡아주신다.

변을 보지 못해서 죽을 뻔했던 미루 이야기나 다른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받아서 기르려다가 나이도 많고 아픈 곳도 많다는 이야기에 입양되지 않으면 며칠 뒤 안락사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견 쫑이를 구청에 버렸던 아주머니 이야기... 아, 쫑이는 결국 작가분이 입양하셨다고 한다. 자신이 진찰하면서 나이도 많고 병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바람에 버려졌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으셨다는데... 결국은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으셨던 김부장님께서 먼저 입양하자고 하셨다고 했다. 어쩜 두 분이 다 이렇게도 좋은 분들인지...

딸래미가 고양이 덕후라서... 혹시 수의사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수의사라고 하는 직업이 얼마나 고되고 많은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전에 수의학과였던 친구가 자기는 동물병원 의사를 못하겠다며 포기하고 연구소 연구원을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해 못했던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 친구도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기에 작가 분이 겪었던 그런 일들을 감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눈물 많으신 수의사 선생님인 작가님의 귀여운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 슬프고, 안타깝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읽고 나면 행복해지는 그런 이야기였다. 동물들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그냥 에세이 자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도 행복하게 읽으실 수 있을만한 책이었다. 작가님은 자신을 글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편하셨지만 충분히 글을 잘 쓰시는 것 같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