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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싶은 날 - 신현림의 라이팅북
신현림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아프고 외로울수록 책을 읽고
줄친 글을 따라 쓰면서 나만의 실력과 상상력을 키워갔다.
책에 탐닉하고 펜으로 따라쓰고 메모했던 그 따스한 나날들을
나는 사랑한다.
- 신현림의 <글 쓰고 싶은 날> 中
개인적으로 신현림 시인을 참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시는 "나의 싸움" 이라는 시다. 내 인생에서 미치도록 힘들고 절망에 빠져있던 시절 읽었던 시였는데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것이다" 라는 첫 문장의 강렬함에 매료되었더랬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그런 신현림 시인에 대한 끌림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누구나가 가졌을 법한 글쓰기에 대한 약간의 욕심에서 비롯됐다. 공과대를 나와서 엔지니어로 근 15년여를 살다보니 아무래도 인문학이나 문학 쪽에 대한 재능은 점점 더 퇴화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대한 요구는 사회 생활을 많이 할수록, 관리 직쪽으로 갈수록 더 높아졌다.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도 점점 높아져만 갔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 책은 일천한 나의 글쓰기에 대한 재주를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 책이었다.
음… 그런데 조금 내가 기대했던 바와는 틀리다. 글쓰기에 대한 지침이나 방법 같은 것은 적었고, 여백은 컷다. 직접 스스로 해보라는 것이다. 이런 책은 처음 보는 터라 당황스럽다. 신현림 시인이 말한 것처럼 조금 낙서를 따라 해봤다. 글도 적어봤다. 나는 책은 애지중지 아끼는 편이라 직접 책에 낙서는 커녕 종이를 접어본 적조차 없어서 신선했다.
하지만 서운하다. 나는 좀더 신현림 시인의 말이라든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라든가… 하는 것들 것 더 많으리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재미있게 낙서도 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서 하는 말이니 좀 그렇기는 하지만 기대만큼 좋았던 책은 아니었다.